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AMD 유저들에게 있어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CPU 시장에서는 모두가 기다려온 라이젠 7 9800X3D가 등판하며 경쟁사 제품을 게이밍 성능에서 압도했고,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메인보드 칩셋 분야 역시 B850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AM5 플랫폼 전환 직후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로 유저들의 원성을 샀던 메인보드 시장의 진입 장벽을 올해 초 출시된 B850이 말끔하게 해소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이 아니라 PCIe 5.0과 PBO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며 AMD 생태계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올해 초 등장한 AMD B850 칩셋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메인보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다나와 리서치의 판매량 점유율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는데, 출시 초기 2.29%라는 미미한 수치로 시작했던 B850 칩셋 메인보드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지난 10월 기준 28.8%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반면 기존 세대에서 동일한 허리 라인을 담당했던 B650 칩셋은 52.99%에 달하던 점유율이 37.64%까지 내려가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은 B650이 근소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2026년에는 분명히 B850이 골든크로스를 달성하며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 GIGABYTE B850M AORUS ELITE WIFI6E ICE 제이씨현<248,980원>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의 배경에는 하위 라인업과 상위 라인업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B850 칩셋만의 경쟁력이 있다. 하위 모델인 B840이 PCIe 4.0 인터페이스에 머물고 CPU 오버클럭까지 제한된 반쪽짜리 칩셋 취급을 받으며 외면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B850 칩셋은 차세대 그래픽카드와 저장장치를 위한 PCIe 5.0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AMD 라이젠 플랫폼의 최대 강점인 PBO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며 성능에 목마른 사용자들을 다방면에서 만족시켰다.

AMD가 AM5 소켓 규격을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하기로 하면서 신구 칩셋 간의 경쟁은 필연적이었는데, 여기서 B850 칩셋 메인보드의 가격 변동 추이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B850 메인보드의 평균 가격은 약 20%에 해당하는 69,521원이나 하락했다. 구형인 B650 역시 20%가량 하락했으나 금액으로는 40,951원 하락에 그쳤다. 이로 인해 초기 약 135,926원이 넘던 두 칩셋 메인보드 간의 평균 가격 차이는 107,356원 대로 좁혀졌다. 물론 여전히 환율의 영향으로 예전 중급형 보드들에 비하면 체감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신제품인 B850의 가격 메리트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B850 칩셋이 고급 사양 유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메인보드 폼팩터의 점유율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대인 B650 칩셋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91.05%가 M-ATX 규격일 정도로 압도적인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B850은 M-ATX 비중이 74.69%로 줄어든 대신, 확장성이 좋은 ATX 규격이 21.46%까지 상승했다. 이는 비정상적으로 비싸진 상급 칩셋 메인보드 대신,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과 확장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B850 ATX 보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가성비를 넘어 메인스트림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나 다름 없다.

저장장치 환경의 변화도 B850의 인기에 한몫했다. 운영체제용 SSD와 데이터 저장용 HDD를 조합하던 공식이 깨지고, HDD가 M.2 SSD로 완벽하게 대체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대작 게임들이 수백 기가바이트를 훌쩍 넘기면서 2TB 이상의 고용량 M.2 SSD를 D드라이브 게임용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2개를 넘어 제3의 M.2 SSD 슬롯이 필요해졌는데, B850 칩셋 메인보드 중 M.2 슬롯이 3개 이상인 제품 비중이 63.12%로 과반을 차지하며 이러한 수요를 정확히 저격했다. 전 세대 B650은 슬롯 2개짜리 제품이 68.94%로 주류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스펙 업그레이드다.

제조사별 점유율 경쟁에서는 ASUS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B850 출시 초기에는 기가바이트가 공격적인 행보로 잠시 1위를 빼앗기도 했으나, 곧바로 TUF 시리즈로 전열을 가다듬은 ASUS가 40%대의 점유율을 회복하며 1위를 유지 중이다. 반면 기가바이트는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였으며, 그 틈을 타 MSI가 박격포 시리지를 앞세우며 28.8%의 점유율로 2위에 안착했다. 가성비와 실험적인 기능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ASRock은 19.22%로 3위를 기록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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