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마지막은 '눈치게임'으로 마무리 됐다. 9월부터 11월까지 일부 대기업 제품들 위주로 유통 가격을 크게 올린 SSD는 12월에는 소비자들 눈치를 보며 가격 오름/내림폭을 줄였다. 

재미있는 건, 이런 상황이 낸드플래시 제조 업계와 언론 매체들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 가격 더 인상될 것" 이라는 기사를 한창 쏟아내던 시점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12월부터 1월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2024년 1분기에 메모리 제품군의 공급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뉴스가 노출됐다. 하지만 업계의 바램과는 반대로, SSD 평균 단가가 크게 오른 뒤 판매량 둔화가 감지되고 있고,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도 점차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그간 SSD의 절대적인 가격은 많이 저렴해졌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저렴해진 SSD 가격에 힘입어 고용량 제품들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250GB SSD들이 최저가 시장에서 많이 팔렸지만, 지금은 대부분 최소 500GB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SSD 시장 전체의 평균단가는 예전보다 더 오르는 추세다. 만약 SSD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른다면 소비자들이 다시 저렴한 저용량 제품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세부 항목별 가격 동향은 2.5인치 SATA SSD 500GB -5.31%, 1TB +4.42%,  PCI Express Gen3 SSD 500GB +2.68%, 1TB +4.18%로 가격 접근성이 높은 구세대 인터페이스 SSD들의 평균 단가가 조금씩 올랐다. 반대로 PCI Express Gen4 500GB -0.96%, 1TB-0.33% 였으며, 최신/최고성능이지만 너무 비싸서 판매량이 거의 안 나오는 PCI Express Gen5 SSD는 1TB -3.52%로 약세를 보였다.

연말에는 업계가 눈치를 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1월~2월의 예상치는 썩 좋지 않다. 우선 업계가 언론매체를 통해 예고한 가격 인상이 주로 2024년 1분기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격 인상에 따르는 판매량 저하와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 추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들이 만든 제품을 받아줘야 하는 소비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1월 2주차부터는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앞다퉈 '감산을 멈추고 증산할 것'이라는 뉴스를 내보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