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ChatGPT 5.2
요즘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생필품의 물가는 물론이거니와 PC 부품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서 메모리 공정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며 PC 메모리 가격이 급등한 현실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갑지만은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SSD를 비롯한 관련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며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M.2 SSD다. SATA 인터페이스의 시대를 지나 M.2 SSD로의 완전한 세대교체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를 맞이했다. 이런 대환란(?)의 시기에 M.2 SSD 시장은 어떤 소비 패턴을 보여왔을까?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차트뉴스를 통해 그 흐름을 살펴본다.

먼저 평균 가격 상승 폭부터 살펴보자. 2025년 10월 1주부터 2026년 1월 3주까지 주 단위로 용량별 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1TB 제품군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해당 기간 동안 1TB M.2 SSD의 평균 가격은 약 14만 원 수준에서 30만 원 선까지 치솟으며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게다가 주로 보급형 PC에 장착되는 500GB 제품군 역시 평균 가격이 약 6만 7천 원에서 17만 8천 원까지 오르며, 체감상 세 배에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용량 수요가 집중되는 2TB 제품군 또한 25만 원대에서 47만 8천 원 수준으로 크게 상승하며 전반적인 가격 인상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메모리 반도체, 특히 NAND 플래시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DRAM과 NAND 플래시는 제조 공정이 서로 다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가 AI 서버용 DRAM 생산에 공통 공정을 우선 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NAND 공급이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 여파는 SSD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그래픽카드 등 메모리가 탑재되는 대부분의 PC 부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격 급등 현상은 M.2 SSD 인터페이스의 세대교체 속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PCIe 5.0으로의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PCIe 3.0 제품군을 제치고 주력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은 PCIe 4.0 제품군은 점유율을 79.98%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모습이다. 반면 PCIe 3.0 제품군은 점유율이 12.63%까지 하락하며 점차 시장에서 퇴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 삼성전자 990 EVO Plus M.2 NVMe (1TB)<305,450원>
차세대 규격인 PCIe 5.0 역시 판매 비중을 7.39%까지 확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승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이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인 M.2 SSD 본체 가격은 물론, PCIe 5.0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메인보드의 높은 가격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19년 첫 등장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인터페이스 세대교체에 따른 성능 체감이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로 인해 현재 시장에서는 여전히 PCIe 4.0 인터페이스가 성능과 가격의 균형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게 되었다.

용량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1TB 제품군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서며 명확한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시장을 이끌어왔던 500GB 제품군을 사실상 완전히 대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2TB 제품군 역시 점유율이 21.26%까지 확대되며 처음으로 500GB 제품군의 점유율을 추월했다. HDD 대신 대용량 M.2 SSD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500GB 제품군은 4년 전 48.18%에 달하던 점유율이 16.94%까지 급감하며 시장 내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 Western Digital WD BLACK SN850X M.2 NVMe (1TB)<397,640원>
다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가격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500GB 제품군이 2026년을 기점으로 일정 부분 반등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M.2 SSD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반증이다.

제조사별 점유율 구도에서도 최근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먼저 마이크론은 한때 판매량 점유율이 21.03%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6.66%까지 급락한 뒤 최근 들어 소폭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29년간 유지해 온 소비자용 브랜드 Crucial의 SSD 및 메모리 사업을 2026년 2월을 기점으로 종료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 SK하이닉스 Platinum P41 M.2 NVMe (1TB)<342,990원>
지난해까지 줄곧 1위를 유지해 왔던 SK하이닉스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2025년 초 34.3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1년 내내 이어진 하락 흐름 끝에 18.97%까지 내려앉았고, 결국 3위에 머무르며 2025년을 마감했다.
반면 WD(웨스턴 디지털)와 삼성전자는 판매량 점유율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WD는 그간 마이크론과 2%포인트 이내의 격차를 유지하며 2위권에 머물렀으나, 마이크론의 점유율 급락과 맞물리며 33.22%까지 치솟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때 30.9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약 5개월간 1위 자리를 지켰으나, WD의 급격한 상승세 영향으로 23.26%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27.15%까지 회복하며 현재 2위를 기록 중이다.

▲ ESSENCORE KLEVV CRAS C910 M.2 NVMe (1TB)<259,100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모리 제조사들의 공정 축소와 가격 급등 흐름이 지배적인 M.2 SSD 시장에서, 줄어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WD와 삼성전자가 나눠 가질지, 혹은 ESSENCORE나 키오시아와 같은 중견·중소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치고 올라올지가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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