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ChatGPT 5.2
AI가 몰고온 '혁신의 폭풍'은 반경이 매우 넓다. 이미 메모리 가격 폭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왔음에도 그래픽카드, SSD 시장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글로벌 PC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하드디스크(이하 HDD) 시장에도 폭풍이 몰아쳐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AI 서비스는 데이터를 삭제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구조다. 학습 데이터, 로그 데이터, 사용자 데이터, 결과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발전할수록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때문에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연산 능력만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 공간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므로 HDD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메모리 시장과 동일하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짐과 동시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HDD 시장에서도 감지되어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지난 2년간 PC용 HDD 판매량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판매량은 2년 전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PC 시장 전반에서 SSD가 빠르게 HDD를 대체하면서 PC에서도 HDD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 Western Digital WD RED Plus 5400/256M (4TB, WD40EFPX)<249,990원>
반면 NAS용 HDD는 반대 흐름을 보인다. NAS용 HDD 판매량은 작년 말부터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2년 전 대비 약 35%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2022년 ChatGPT 등장 이후 AI 서비스 이용량이 증가하면서 데이터 누적 속도가 빨라졌고 2025년 말부터 데이터센터 추가 설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장세로 접어든 HDD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공정을 천천히 정리하려던 시기에 데이터센터 구축용 HDD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PC, NAS용 HDD 공정을 서버용으로 전환한 것이 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판매량 변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역시 HDD의 가격이다. PC용 HDD 가격은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평균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2025년 말부터 상승 폭이 크게 가팔라졌다. 결국 2026년 2월 현재 평균 가격은 약 20만 원으로 2년 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NAS용 HDD 역시 지난 2년간 30만 원 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2025년 말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재에는 2년 전 대비 약 43% 오른 50만 원대로 약 15만 원 정도 상승한 가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증가로 인한 HDD 공급 불안이 가져온 결과라 하겠다.

PC와 NAS 각 분야의 제품군들을 용량별로 나누어보면 더욱 변화의 조짐이 확실히 느껴진다. PC용 HDD 시장에서는 여전히 2TB 제품이 점유율의 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약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판매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 Seagate BarraCuda 7200/256M (2TB, ST2000DM008)<163,650원>
그 다음은 4TB와 8TB 제품이 뒤를 잇고 있으며, 나머지 용량 제품들은 점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확실히 PC에 장착되어 사용하는 용도이다보니 10TB 이상 제품보다는 2~8TB 제품이 대세이며 1TB 제품도 약 10%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PC용 HDD의 용량별 평균 가격 변화 그래프를 보면 최근 시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먼저 판매량 점유율이 가장 높은 2TB 제품군은 1년 전 약 9만 원 후반대에서 현재 약 15만 원 후반대까지 상승하며 약 61%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4TB 제품군 역시 14만 원대에서 20만 원대로 약 6만 원가량 오르며 약 44% 상승했다. 8TB 제품도 1년 전 약 20만 원 수준에서 현재 약 29만 원까지 상승해 약 9만 원, 약 45%가량 가격이 오른 모습이다. 그래프를 보면 가격 상승의 변곡점이 2025년 10월을 기점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과 맞물리는 흐름이다.

NAS용 HDD 시장에서는 여전히 4TB 제품이 판매량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해가 갈수록 점유율은 조금씩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며, 향후 다른 대용량 제품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 뒤를 잇는 8TB와 10TB 제품은 4TB와 달리 점유율이 서서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12TB 제품은 4년 전 4.7%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47%까지 상승하며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Seagate IronWolf Pro 7200/512M (30TB, ST30000NT011)<1,459,000원>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초대용량 HDD의 등장이다. 아직 전체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2025년부터 24TB 제품이 5.09%까지 올라왔고, 30TB 제품까지 시장에 등장하면서 초대용량 NAS HDD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NAS HDD 역시 2025년 10월부터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상대적으로 저용량인 4TB와 8TB 제품은 각각 약 32%, 15% 정도 상승했고, 12TB 제품군은 약 34만 원에서 약 57만 원으로 올라 약 67% 상승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6TB 제품은 약 46만 원에서 약 68만 원으로 22만 원 상승해 약 47% 상승률을 기록했다.
10TB 미만 제품군은 그나마 30% 이하 상승률을 보였으나 그 이상 용량에서는 상승폭이 40%를 훌쩍 넘는 등 상승폭이 매우 가파른 상황이다. 항간에는 부족한 서버용 HDD를 대용량 NAS로 대체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을 정도라 공급이 부족해진 최근 상황에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AI 시대는 이미 기술 경쟁의 단계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그동안 PC 유저들의 전유물이었던 메모리와 SSD, 그래픽카드까지 데이터센터로 흡수되며 가격 상승이라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HDD 수요 역시 쉽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때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HDD가 AI 시대의 숨은 수혜 산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그 화려한 부활의 무대가 일반 사용자들의 PC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AI 시대 속에서 PC 사용자들이 다시 안정적으로 부품을 수급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지 궁금할 뿐이다. 희망만큼은 버리지 말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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