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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끈적한 여름 날씨에는 시원한 음료 한 잔이 더위를 잊게 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귀해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던 노점상 아저씨에게 불량식품 음료를 사 마시거나, 커피 믹스를 타서 얼음을 띄워 먹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편의점이나 동네 구멍가게만 가도 얼음처럼 차가운 음료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다. 산업화와 함께 식품공학이 발전하면서 가장 먼저 진화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음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카콜라와 펩시도 어느덧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니 말이다.
우리나라 음료 시장만 봐도 지지않는 태양임이 느껴진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음료 시장은 약 11조 536억 원 규모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7.2%의 성장을 기록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크게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게 변화됨과 함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들이 시장을 채우면서, 음료 소비 행태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류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됐고, 이에 따라 ‘제로칼로리 음료’가 음료 시장의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다나와 리서치 자료의 지난 1년간 음료 제품 판매량 점유율을 보면, 탄산음료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이 관측된다. 탄산음료의 점유율이 가장 낮은 달에도 전체 음료 중 47.75%를 차지했으며, 반대로 가장 높은 달에는 61.47%에 달했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탄산음료는 전체 음료 판매 중 53.4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이온음료가 10.74%, 차 음료가 10.49%, 에너지 드링크가 8.9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같은 수치는 탄산음료가 여전히 다나와 이용자들의 선택에서 가장 강력한 카테고리임을 나타낸다.
탄산음료는 여름철에 특히 많이 팔린다는 점이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즉 여름철 판매량이 전체 연간 판매량의 30.99%를 차지했으며, 가을에는 24.74%, 겨울에는 22.32%, 봄에는 21.93%로 나타났다. 특히 6월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초여름 무렵 시작되는 더위가 소비자들의 탄산음료 소비를 크게 자극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연중 기온이 가장 낮은 2월의 판매량이 가장 적었던 점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탄산음료 내에서도 세부 카테고리별로 판매 편차가 뚜렷하다. 콜라류가 56.3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절대 강세를 보였고, 사이다류가 17.56%, 탄산수류가 11.47%, 환타·웰치스류는 7.33%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탄산수류가 3위를 기록한 점은 눈에 띈다. 이는 건강을 고려한 소비뿐 아니라, 한동안 유행했던 위스키 하이볼의 베이스로 자주 사용되며 이른바 ‘짝으로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콜라와 사이다류가 1, 2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소비자들의 탄산음료를 찾는 목적이 ‘단맛’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펩시 제로 라임'의 광고 영상
<출처 : STARSHIP 유투브 채널>
탄산음료의 강한 단맛은 필연적으로 설탕과 액상과당의 과도한 섭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러한 당류의 과잉 섭취는 당뇨를 비롯한 내분비계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이에 따라 탄산음료를 기피하려는 소비자들도 많아진 상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주요 제조사들은 ‘제로 칼로리’ 제품을 앞세워 탄산음료의 일종의 ‘원죄’를 씻어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로 칼로리’, 흔히 ‘제로 음료’로 불리는 이 제품들은 설탕 대신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 같은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단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설탕은 섭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일종의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Chill’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제로 음료는 이제 음료 시장의 거대한 흐름이자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제로 음료의 유행은 다나와 리서치 자료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2021년부터 2022년 중반까지만 해도 제로 음료와 일반 탄산음료는 거의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다. 당시 제로 음료는 49.39%, 일반 탄산음료는 50.61%로 시장을 반반씩 나눠 갖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1년 사이 제로 음료는 전체 탄산음료 중 58.15%를 차지하며 과반을 넘어섰고, 일반 탄산음료는 41.85%로 감소했다. 이로써 제로 음료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음료 시장의 ‘기본 옵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탄산 음료의 제품군별로 살펴보면 콜라 카테고리에서 이런 유행이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콜라류 판매에서 제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8%로, 이미 오리지널 제품의 자리를 대체해버린 상황이다. 펩시와 코카콜라 양사의 경쟁 구도 안에서 제로 음료는 중요한 전략 제품으로 부상했고, 소비자 인식 개선과 함께 강도 높은 마케팅이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펩시 제로 라임'은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코카콜라의 위상을 흔들었을 정도다. 이에 코카콜라는 설탕에 이어 카페인 성분까지 제거한 '코카콜라 제로 제로' 등의 신제품이 공격적으로 라인업에 추가해 제로 음료 경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콜라류와는 달리 사이다나 환타·웰치스 계열에서는 제로 제품의 점유율이 각각 58% 안팎으로, 콜라만큼의 급속한 잠식은 아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을 넘어선 모습이다.
지구 환경 오염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여름철 탄산음료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로 음료 열풍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탕 섭취를 줄이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주류와의 믹스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제로 음료의 성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거대한 제로 음료의 파도는 비단 탄산 음료 시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 이온 음료, 심지어 식혜같은 전통 음료 시장에도 등장하고 있다. 무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셀 수도 없이 다양해진 제로 음료로 더위를 식혀보는 건 어떨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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