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게이밍 환경에서 마우스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대도 드물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최근 확장팩으로 재차 주목받고 있는 디아블로4에 이르기까지, 마우스의 DPI와 응답속도, 무게 같은 세부 스펙이 실제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들이 오랜 기간 인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입력장치를 넘어, 이제 게이밍 마우스는 실력을 완성하는 ‘장비’로 취급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나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키보드보다 마우스에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장비 선택은 팬들과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덕분에 최근 시장에는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정교한 기능을 갖춘 게이밍 마우스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달 차트뉴스에서는 마우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트렌드를 살펴보았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게이밍 마우스에 한정하여 여러 통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다나와는 DPI 12000, 폴링 레이트 1000Hz 이상 제품을 게이밍 마우스로 분류해 리스트업된다. 이미 대세로 군림한 유무선 겸용 게이밍 마우스를 중심으로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2026년을 관통하는 게이밍 마우스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자.

다나와 리서치의 2022년부터 2026년 4월까지의 연간 판매량 통계를 보면 게이밍 마우스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가 느껴진다. 2024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크게 뛰어오른 이후 2025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은 아직 4월까지만 집계되었음에도 이미 전년도 전체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원래 1월부터 4월까지는 신학기 무드와 각종 게임 대회 시즌이 겹치는 기간이다. 자연스럽게 부담없이 구입이 가능한 게이밍 기어 수요가 이 시기에 집중된다. 여기에 올해는 주요 제조사들의 신제품 러시까지 겹쳐졌다. 대표적인 제품이 올해 2월에 등장한 로지텍 PRO X2 SUPERSTRIKE<386,000원>와 3월에 나온 레이저 Viper V4 Pro<249,900원>같은 하이엔드 신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판매량이 증가하자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난 것이다.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던 ATK 제품군이 브라보텍과 가온인터내셔날 등 국내 유통사들을 통해 정식 유통되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해외 직구 중심이었던 ATK 제품들이 가성비는 물론 국내 A/S와 정식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 게이밍 마우스 시장을 붐업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연결 방식의 극적인 변화는 마우스 시장 전체의 통계와 동일하게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게이밍 마우스 시장은 '유선' 전용 제품이 대세였다. 무선 제품은 응답속도와 안정성에서 유선 방식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며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2022년만 해도 유무선 겸용 게이밍 마우스의 판매량 점유율은 15.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26년 4월 기준 무려 70.81%까지 상승하며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반면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무선 전용 마우스 제품군은 58.68%에서 20.43%까지 줄었고, 유선 전용 제품 역시 25.72%에서 8.76%까지 급락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기술 장벽 붕괴’다. 과거에는 유무선 겸용 제품이 성능이나 배터리, 지연 시간 측면에서 약점을 가졌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4GHz 무선과 블루투스, USB-C 유선 연결을 모두 지원하면서도 고성능 센서와 초고속 폴링 레이트를 제공하는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제품군 역시 ATK VXE R1 SE<25,900원>, 로지텍 G304X<42,240원> 등 유무선 겸용 라인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유선과 무선을 따로 구분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8000Hz 폴링 레이트가 있다. 폴링 레이트는 마우스가 PC에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빈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게이밍 마우스는 1000Hz 수준이며, 이는 1초에 1000번 위치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에는 4000Hz를 넘어 8000Hz 제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 초고속 폴링 레이트는 유선 마우스의 전유물이었다. 반응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케이블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선 제품을 선택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유무선 겸용 제품들 역시 8000Hz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로지텍 PRO X2 SUPERSTRIKE, 레이저 Viper V3 Pro 같은 대표적인 하이엔드 제품군이 모두 8000Hz 지원에 나섰고, ATK VXE MAD R+<86,330원>, ATK A9 Ultimate<81,000원> 같은 중저가 제품들까지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실제 판매량 점유율 변화도 인상적이다. 2024년 초만 해도 유무선 겸용 마우스 중 8000Hz 제품군은 전체의 2.21%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며 최근에는 36.88%까지 올라왔다. 특히 로지텍 신제품 출시 직후엔 52%를 넘어서며 일시적으로 시장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1000Hz 제품군이 가장 높은 판매량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히 초고속 폴링 레이트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고성능 경쟁 속에서도 평균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무선 겸용 게이밍 마우스의 평균 가격은 2024년 초 11만 원 수준에서 형성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진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9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성능 센서와 8000Hz 지원, 초경량 설계를 갖춘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접근하기 쉬워진 셈이다.
반면 유선 전용이나 무선 전용 제품군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화가 크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성능과 더 높은 활용성을 가진 유무선 겸용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해진 것이다. 다만 2026년 2월 평균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현상은 예외다. 당시 38만 원대에 달하는 로지텍 PRO X2 SUPERSTRIKE가 출시되며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이 영향으로 전체 평균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유무선 겸용 마우스 제조사 점유율에서는 ATK의 독주가 가장 눈에 띈다. 2025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판매량 기준 점유율을 보면 ATK가 49.59%로 사실상 시장 절반을 차지했다. 뒤이어 로지텍이 19.73%, 레이저가 10.66%를 기록했다.
ATK의 강점은 명확하다. 최신 센서와 8000Hz 지원, 초경량 설계를 빠르게 도입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예전 같으면 15만~20만 원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펙을 훨씬 낮은 가격대에 제공하면서 시장의 과반을 정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로지텍의 저력 역시 여전하다. 특히 2026년 2월 PRO X2 SUPERSTRIKE 출시 직후에는 판매량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38%대까지 치솟으며 ATK를 역전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안정화되며 현재는 18%대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레이저 역시 꾸준히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며 하이엔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무선 겸용 마우스의 센서 점유율을 보면 제조사 전략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ATK 계열 제품군은 범용 센서인 PAW 시리즈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PAW-3395 센서가 50.76%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상위 제품군에서는 PAW-3950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반면 로지텍은 대부분 HERO 시리즈 센서를 사용하며 그중 HERO 2가 16.78%를 차지했다. 레이저 역시 Focus Pro 시리즈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사 센서냐 아니면 범용 센서냐의 경쟁 구도가 그려진 것이다.
더불어 스위치 부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중국계 가성비 제품군에서 많이 장착되는 HUANO 스위치 비중이 46.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LIGHTFORCE 16.15%, OMRON 15.61%, Kailh 9.82%, Razer 8.58% 순이다.
다만 최근 들어 새로운 변수도 등장한 상태다. 로지텍의 신형 PRO X2 SUPERSTRIKE가 기존 기계식·광학식 물리 스위치 대신 햅틱 엔진 기반의 ‘HITS’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클릭감을 물리 접점이 아닌 전자식 피드백으로 구현하는 방식인 만큼, 기존 스위치 분류 체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판매량 통계에서는 번외로 집계되지만, 향후 HITS 방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현재 HUANO, OMRON, LIGHTFORCE 등으로 형성된 스위치 점유율 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클릭 반응을 넘어 촉각 피드백 자체를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게이밍 마우스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는 복선이기도 하다.

▲ 로지텍 PRO X2 SUPERSTRIKE (정품)<386,000원>
지금의 게이밍 마우스 시장은 단순히 성능이 좋아지는 수준을 넘어, 유선과 무선의 경계 자체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물결이 유무선 겸용, 8000Hz, 초경량, 그리고 중국계 제조사의 가성비를 타고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결국 게이밍 마우스 시장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보다 “얼마나 빠르고 가볍고 정확한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들어섰다 하겠다.
다만 아직 부담스러운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화두의 가장 정점에 서있는 로지텍 PRO X2 SUPERSTRIKE는 무려 38만 원 수준이며 CORSAIR 세이버 v2 PRO CF<221,920원>, Razer Viper V4 Pro는 22~24만 원대다. 가뜩이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인해 PC 가격 전체가 오르고 있는 시대라 마우스 하나에 대한 투자금이 더욱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장벽을 넘어서는 '확고한 성능'과 신뢰할 수 있는 '사후 서비스'를 제조사와 유통사가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남은 2026년 게이밍 시장 속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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