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2023년 발표한 ‘디지털 발전 대시보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접속 가구의 비중이 조사 대상 8개 국가 중 유일하게 100%를 차지한 것을 봐도 증명된다. 이에 따라 가구당 유무선 공유기의 보급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시장 조사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 6W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무선 라우터, 즉 유무선 공유기 시장의 규모는 약 3억 5천만 달러, 약 4692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더불어 2031년까지 연간 약 10.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양적 팽창과 더불어 유무선 공유기 시장의 변화는 무선 속도 규격이다. 2024년 초 Wi-Fi 7의 표준안이 마련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차세대 규격이 속속 등장하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아직은 Wi-Fi 6가 일반적인 규격이지만, 또 언제 어떻게 변화의 바람이 불지 모를 일이다. 하여 이번 차트뉴스에서는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선 속도 규격별 유무선 공유기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예정이다. 양적, 질적 팽창을 겸하는 유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무선 속도 규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나 함께 살펴보자.
현재 대세로 알려진 Wi-Fi 6 규격은 생각보다 탄생한지 오래되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KT와 SK텔레콤이 시험 서비스를 한 이래 급성장한 것이다. 다나와 리서치에 집계된 판매량 점유율 기준 2020년 1.3%로 시작해 해마다 10배 이상씩 증가하여 2024년 8월 72.29%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다나와에서 판매되는 유무선 공유기 10대 중 8대는 Wi-Fi 6 규격이라는 말이다.
반면 기존 대세 규격이었던 Wi-Fi 5는 2019년 71.9%까지 판매량점유율을 차지했다가 계속 점유율이 떨어져 2024년 8월엔 13.21%까지 내려갔다. 실로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모습이라 하겠다. 더불어 Wi-Fi 6에서 6GHz 대역까지 넓힌 Wi-Fi 6E는 성장세가 매우 둔한 편이다. 2022년 상용화 이래 성장세를 보이나 아직은 미비한 수치인 5.56%에 그치고 있다.
평균 가격은 Wi-Fi 6E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Wi-Fi 6 규격 제품의 평균 가격은 1년 새 3만 원 정도 하락했고, Wi-Fi 4와 Wi-Fi 5 규격 제품은 1만 원 정도 하락했다. 반면, Wi-Fi 6E는 1년 전 평균 29만 원을 기록하다가 현재 22만 원 대까지 떨어져 약 7만 원의 낙폭을 보인다. 전 규격을 통틀어 가격대가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고급형 제품의 경우 200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가격으로 시장의 안정성을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Wi-Fi 6와 Wi-Fi 6E 규격을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에겐 아직 대중화가 덜 된 Wi-Fi 6E보다는 Wi-Fi 6 규격 제품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것으로 판단된다.
유무선 공유기의 외형적 특징도 일정한 소비 트렌드를 보인다. 유선 랜포트의 개수를 보면 1Gbps를 지원하는 포트를 4개 갖춘 제품이 약 71.46%로 대세를 이루었다. 100Mbps 급 4포트 제품이 11.78%, 1Gbps 급 3포트 제품이 6.92% 판매량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수치는 인터넷 가입 속도가 어떻든 간에 국내 가정 중 열에 일곱은 Gbps 급 네트워크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유무선 공유기에 연결되는 IoT 제품의 증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안테나 개수는 4개 제품이 66.4%, 5개 제품이 14.67%, 2개 제품이 7.55%를 차지했다. 과거 유무선 공유기가 갓 공급되었을 무렵엔 1~2개짜리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나 무선 데이터 수신율을 높이고 속도가 증가하는 변화를 맞이해 안테나 개수도 점점 늘어 4개가 대세가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가장 일반적인 유무선 공유기의 형태는 1Gbps급 유선 4포트에 안테나가 4개짜리라 하겠다.
유무선 공유기 제조사는 무선 속도 규격을 막론하고 EFM이 꽉 잡고 있다. 표준안이 나온 지 1년도 안된 Wi-Fi 7을 제외하고는 모든 규격에서 7~80%를 EFM이 차지한 모습이다. 워낙 오랫동안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EFM의 점유율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거나 뒤집히는 상황은 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급화 전략을 지향하고 있는 ASUS는 Wi-Fi 6 규격에서 16.55% 판매량 점유율로 다른 규격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외로 Wi-Fi 6E 규격에서 2.11%에 불과한 판매량 점유율을 보이지만, 현재로썬 EFM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 판매량 점유율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P 링크는 규격이 새로워질수록 판매량 점유율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지만, 차세대 규격에서는 과연 EFM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무선 공유기 판매량 점유율 Top5
(다나와 리서치 판매량 데이터 기준, 2023. 9 ~ 2024. 8)
1위 / EFM ipTIME AX3000M 유무선공유기<79,000원>
2위 / EFM ipTIME AX1500R 유무선공유기<32,900원>
3위 / EFM ipTIME AX6000M 유무선공유기<122,100원>
4위 / EFM ipTIME AX2004 유무선공유기<58,900원>
5위 / EFM ipTIME A604SE 유무선공유기<25,900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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