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Google Gemini 3.0 Pro
PC를 조립하거나 책상 위에 자리를 잡을 때, 모니터 다음으로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 OTT 감상과 게임을 즐기는 필자에게 그 답은 늘 북쉘프형 스피커 한 쌍이다. 크기만 봐도 존재감이 출중하지만, 무엇보다 배치하는 위치에 따라 들리는 소리와 음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PC 스피커는 CPU나 그래픽카드처럼 성능 수치로 줄 세우기 쉬운 부품은 아니지만, 막상 없으면 가장 곤란해지는 주변기기이기도 하다.

물론 소위 '사플'을 위해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착용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피커를 ‘빵빵하게’ 울려놓고 혼자 게임을 즐길 때의 만족감은, 어떤 착용형 오디오로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모니터에 내장된 스피커는 그저 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음질과 출력이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PC 견적서의 마지막 줄을 채우는 필수 요소는 스피커다. 최근 PC 스피커 시장에는 어떤 변화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을까? 이번 차트뉴스를 통해 살펴본다.

흔히 PC 스피커는 뚜렷한 성수기가 없는 제품군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다나와 리서치의 판매량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꽤 흥미로운 사실이 도출된다. 매년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시점, 즉 겨울의 초입에 스피커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겨울은 PC 스피커가 가장 잘 팔리는 계절이다.
실제로 2023년에는 해당 기간 동안 전월 대비 판매량이 약 46% 급증했으며, 2024년 역시 약 17%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2025년 12월 또한 유사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증가세는 이듬해 1월에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2월부터 점차 완만하게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계절성은 일반적인 2채널 PC 스피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참고로 뽑아본 사운드바의 월별 판매량도 일반 PC 스피커와 거의 동일한 흐름이 관찰되며, 연말연초를 전후한 소비 집중 현상임을 뒷받침한다.
역시 오픈마켓과 주요 커머스 채널을 중심으로 한 연말연초 할인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층이 게임, 유튜브, OTT 등 콘텐츠 소비 시간을 늘리면서 저가·보급형 스피커 수요를 견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1년 사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PC 스피커의 유형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2021년까지만 해도 덩치가 제법 큰 직사각형 형태의 북쉘프형과, 작고 앙증맞은 새틀라이트형 스피커가 시장을 거의 양분하고 있었다. 이 같은 구도는 2024년까지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북쉘프형이 40.78%, 새틀라이트형이 59.0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 들어서며 균형은 급격히 무너졌다. 새틀라이트형 스피커의 점유율이 73.83%까지 치솟은 반면, 한때 시장의 주류였던 북쉘프형은 26.07%로 크게 줄어든 것.
이는 책상 위 공간을 넉넉하게 차지하는 묵직한 스피커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제한된 공간에서도 부담 없이 배치할 수 있는 작고 컴팩트한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PC 환경이 점점 콤팩트해지면서, PC 스피커 역시 크기와 존재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스피커와 PC를 연결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여전히 전통적인 3.5mm AUX 단자가 전체의 5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며 주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25년 1월을 기점으로 USB-C 단자를 채택한 제품의 비중이 16.88%에서 21.06%로 확대됐다.

▲ Creative PEBBLE V3 (블랙)<62,950원>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현재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크리에이티브 ‘페블(PEBBLE)’ 시리즈의 영향이 크다. USB-C 연결을 지원하는 해당 제품군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USB-C 기반 스피커의 저변을 넓힌 것이다. 동시에 이는 스마트폰과 충전기, 각종 주변기기 전반이 USB-C 규격으로 통일되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한 연결 방식의 변화라기보다, PC 스피커 역시 ‘USB-C 중심 생태계’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USB-C의 증가는 전원 입력 방식의 점유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USB 기반 전원 방식을 채택한 스피커의 비중이 4년 새 74.43%에서 92.25%로 급증하며 사실상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과거에는 AUX 케이블과 전원 어댑터를 각각 연결했지만, 이제는 USB-C 케이블 하나로 전력 공급과 오디오 신호 전송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책상 위를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이른바 ‘데스크테리어’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은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페블 시리즈를 제외하면, 선택할 만한 USB-C 기반 PC 스피커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연결 방식의 진화에 비해 제품 선택지는 여전히 제한적인 셈이다. USB 스피커로의 완전한 전환은 다른 경쟁 스피커들이 더 등장하고 시장이 활발히 돌아간 후에야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PC 스피커 시장의 흐름은 ‘공간 효율’과 ‘편의성’으로 귀결된다. 거창한 음향 시스템보다는 좁은 책상 위를 넓게 쓰면서도 선 정리가 간편한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인기가 많은 스피커 제품들은 작은 크기에 비해 만족감이 꽤 높기 때문에 OTT, 게임 등에서 만족감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하여 다가오는 겨울방학, 나만의 아늑한 게이밍 룸을 꾸밀 계획이라면 대세로 자리 잡은 새틀라이트형 스피커를 눈여겨보자. 작지만 확실한 존재감으로 당신의 겨울을 꽉 채워줄 것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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