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600T ARGB<38,900원>
지친다. ‘폭염’이라는 단어조차 이제는 듣기 싫을 정도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몸도 마음도 녹아내린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 정도로 뜨거운 바깥 날씨라면, 수많은 부품이 밀집된 PC 내부는 어떨까? 온도 센서를 확인해보면 CPU 온도가 80도를 넘나든다. 이쯤 되면 정말 무사한 건지 걱정이 될 정도다.
▲ DEEPCOOL AG620<37,520원>
고성능 CPU가 기본이 된 요즘, 발열 관리는 단순한 쿨링을 넘어 시스템 안정성 전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지금처럼 극한의 더위가 일상화된 날씨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이럴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CPU 쿨러다. 최근에는 수랭 쿨러 못지않게 공랭 쿨러의 성능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CPU의 고열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게다가 제조사들이 번들 쿨러를 생략하고 CPU를 판매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사제' 공랭 쿨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마치 사람이 에어컨 앞에서 겨우 숨을 돌리듯, CPU에게도 쿨러는 생존에 가까운 필수 장비인 셈이다.
최근 2년간의 다나와리서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공랭 쿨러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대세를 이루고 있었던 싱글 타워형 제품은 60.14%에 달했던 점유율이 47%대로 하락했다. 반면, 듀얼 타워형 제품은 32.88%에서 시작해 현재는 47.87%로 오르며 사실상 주도권을 가져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3월을 기점으로 더욱 뚜렷해졌다. 고성능 CPU의 보급과 함께 고효율 쿨링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머지않아 듀얼 타워 쿨러가 확실한 시장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듀얼 타워형 쿨러는 구조적으로 싱글 타워 쿨러 두 개를 병렬로 붙여놓은 형태다. 당연히 사용되는 재료가 많아지고 제조 공정도 복잡해지다 보니, 가격 역시 그만큼 올라가는게 순리다.
▲ DEEPCOOL AG400<21,520원>
최근 1년간 싱글 타워 쿨러의 평균 가격은 약 2만 6천 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듀얼 타워 제품은 5만 원대 초반에서 시작해 현재는 평균 5만 6천 원대로 오르며 천천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비용 상승, 환율 불안정, 물류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에도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번들 쿨러가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PC 견적에 5만 원 정도는 공랭식 CPU 쿨러 가격으로 더 보태야 PC를 완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점차 뿌리내리고 있는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CPU의 성능이 오를수록 발열도 함께 높아진다. 특히 최신 CPU일수록 공정이 발전했음에도 집적도가 높아질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열문제는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된다. 이에 따라 공랭 쿨러가 감당할 수 있는 TDP 범위 역시 달라지고 있다.
▲ 3RSYS Socoool RC1900N 솔더링 (블랙)<72,630원>
4년 전만 해도 250~~299W TDP를 지원하는 고성능 쿨러의 시장 점유율은 5.75%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43%로 폭증하며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단계 낮은 200~~249W 제품군 역시 2년 전 50.53%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40.92%로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핵심이다. 반면 170~199W급 공랭 쿨러는 4년 전 44.05%의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현재는 6.87%로 급락하며 빠르게 도태되는 모습이다. 이는 인텔과 AMD가 고성능 멀티코어 CPU를 본격화함에 따라 쿨러 역시 더 높은 TDP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흐름을 반영한다.
공랭 쿨러는 수평 방향으로 장착되며 CPU 소켓에 물리적으로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쿨러 자체의 무게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케이스 내 공간 활용성과 장착 안정성을 고려할 때, 공랭 쿨러의 무게는 제품 선택에서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 PCCOOLER CPS RT620 (블랙)<35,900원>
흥미로운 점은, 듀얼 타워가 흥하고 있음에도 쿨러 자체의 무게가 그다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판매 데이터 기준 600g대 제품이 25.15%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4년 전 1위였던 700g대 제품은 36.34%에서 크게 감소했다. 얼핏 보면 오히려 700g대에서 600g대로 더 가벼워진 것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는 쿨링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경량화에 성공한 차세대 제품들이 등장한 것과 내부가 넓은 어항형 케이스가 대중화되면서 발생한 소비자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800g대 제품이 13.67%, 1.3~1.5kg에 달하는 초대형 제품도 13.34%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공랭식 CPU 쿨러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추세라는 것을 암시하는 포인트다.
제조사별 판매량 점유율을 보면, Deepcool이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자사의 AG 시리즈를 앞세워 25.72%라는 높은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대표 제품인 AG400은 2만 원대의 합리적 가격과 우수한 성능으로 싱글 타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고, AG620은 듀얼 타워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Deepcool 뒤로는 국산 브랜드 3RSYS가 15.45%, 가성비 라인업이 강한 PCCOOLER가 12.77%, 그리고 하이엔드 유저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는 Thermalright가 10.98% 점유율로 나타났다.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서린<38,430원>
듀얼 타워가 대세로 올라선 공랭식 CPU 쿨러 시장. 이제는 무게, 크기, TDP 대응 능력, 가격까지 모두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덩치가 곧 쿨링 성능’이라는 단순한 공식만으론 부족하다. 자신의 케이스 구조와 메인보드 여유 공간에 맞으면서도, 충분한 냉각 성능을 보장하는 제품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최근엔 디스플레이가 달린 모델, 거대한 일체형 디자인까지 등장하며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그만큼 소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는 뜻이다. 미치도록 뜨거운 한여름, CPU라도 조금 시원하게, 메인보드엔 부담을 덜어주는 현명한 선택을 하자.
공랭식 CPU 쿨러 판매량 점유율 Top5
(다나와 리서치 기준 2024. 7~2025. 6)
1위 / DEEPCOOL AG400<21,520원>
2위 / DEEPCOOL AG620<37,520원>
3위 / Thermalright Peerless Assassin 120 SE 서린<38,430원>
4위 / PCCOOLER PALADIN 400 (블랙)<27,910원>
5위 / 쿨러마스터 HYPER 620S ARGB<37,190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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