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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한해였다. 지난 2021년은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하여 덩달아 그래픽카드 가격이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해 본체를 섣불리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프로세서 시장도 글로벌 반도체 생산 부족의 여파로 (특히 AMD) 종종 재고가 떨어져서 가격이 널뛰는 현상이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메인보드와 SSD는 제 자리를 지켜줬다는 것. 이들이 아니었다면 본체 가격이 더 상승하는 불상사가 터졌을 지도 모른다.
2022년에는 모두가 저렴하고 가성비 충만한 PC를 구매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PC 주요 부품들의 가격동향을 추적해온 결과를 지금 공개한다.
1. 종목 선정 = 해당 기간에 이슈가 될만한 변화가 있거나, 판매량이 높은 종목(제품군)
2. 평균 판매가격 = 해당 기간의 총 판매액 ÷ 해당 기간의 총 판매량 = ASP(Average Selling Price)
3. 다나와리서치에 집계되는 판매액은 실제로 사용자가 상점에 지급한 가격이다.
4. 등락여부 · 등락률(%) 계산은 제품이 실제로 판매되었던 기간 동안의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 미출시 및 단종으로 인하여 비는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인텔 CPU : 11세대가 무릎 꿇은 것은 12세대의 추진력을 위해서다!
라이젠 버미어 막기 위해 출시한 11세대, 초반 부진
10100과 11400의 가성비 공세로 중저가 시장에서 점유율 사수
2021년 연말 강력한 성능의 12세대 출시하며 와신상담
2021년의 인텔은 강력한 경쟁자인 AMD 라이젠 버미어 때문에 정신 차리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야말로 절치부심, 와신상담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연초부터 라이젠 버미어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던 인텔은 11세대를 3월 말 부랴부랴 출시했지만, 그마저도 라이젠 버미어를 성능으로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다. 되려 11세대가 출시 직후 초반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AMD 라이젠 진영의 약점인 사무용 보급형 프로세서 시장을 10세대 코어 i3-10100이 잘 막아줬고, 11세대 프로세서 중에서도 코어 i5-11400과 11400F가 꾸준히 가격을 인하해 우수한 가성비로 선방하면서 3분기부터는 점차 잃었던 점유율을 회복했다. 연말에는 기어코 성능 면에서 라이젠 버미어를 따라잡은 12세대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AMD 라이젠 진영에 강력한 반격을 날렸다.
지난해 가격동향이 특별한 제품은 11세대 코어 i5-11400이며, 2021년 4월(출시는 3월말이지만 통계에 4월부터 집계)부터 연말까지 가격을 -6.86% 내리면서 AMD 진영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AMD CPU : 버미어로 다 끝장냈다. 보급형 시장만 빼고
라이젠 버미어, 강력한 게이밍 성능으로 인텔 10~11세대 곤혹스럽게 했다
잦은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종종 튀는 것은 아쉬운 점
보급형 제품의 연식이 너무 오래됐고 성능도 미달, 보급형 시장 버렸다는 비판 극복해야
지난해 AMD 라이젠 버미어의 눈부신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출시 직후 인텔 10세대 전 모델을 게임 성능으로 눌러버린 라이젠 버미어는, 이후 저격수로 등장한 인텔 11세대마저 무릎 꿇게 만들면서 오랫동안 중~고급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특히 라이젠5 5600X는 게임에 한해서는 훨씬 더 비싼 최상급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가성비를 보이면서, PC 부품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인정 받았다.
다만 인기 프로세서의 잦은 재고 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 널뛰기는 1년 내내 문제로 지적 받았으며, 대부분의 신제품이 30만 원 이상의 중~고급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보급형 시장을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라이젠 진영에서 보급형 시장은 오래 전에 출시한 라이젠3 3300X, 애슬론 300E 등이 지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보급형 신제품이 절실한 상황.
라이젠 버미어는 강력한 성능 덕분에 출시 직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다가, 점차 인텔의 가격 인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했는데, 특히 10월부터는 강력한 경쟁자인 인텔 12세대를 의식해서인지 가격 인하 폭을 더 키웠다.
이로 인해 라이젠 5 5600X는 1월 대비 -15.7% 저렴해졌으며, 5800X는 -19.3%, 5950X는 -13% 등 대부분의 라이젠 버미어 제품이 -10% 전후로 몸값을 떨궜다.
RAM : PC 메모리는 제자리, 노트북용은 살짝 오르며 마무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생산 이슈로 가격 올랐지만 소비자의 강한 반발과 불매로 진압 당해
DDR5, 아주 비싸지만 성능 향상 폭 적고 물량 부족으로 골칫거리. 생산량 늘어야 문제 해결
메모리는 2021년 연초와 연말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이 올랐다가 다시 내리는 몇 번의 사이클을 거쳤다. (위 움직이는 차트 참조)
특히 연초부터 3월까지는 메모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는데, 이 때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에 가장 차질이 많았던 시기였으며, 삼성전자의 일부 공장(단, 디램 생산 시설이 아님)도 영향을 받기도 했다. 또한 '올해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언론 매체의 분석과 보도까지 이어지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른 탓에, 많은 사용자들이 PC 구매를 꺼리게 되어 메모리 판매량도 급감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소비자들도 급등하는 메모리 가격을 강하게 비판. 결국 4월부터는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후로는 7월에 잠깐 가격이 올랐으나 금방 진압되었고, 11월에는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다만 12월부터는 다시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데, 이는 차세대 메모리인 DDR5가 12월에 소량으로 비싸게 출시되면서(DDR4 대비 3배 이상의 가격), 그 여파가 DDR4 시장에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DDR5 메모리는 아직 DDR4 고성능 튜닝 메모리에 비해 성능 이득이 거의 없거나, 어떤 면에서는 성능이 더 낮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메인보드 : 본체 가격 지켜준 고마운 부품
개별 제품의 가격은 연중 큰 변화 없거나 아주 조금씩 인하 (Z590은 예외)
그래픽카드 가격이 비싸다 보니 중저가 본체용 메인보드의 점유율은 늘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메인보드는 기를 못 펴, 특히 인텔 Z590 고가형이 약세, 가격도 자주 할인
인텔 칩셋 메인보드는 연중 H410/H510과 B460/B560(저가형) 위주로 판매됐다. 10세대와 11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AMD 라이젠 버미어에 눌리며 중급~고급 시장을 다 빼앗기다 보니, 인텔의 중급~고급 프로세서와 함께 조합하는 인텔 칩셋 고급 메인보드 또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Z590의 경우에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통계 수치가 크게(-31.8%) 하락했는데, 개별 제품의 가격도 연중 약세를 보였고, Z590 메인보드 중에서 비싼 제품이 덜 팔렸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제품 위주로 판매됐다.
한편, 고사양 시장을 AMD 라이젠 버미어가 장악하며 고급 메인보드로 손꼽히는 AMD의 X570과 B550(B550 중에서 비싼 제품들) 메인보드는 무난한 판매량을 기록. 가격 변동도 그리 크지 않았다.
NVIDIA 그래픽카드 : 가격 고점 돌파, 소비자의 화도 고점 돌파
기록적인 가격 상승, 1월부터 연말까지 1.5~2배에 달해
가상화폐 열풍이 연중 지속되며 그래픽카드 소비자들 '고통'
7~8월에 그래픽카드 가격 내려가자 PC 판매량 크게 오르는 진풍경
그래픽카드는 2021년을 '힘든 한해'로 만든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부터 연말까지 가격이 거의 2배 뛰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와 PC를 구매하려고 마음먹은 소비자들을 괴롭힌 것은 물론이고, 가성비 좋은 추천 PC 견적을 제작해야 하는 필자를 1년 내내 괴롭혔다. 그래픽카드가 비싸다 보니, 가성비 좋은 본체 견적을 만들고 싶어도 게이밍 PC 가성비가 악화돼서, 섣불리 본체를 추천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가격이 크게 오른 건 AMD 라데온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는 것은 지포스 그래픽카드다. 특히 GTX 1650과 1660은 원래 20~30만 원 언저리의 중저가 그래픽카드이지만, 연말에는 각각 110%, 100% 가격이 급등한 40~60만 원대 중반에 팔리면서 보급형 게임 본체를 맞추려는 소비자들을 슬프게 만들었다. 새롭게 출시한 RTX 30 시리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약 60~70%씩 가격이 올랐다.
그래픽카드는 프로세서와 함께 PC 구매의 기준이 되는 항목이기 때문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비싸지면서 PC 시장 전체의 활력이 하락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예외적으로 2021년 6~8월에는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 시장에 잠시 활기가 돌았는데, 5월 하순부터 가상화폐 시세가 크게 폭락하며 그래픽카드 가격도 영향을 받아서 6~8월에 그래픽카드 가격이 잠깐 내려갔기 때문.
AMD 그래픽카드 : 휴... 우린 보급형이 없어서 다행이다(?)
RX 6800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가격은 2배 가까이 상승
최신 RDNA2 라인업 대부분 중급~최상급에 포진, 중저가형은 2022년에 출시 예정
향후 엔트리 시장은 CPU 내장 그래픽으로 처리할 계획인 듯
라데온 진영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라데온 RX 6800은 1월 초 약 90만 원에 거래됐으나, 12월에는 약 173만 원에 거래되며 +93.65%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보다 성능이 더 좋은 RX 6800 XT는 +61%, RX 6900 XT는 +14.45%를 기록하며 고성능 제품으로 갈 수록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편 라데온 진영의 문제는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문제와 비슷하다. 오랫동안 입문형, 보급형 시장을 거의 외면한 상태이고, 그나마 유통 중인 고사양 제품들도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 중에서 입문형 제품이 없는 것은 RDNA2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라이젠 6000 프로세서 시리즈를 활용해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SSD : SATA + 250GB 사라지고, NVNe + 500GB 왔다
2.5인치 SATA 방식, 선 없고 속도도 더 빠른 M.2 NVMe에 밀려
250GB 용량은 가성비 나쁘고 최신 게임 하기에 용량도 부족, 점차 도태될 것,
PCIe 4.0 점유율 내년부터 크게 향상될 듯
매년 가격이 내려가던 SSD 시장, 올해도 소비자들을 기쁘게 했다. 다만 SATA 250GB은 하반기에 되려 가격이 오르면서,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의 비율)가 다소 악화하는 모습. SATA 500GB와 1TB는 가격을 조금씩 내리며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갔다.
2021년의 대세템은 바로 NVMe (PCIe 3.0) SSD다. 그간 고급 제품으로 여겨지던 PCIe 3.0 NVMe SSD는 PCIe 4.0 제품들이 나오면서 고급 제품의 자리를 넘겨주었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9~-13% 저렴해졌다. PCIe 3.0 SSD는 250GB보다 500GB와 1TB 제품이 훨씬 많이 팔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게임이나 프로그램의 용량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500GB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싼 가격으로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PCIe 4.0 SSD는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출시 및 기존 제품들의 가격 인하(-15%)에 힘입어서 2022년에는 점유율이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D : 8TB 이상만 바빴던 2021년
치아 코인 유행하며 고용량 스토리지 인기 한때 상승
SSD의 추격 속도가 다소 느려지면서 HDD가 가용비에서 우위를 굳힐 기회 생겨
HDD는 고용량 고가형 위주로 가격대가 크게 움직였다. 스토리지로 채굴하는 치아 코인이 한때 각광 받으면서 치아 코인 채굴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고용량 제품의 가격이 5~7월 사이에 많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치아 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원상복구 되는 중.
경쟁 상대인 SSD가 몸값을 꾸준히 내리며 추격해오기 때문에, HDD 업계는 용량을 더 높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HDD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기계 부품이 더 들어가므로 가격을 내리는 것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제 HDD 업체들이 모두 SSD도 생산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HDD와 SSD의 가성비 격차가 어느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지는 않을 듯하다.
기획, 글 송기윤 iamsong@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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