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시장은 항상 뜨겁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삼성, LG를 제외하고도 해외 굴지의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제품들이 1년 내내 각축전을 벌인다. 특히 ASUS, 레노버, HP, MSI로 손꼽히는 메이저 브랜드는 각 제조사가 자랑하는 다양한 콘셉트와 특장점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요소가 되곤 한다. 특히 AI가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키워드로 등극하면서 NPU를 탑재한 CPU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출시됨에 따라 이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들이 다시 한번 노트북 시장을 바꾸고 있어 제조사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여 이번 차트뉴스에서는 삼성, LG를 제외한 외산 노트북들이 지난 1년간 얼마나 선전을 펼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데이터는 다나와 리서치 판매량 기준이다.
먼저 외산 노트북 시장의 전체 판도를 훑어보자. 지난 상반기에 이어 여전히 레노버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1/4분기 37.78%까지 올라갔던 레노버의 판매량 점유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급기야 12월에 27.71%까지 떨어진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레노버의 독주에 나머지 시장을 ASUS, MSI, HP 등이 나눠먹던 그림이었다면, 하반기부터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중에서도 9월 인텔 루나 레이크 CPU 출시에 힘입은 ASUS의 약진과 MSI 게이밍 노트북의 꾸준한 상승세가 눈에 띈다. ASUS는 연초 10%대 후반 점유율을 보이다가 9월을 기점으로 22.43%까지 뛰어오르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ASUS는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 MSI가 게이밍 노트북 콘셉트를 무기로 하반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ASUS의 턱 밑까지 따라온 것이다. AI CPU의 순풍 없이 거의 게이밍 노트북만으로 이 정도 상승세를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역설적인 것은 10월 M4 칩셋을 탑재한 새로운 맥북이 발표되었음에도 APPLE의 판매량 점유율은 오히려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판매량 점유율 1위인 레노버의 연도별 라인업 판매량 점유율이다. 여전히 보급형 라인업인 아이디어패드 시리즈가 과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100만 원 미만의 가성비 제품이 대부분이라 구입 시 부담이 적고 노트북을 이루는 스펙도 게이밍을 제외한 나머지 환경에서 적절한 구성이어서 인기가 많다. 아이디어패드 못지않은 가성비를 보이면서 비즈니스 콘셉트로 제작되는 씽크북의 선전도 눈에 띈다. 씽크북 시리즈는 2년 전까지만 해도 6.62%에 그쳤으나 별도의 신제품 출시 없이 13.22%까지 올랐다. 인텔의 신형 CPU가 3D 그래픽 분야보다 AI, 콘텐츠 제작에 더 중점을 둔 방향으로 선회함에 따라 이를 탑재한 씽크북의 신제품에 더욱 기대가 되는 분위기다.
▲ 2024년 레노버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Slim1-15ALC R5 WIN11 16GB램 (SSD 256GB)<430,180원>
반면 게이밍 노트북 콘셉트인 LEGION 라인업은 14.72%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가 이내 하락세를 보이고 7.97%로 마감했다. 더불어 고스펙 계열인 씽크패드나 요가까지 미진한 모습을 보여 레노버 노트북 전체의 판매량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준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아무래도 가성비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최근 노트북 시장이 그리 녹록지 않은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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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S는 레노버와는 반대로 가성비 게이밍 노트북인 TUF Gaming 라인업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12.58%였던 판매량 점유율이 점점 성장세를 거듭한 결과 34.38%까지 뛰어올랐다.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TUF Gaming 고유의 디자인 콘셉트와 밀리터리 등급 내구성에 소비자들이 많은 표를 준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고급형 라인업인 ROG STRIX와 ROG 제피러스는 일정한 판매량 점유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가격이 상당히 높음에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성비 저스펙 노트북 위주의 레노버와는 반대로 고스펙 기종의 선전이 ASUS의 특징이라 하겠다.
▲ 2024년 ASUS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
ASUS TUF Gaming A15 FA507UV-HQ095 (SSD 512GB)<1,448,000원>
그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어 ASUS의 간판으로 군림했던 비보북 시리즈는 판매량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한 모습이다. 한때 46.6%까지 기록했던 판매량 점유율이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비보북의 프리미엄 버전인 비보북 프로의 판매량 점유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프리미엄 노트북 계열인 젠북 시리즈는 비록 10% 미만 점유율이지만, 지난 연도들과 비해 약간 상승한 상태다. ASUS 노트북 전체 점유율에서 게이밍 노트북과 고급형 하이엔드급 제품의 비중이 증가하고 비즈니스나 일반 콘셉트의 제품의 비중은 감소하는 형국이라 레노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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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도 자체 라인업 간 판매량 점유율 변화가 심한 편이다. 그동안 과반을 넘는 점유율로 MSI의 대표 라인업으로 자리 잡고 있던 GF 시리즈가 39.53%대로 내려앉았고 한때 18.17%까지 판매량 점유율을 기록했던 GP 시리즈가 최근 1년 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MSI 노트북에는 워낙 많은 라인업과 서브 브랜드가 있다 보니 기타로 집계된 판매량 점유율이 32.31%로 집계된 것도 눈에 띈다. 이 기타 항목에 분류된 라인업 중에서는 AMD CPU를 탑재한 알파, 씬 등이 12% 넘는 비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중 씬 라인업은 12월 한 달 동안 16%까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여 MSI의 게이밍 노트북도 점차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으며 GF, GP 시리즈의 뒤를 사이보그, 소드, 알파, 씬이 이어나가는 흐름이라 해석된다.
▲ 2024년 MSI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
MSI GF시리즈 Sword GF76 B13VFK (SSD 512GB)<1,238,000원>
게이밍 노트북이 아닌 나머지 점유율에서는 모건과 크리에이터 시리즈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아무래도 MSI의 메인 간판은 게이밍 노트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라인업이긴 하나 인텔과 AMD의 새로운 AI CPU 수혈을 받으면 존재감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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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2023년 일찌감치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빅터스 시리즈가 2022년 출시 1년만에 HP 노트북 시장의 40.51%를 넘게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 여파가 이어져 최근 41.42% 판매량 점유율을 기록했다. 덕분에 기존 1위 점유율이었던 파빌리온, 파빌리온 게이밍은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게이밍 노트북인 오멘은 2023년 급성장해 최근에는 25.0%까지 판매량 점유율이 올랐다. 게이밍 노트북치고는 과하게(?) 얇은 슬림형 바디가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과거 프리미엄 비즈니스 콘셉트로 유명했던 HP가 이제는 가성비 비즈니스, 혹은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으로 인지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해도 무방하다.
▲ 2024년 HP 노트북 중 판매량 점유율 1위
HP 오멘 16 슬림 u0038TX (SSD 1TB)<2,269,000원>
그나마 오피스 콘셉트를 계속 이어가는 프로북의 존재가 HP의 과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급하락 후 서서히 비중이 늘어나더니 최근엔 14.01%까지 올랐다. 약 100만 원 내외의 가격대로 미 국방성 테스트인 MIL-STD-810H를 통과했고 HP Sure Sence 같은 보안 시스템을 탑재해 예전 HP 비즈니스 노트북의 명성과 수명을 이으려고 노력 중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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