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 날씨만큼이나 2024년 상반기 노트북 시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 이외 시장을 놓고 외산 노트북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져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거기에 AI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AI에 특화된 CPU를 탑재한 신제품을 내놓느라 정신이 없던 시기이기도 했다.
외산 노트북을 대표하는 제조사는 크게 ASUS, 레노버, HP, 그리고 MSI라고 손꼽을 수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제품을 제외한 조건에서 2024년 상반기 판매량 점유율을 살펴보면 레노버가 34.04%로 1위, ASUS와 MSI가 16.58%, 16.49%로 거의 비슷한 점유율로 2, 3위를 차지하고 HP가 13.48%로 4위에 머물렀다. 그 뒤로 12% 정도인 애플을 제외하곤 거의 10% 미만 점유율을 보인다.
제조사별로 제품 콘셉트나 디자인 철학은 모두 다르지만 일정한 라인업으로 정리가 가능해,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을 위한 라인업 정리 콘텐츠도 시리즈로 제작했었다. 하여 2024년도 절반이 지난 이 시점에, 과연 제조사별로 어떤 라인업과 브랜드가 사랑받았는지,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다나와 리서치 판매량 점유율 기준 2020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의 결과를 비교해 어떤 라인업이 사랑받았고 또 어떤 라인업이 사라졌는지 정리를 해보자.
먼저 IT 기기 시장의 영원한 강자, ASUS의 성적표부터 확인해 보자. ASUS의 대표 보급형 라인업 비보북의 인기가 2020년부터 쭉 이어진다. 2022년 들어 잠시 판매량 점유율이 15.26%까지 내려와 TUF Gaming 라인업에 1위를 내주었지만, 바로 점유율을 회복해 2024년 상반기엔 28.15%로 1위를 탈환한 모습이다. 하지만, 보급형 게이밍 노트북인 TUG Gaming과 불과 2% 남짓한 차이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 2024년 상반기 ASUS 노트북 중 판매량이 제일 많은
ASUS 젠북 14 OLED UX3405MA-PP208W (SSD 512GB)
프리미엄급 노트북인 젠북은 작년까지만 해도 10%도 안되는 점유율을 보였다가 올 상반기 드디어 12.43%까지 올라간 모습이다. 상반기 ASUS 노트북 중 판매량 1위 제품이 비보북 계열이 아닌 ASUS 젠북 14 OLED UX3405MA-PP208W (SSD 512GB)<1,349,000원>이라는 사실이 젠북의 상승세를 확실히 설명해주는 것 같다. 아직 비보북과 TUF Gaming에 비해 점유율이 절반 수준이지만, 증가 추세를 보면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고급형 게이밍 노트북인 ROG 시리즈는 STRIX가 12%대, 제피러스가 6%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는 비보북과 TUF Gaming 중 어떤 라인업이 1위를 차지할 것이며 젠북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올라가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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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로 시작해 비즈니스로 끝난다는 레노버는 앞서 살펴본 ASUS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다. 아이디어패드의 독주가 오랜 기간 이어진 게 그 원인이다. 레노버의 보급형 노트북 라인업인 아이디어패드는 2020년 무려 61.7%의 점유율을 보이다가 2023년 49.87%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역시 2024년 상반기에 금방 점유율을 회복해 56.66%로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 100만 원 미만이라는 절정의 가성비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 2024년 상반기 레노버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lim1-15ALC R5 WIN11 16GB램 (SSD 256GB)<417,270원>
반면 레노버의 상징인 씽크패드 시리즈는 줄곧 10% 언저리를 기록하다가 2024년 상반기엔 8.65% 성적을 올렸다. 씽크패드의 명성만큼 판매량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라 느껴진다. 게이밍 기어 라인업이 LEGION은 작년까지만 해도 14.72% 점유율을 보였으나 2024년 상반기 들어 7.51%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모습이다. 아무래도 LEGION의 하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는 LOQ가 작년 3.53%에서 올해 6.11%까지 차지하며 게이밍 노트북 파이를 나눠가짐으로 나타나는 추세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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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와 비즈니스 콘셉트 노트북으로 쌍벽을 이루는 HP는 세대교체가 한참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등장한 빅터스 라인업이 그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파빌리온을 밀어내면서 39.2%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역시 다른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뛰어난 보급형 라인업인 빅터스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소비자들이 비싼 프리미엄 라인업보다 저가형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신형 CPU와 발전된 설계로 인해 라인업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마친 HP의 마케팅도 한 몫했다고 여겨진다.
▲ HP의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인 오멘 시리즈가 판매량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HP 오멘 16 슬림 u0038TX (SSD 1TB)<2,249,000원>
더불어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인 오멘의 선전도 눈에 띈다. 오멘 라인업은 2023년을 기점으로 전년 대비 2.5배 성장함에 따라 2024년 상반기엔 28.69% 점유율을 기록했다. 굳이 게이밍 노트북이 아니어도 비즈니스 콘셉트 제품으로 충분히 먹고살 만한(?) HP이기 때문에 오멘의 선전이 의외의 결과로 느껴지지만, 초슬림한 바디에 디자인까지 호평을 받는 터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반면 빅터스에게 자리를 내준 파빌리온과 파빌리온 게이밍 라인업은 아예 단종되거나 5% 미만 점유율로 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이라 노트북 시장의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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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밍 노트북 위주인 MSI는 GF 시리즈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다나와 카테고리 분류상 보급형 라인업인 소드와 씬이 GF 시리즈로 묶인 영향이 크다. 2022년 한때 57.05%까지 치솟았던 GF 시리즈의 판매량 점유율은 올 상반기 들어 46.04%로 살짝 낮아졌지만, MSI 노트북 라인업 중 1위는 계속 유지하는 모습이다. 역시나 소드와 씬은 타이탄, 스텔스 등 상위 노트북보다 가격이 거의 100만 원 정도 내려감과 동시에 스펙도 낮아진 가성비 제품군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한층 더 자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플래그십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은 상위권에선 보이지 않고 보급형 라인업인 사이보그와 브라보가 같이 집계된 것이 그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 소드와 씬 라인업이 함께 집계된 MSI GF시리즈가 1위를 차지했다.
MSI GF시리즈 Sword GF76 B13VFK (SSD 512GB)<1,384,000원>
반면 게이밍 노트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 제품군인 모던과 크리에이터 라인업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아무래도 MSI가 게이밍 노트북을 중점적으로 마케팅하다 보니 상대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향이 크다고 느껴진다. 두 라인업 모두 10% 미만 점유율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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