▲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361,030원>
보급형 라데온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서자(庶子)들이 득세하고 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 이야기에 뜬금없이 무슨 서자 드립인가 의문을 가질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판단하기에 중고급형에서 적당히 스펙을 내리고 합리적인 가격이 매겨진 칩셋이 아니라 무언가 이상하게 정식 라인업이 아닌듯한 느낌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라데온 칩셋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RX 6600이 대표적인 서자로 인식된다. 원가절감이라는 이유로 PCI-E 레인을 x16이 아닌 x8로 낮춰 출시한 것이 제일 큰 문제인데, PCI-E 3.0 환경에서 구동시키면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기대 성능의 10% 이상 하락하게 된다. 이로 인해 6600 계열 칩셋의 막내라기보다는 일종의 변종, 사생아급으로 취급당하기 일쑤다. 그 와중에 RX 6600의 가성비는 높게 평가받았는지 라데온 칩셋 판매량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런 RX 6600의 독주 속에서 묵묵히 자기 존재감을 지키고 있는 적자(嫡子)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있다. 바로 라데온 RX 7600이다. RX 7600은 30만 원대 후반 보급형 그래픽카드로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점유율이 25.08%까지 올라 라데온 계열 그래픽 칩셋 중 2위를 기록하게 된다. RDNA3 아키텍처 기반 제품군 중 제일 막내격으로 가성비가 높아 조용하고도 꾸준한 인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40.51%까지올라갔던 RX 6600의 점유율은 2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라데온 계열 그래픽카드가 보여준 성적이 너무 미비해서 그다지 크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었지만, RX 6600의 1위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슈임을 보여주는 추세다.
▲ 액슬 라데온 RX 580 2048SP D5 8GB R2 에즈윈<117,870원>
하지만,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서자 그래픽카드, RX 580 2048SP가 등장했다. 존재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이 RX 580 2048SP는 중국 전용 SKU로 출시된 그래픽카드로 RDNA 이전 세대인 폴라리스 20 아키텍처 기반이다. RX 580 계열 그래픽카드의 동작 클럭, 메모리 등의 스펙을 다운시켜 10만 원대 가격으로 판매하던 그래픽카드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이를 국내 몇몇 업체가 수입하여 A/S까지 보장해 정식으로 판매함으로써 2024년 2월 기준 RX 7600을 제치고 판매량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만다. 성능이 워낙 낮고 거의 1/3 가격이라 RX 7600의 경쟁 상대는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점유율면에서는 위협적인 요소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평균 가격 그래프를 보면 또 한 가지 RX 7600을 위협하는 요소가 감지된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60의 평균 가격의 하락폭이 가팔라진 것이다. 솔직히 RTX 4060도 엔비디아 계열에서는 서자 취급을 받는 그래픽 칩셋이다. 성능과 스펙면에서 따져보면 엄밀히 RTX 4050급인데도 이름만 4060으로 달고 나왔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위치라고나 할까?
RTX 4060 출시 초기엔 평균 가격이 48만 원 정도로 RX 7600과 약 8만 원 정도 차이 났지만 2024년 2월 들어선 43만 원대로 떨어져 37만 원까지 떨어진 RX 7600과 6만 원 차이로 좁혀졌다. RTX 4060과 RX 7600이 게임마다 성능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종의 라이벌 관계라 아직도 PC 관련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 중임을 감안하면 RX 7600으로선 분명 위기다. 라데온 고유의 AFMF이나 FSR 3.0 같은 기술적인 지원이 하나둘 개발되고 있지만, 폭군 엔비디아 제품군이 주는 메리트를 6만 원과 바꿀 소비자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자들의 숱한 공격 속에도 라데온의 적자, RX 7600 칩셋을 탑재한 비레퍼런스 그래픽카드는 꾸준히 판매되었다. 지난 1년간 RX 7600 칩셋 그래픽카드 중 판매량 점유율 1위는 56.82%로 과반을 넘긴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361,020원>다. 기나긴 라데온의 침체 속에 그나마 의리(?)를 지키며 사파이어 브랜드를 계속 지켜온 이엠텍이 유통하는 제품이다. 그 뒤로 ASUS, ASRock 제품이 쫓고 있지만 1위와 격차가 워낙 커서 사파이어의 독주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몇몇 상위권 RX 7600 그래픽카드가 제조 원가절감을 위해 DP 2.1이 아닌 DP 1.4 단자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DP 2.1으로 모니터를 연결하기 위해선 이 스펙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amd.com>
잘 알다시피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라데온이 던지는 파문은 무척이나 작다. 하지만, 높기만 한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과 올라가는 환율을 견디지 못한 몇몇 유저들에겐 보급형 그래픽카드 RX 7600은 작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RX 7600가 당면한 위기는 한둘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가격 경쟁력 저하는 물론 RTX 4060보다 높은 165W TDP도 발목을 잡고 있으니 극복해야 할 위기는 생겨나리라 예상된다. 아예 가격을 확 내리거나 앞으로 나올 대형 인기 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한 RX 7600의 외로운 싸움은 아주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AMD RADEON RX 7600 그래픽카드 판매량 점유율 Top5
(2023. 3 ~ 2024. 2 다나와리서치 데이터 기준)
1위 / SAPPHIRE 라데온 RX 7600 PULSE OC D6 8GB<361,020원>
2위 / ASUS DUAL 라데온 RX 7600 O8G OC D6 8GB<348,380원>
3위 / ASRock 라데온 RX 7600 CHALLENGER OC D6 8GB 대원씨티에스<331,100원>
4위 / PowerColor 라데온 RX 7600 Fighter D6 8GB<353,000원>
5위 / XFX 라데온 RX 7600 SWFT 210 CORE D6 8GB<392,630원>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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