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렛, 주로 그래픽 타블렛(graphic tablet) 또는 디지타이저(digitizer)로 불리는 이 장치는 디지털 아트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도구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사진 편집자,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사용한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굳이 나쁜 붓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는 경우에도 타블렛을 사용하면 디지털 드로잉의 세계를 쉽고 편하게 누릴 수 있다. 예산과 용도를 고려해 적절한 모델을 선택해, 당신이 사랑하는 드로잉의 세상을 더욱 즐겁고 손쉽게 펼쳐나가 보자.
타블렛은 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모니터로 결과물을 확인하는 '펜 타블렛', 판이 모니터의 역할까지 해 작업물을 실시간 보여주는 '액정 타블렛'으로 나뉜다. 액정 타블렛은 화면에 직접 그리는 것이 가능해 직관적이고 세밀한 작업이 용이하지만, 가격이 비싸 주로 전문가용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전보다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휴이온, 한본 등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브랜드드의 등장으로 액정 타블렛의 가성비가 점점 좋아지는 추세다. 다나와 리서치에서도 액정 타블렛의 점유율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액정 타블렛이 가성비가 좋아졌어도 여전히 더 많이 판매되는 것은 펜 타블렛이다. 펜 타블렛은 종이에 그리는 느낌과 유사하며, 가격 접근성이 높아 초기 디지털 드로잉 학습에 유용하다. 액정 타블렛은 중국 브랜드 제품도 20만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대표적인 국민 펜 타블렛으로 불리는 WACOM CTL-472은 52,880원에 구매 가능하다. 액정 타블렛과 달리 모니터를 보고 작업하므로 정자세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형태별로 주로 판매된 크기가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펜 타블렛은 7형 미만(51.1%) 및 10~13형(40.8%)가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액정 타블렛은 17형 이상 제품(53.8%)이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타블렛 형태별로 주로 출시되는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다나와 상세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 펜 타블렛은 13형 이하 제품이 많고, 액정 타블렛은 10형 이상 제품이 대부분이다. 펜 타블렛은 기기와 모니터의 화면을 대응하는 식이기 때문에 작업 공간 크기에 구애받지 않지만, 액정 타블렛은 액정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기에 화면 크기가 넓은 제품이 선호되며, 주를 이룬다.
액정 타블렛에서 해상도는 중요한 구매포인트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화면이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아트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사용자는 고해상도 제품일수록 작업물의 세부 사항을 더욱 정확하게 보고 더 정확하고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액정 타블렛은 점점 고해상도 제품이 대세가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제품의 19%가 4K UHD이었고, 그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 및 중국 브랜드의 가세로 인해 고해상도지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가격대가 이전보다 많이 저렴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예컨대 4K UHD 액정 타블렛 중 가장 인기가 많은 WACOM Cintiq Pro 16 리뉴얼의 경우 가격대가 1,869,000원이지만, HUION KAMVAS Pro 16 PLUS은 730,000원에 불과하다.
압력 감지 레벨이란 펜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몇 단계까지 감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레벨이 클수록 더욱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진다. 압력 감지 레벨이 1000단계라면 눌려지는 압력에 따라 1000가지의 선 굵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는 8192 레벨이 대세다. 4096단계만 되어도 고성능 취급받던 때도 있었지만, 2020년대 들어서 나오는 제품들 중에서는 와콤은 물론이고 중국산 저가 모델 중에서도 8192단계까지 감지 가능한 모델이 늘어나면서 판매된 제품의 절반이 8192단계까지 압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HUION KAMVAS Pro 27(2,517,490원)처럼 16384단계까지 압력을 지원하는 제품이 출시된 상태다.
입력 감지 레벨, 해상도 등도 타블렛을 살 때 살펴봐야 할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타블렛의 진정한 성능은 드라이버의 호환이나 입력 시간 등 전반적인 밸런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인지의 여부도 타블렛을 살 때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타블렛 시장의 부동의 1위(액정, 펜 타블렛 막론하고)는 와콤이다. 2010년, 와콤이 갖고 있던 타블렛의 스타일러스 펜과 관련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와콤이 독점기업 소리 듣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타블렛의 선택지는 와콤이냐, 아니냐로 나뉜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특히 와콤의 '신티크' 라인업은 2000년대 이후 20년 넘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액정 타블렛'을 지칭하는 대명사로도 쓰이고 있다.
XP-PEN, HUION은 우수한 가성비를 무기로 2,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국 기업이다. XP-PEN Artist 24 FHD(759,000원), HUION KAMVAS 22 PLUS(629,000원) 등 특히 액정 타블렛 시장에서 와콤보다 스펙 대비 가격이 저렴한 타블렛을 선보이면서 소비층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만, 와콤도 2020년 이후 WACOM ONE 13 Touch(718,800원)와 같은 엔트리급 타블렛들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방어에 나서고 있어 1위 쟁탈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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