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또 엔비디아’하는 것인가? 올해 엔비디아만큼 세간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제조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AI라는 파도가 몰려오면서 엄청나게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엔비디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주가의 등락폭이 매번 가파르게 그려지곤 한다.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의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는 제품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항상 전제가 깔리는 이야기가 바로 가격이다. PC를 구성하는 부품 중 CPU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가장 비싼 부품이라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정말 중요하고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엔비디아는 과거 RTX 20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SUPER 네이밍을 다시 꺼냈다. 대상은 RTX 4080 SUPER, RTX 4070 Ti SUPER, RTX 4070 SUPER로 리네이밍 전 성능과 가격의 밸런스가 애매해 항상 논란이 되었던 칩셋 제품군이다. 덕분에 RTX 4080과 RTX 4070 Ti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되었고 RTX 4070은 공식적으로 50달러 정도 가격이 인하되어 판매가 유지되었지만, RTX 4070 SUPER의 가성비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라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등장과 동시에 그래픽 카드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꿔버린 SUPER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다나와 리서치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바대로 SUPER의 등장으로 인해 RTX 4080, RTX 4070 TI는 단종되어 판매량 점유율이 급감한 모습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전체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판매량의 7.95%와 0.58% 점유율을 보였던 RTX 4070 TI, RTX 4080은 0%에 수렴하고 있고, 그나마 살아남은(?) RTX 4070은 7.24%에서 1.91%까지 떨어졌다.
반면 SUPER 시리즈는 등장과 함께 급격한 판매량 점유율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을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가장 가성비와 밸런스가 맞는다고 평가되는 RTX 4070 SUPER는 한때 14.86%까지 올랐다가 7월 들어 12.73%로 살짝 내려왔다. RTX 4070 Ti SUPER는 6.5%, RTX 4080 SUPER는 4.55% 점유율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출시 전 0.58%에 불과했던 RTX 4080의 자리를 RTX 4080 SUPER가 대체함으로써 4.55%까지 올려놨다는 것. SUPER 시리즈 중 유일하게 가격이 인하된 상태로 출시되어 그동안 RTX 4080의 가격이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비쌌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칩셋별 평균 가격 변화도 SUPER 시리즈의 성패를 잘 설명한다. 모든 전자제품이 그렇듯이 SUPER시리즈 그래픽카드도 출시된 뒤 가격이 계속 떨어졌다. 4070 SUPER의 평균 가격은 7개월 동안 약 3만 원, 4070 Ti SUPER는 7만 원, 4080 SUPER는 11만 원 정도 하락했다. 하락폭만 놓고 보면 RTX 4080 SUPER가 가장 구매 욕구를 자극한 제품군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6월에는 출시가에서 약 14만 원까지 내려간 가격대였기 때문에 기존 RTX 4080의 판매량 점유율을 훌쩍 상회하는 성적표를 거두었으리라 생각된다. 환율을 떠나서 RTX 4080의 출시가가 1199달러, RTX 4080 SUPER의 출시가가 999달러임을 상기해 보면 이런 가격 하락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소인지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는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칩셋에 따라 양상이 살짝 다르다. 판매량 점유율이 가장 높은 RTX 4070 SUPER는 기가바이트가 35.91%로 1위, 이엠텍이 22.39%로 2위, MSI가 18.57%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RTX 4070 Ti SUPER는 MSI가 27.27%로 1위, 이엠텍이 22.84%로 2위, 갤럭시가 21.81%로 3위다. RTX 4080 SUPER는 이엠텍이 30.99%로 1위, MSI 15.17%로 2위, 기가바이트가 14.14%로 3위로 나타났다. 각 제조사 혹은 유통사마다 쿨링 솔루션과 오버클럭 수율이 달라 정확한 소비 성향 파악은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은 제품이 더 인기를 끄는 건 사실이라, SUPER 시리즈의 성패는 확실히 가격이 좌지우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RTX 4070 SUPER 그래픽카드 판매량점유율 Top3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2024. 1~ 2024. 7)
1위 / GIGABYTE 지포스 RTX 4070 SUPER WINDFORCE OC D6X 12GB 제이씨현<911,150원>
2위 / MSI 지포스 RTX 4070 SUPER 게이밍 X 슬림 D6X 12GB 트라이프로져3<977,910원>
3위 / 이엠텍 지포스 RTX 4070 SUPER MIRACLE X3 WHITE D6X 12GB<932,880원>
RTX 4070 Ti SUPER 그래픽카드 판매량점유율 Top3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2024. 1~ 2024. 7)
1위 / 이엠텍 지포스 RTX 4070 Ti SUPER BLACK STORM OC D6X 16GB<1,219,580원>
2위 / 갤럭시 GALAX 지포스 RTX 4070 Ti SUPER EX GAMER BLACK OC D6X 16GB<1,268,900원>
3위 / MSI 지포스 RTX 4070 Ti SUPER 게이밍 X 슬림 D6X 16GB 트라이프로져3<1,244,100원>
RTX 4080 SUPER 그래픽카드 판매량점유율 Top3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2024. 1~ 2024. 7)
1위 / 이엠텍 지포스 RTX 4080 SUPER BLACK STORM OC D6X 16GB<1,599,580원>
2위 / MSI 지포스 RTX 4080 SUPER 게이밍 X 슬림 D6X 16GB 트라이프로져3<1,658,850원>
3위 / 이엠텍 지포스 RTX 4080 SUPER MIRACLE WHITE D6X 16GB<1,609,660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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