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SENCORE KLEVV DDR5-6000 CL30 URBANE V RGB 패키지 서린 32GB<176,870원>
메모리의 세대 교체는 언제나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2021년 11월 DDR5 메모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DDR4에서 DDR5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CPU와 메인보드까지 함께 교체해야 하는 높은 진입 장벽이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DDR4 메모리만으로도 충분한 성능과 안정성을 누릴 수 있었던 만큼, 굳이 서둘러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출시 3년이 지난 2025년 1월, DDR5는 결국 DDR4를 완전히 따돌리며 본격적인 대세 규격으로 자리 잡았고, 불과 반년이 지난 7월에는 전체 메모리 판매량 점유율에서 63.89%를 기록하면서 DDR4의 33.56%를 확실히 넘어서는 격차를 만들어냈다. 이제 PC 시장은 확실히 DDR5 쪽으로 기울었고, 그 배경에는 가격, 성능, 그리고 제조사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마이크론 Crucial DDR5-5600 CL46 PRO 패키지 대원씨티에스 32GB<135,840원>
DDR5가 시장을 장악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23년 5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DDR4의 판매량을 추월했지만, 이후에도 두 규격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 심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업그레이드 비용 부담의 증가와 팬데믹 이후 물가와 부품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인텔과 AMD가 차세대 CPU 라인업에서 DDR5를 기본 지원하도록 전환하고,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보급형 제품군에도 DDR5를 적극 적용하면서 판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DDR5는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DDR5 단일 모듈의 용량별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16GB 기준으로 2025년 1월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6만 원 중반대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7만 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하면 모듈당 15,000원이 올랐고, 보통 PC 메모리는 듀얼로 구성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체감 가격 차이는 3만 원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시기 32GB 단일 모듈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3만 원대에서 출발한 가격이 어느새 15만 원대로 올라서면서, 듀얼 구성 시 5만 원 이상 오른 것으로 체감된다.
▲ TeamGroup DDR5-5600 CL46 Elite 서린 (16GB)<65,920원>
이런 상승세는 2025년 1월 말,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DDR4 생산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공급망이 크게 흔들린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다. 정작 DDR5 생산 라인의 확대와 안정화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여기에 계절적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름세를 타게 된 것이다. 특히 연초는 신학기와 기업용 PC 교체 수요가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메모리 시장의 수요 압박이 더욱 커진다. 결국 DDR5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을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오랫동안 메모리 시장을 지배해온 삼성전자의 독주가 끝나고 있다. 그동안 40% 이상의 과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과시했지만, 2025년 들어 급격한 하락세가 뚜렷히 나타난다. 특히 4월에는 팀그룹과의 격차가 불과 6%대까지 좁혀지며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에센코어가 점유율을 18.76%까지 끌어올리면서 팀그룹을 다시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7월 기준으로는 37.3%까지 잠시 회복중인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변화다.
▲ PATRIOT DDR5-6000 CL30 VIPER VENOM 패키지 32GB<125,350원>
이 같은 흐름에는 메모리 모듈당 가격 경쟁력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 DDR5 16GB 모듈이 7만 3천 원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팀그룹과 에센코어는 6만 7천 원대 제품을 앞세워 가성비를 내세웠다. 단순히 6천 원 차이지만, 듀얼 메모리 구성을 고려하면 14만 6천 원 대와 13만 4천 원 대의 간극으로 벌어지며 소비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제품별 점유율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전히 삼성전자 DDR5-5600 16GB 모듈이 31.15%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팀그룹 DDR5-5600이 15.11%를 기록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32GB 모듈은 9.63%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 DDR5 16GB는 6.87%, 에센코어 DDR5-5600은 6.69%를 기록했다. 삼성의 우세가 유지되고는 있으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언제든 순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삼성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 OLOy DDR5-6000 CL32 BLADE RGB MIRROR 패키지 올로코리아 32GB<192,000원>
조만간 DDR4 메모리를 완벽하게 대체할 DDR5 메모리는 가격 안정화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아직까지 생산 라인이 완전히 확충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사태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서버 수요나 PC 교체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팀그룹이나 에센코어 같은 후발 주자들의 경쟁이 더 격화되면 DDR5 메모리 가격이 더욱 요동치게 될 것이고 그 여파는 그대로 PC 시장 전체로 이어질 게 뻔하다. 결국 DDR5 메모리로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기술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과 시장 구도의 변화를 함께 풀어야하는 굉장히 큰 과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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