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화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EV), 자동차 부품, 자전거 등 다양한 품목에 최대 100%에 이르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정작 이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웃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의 BYD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우선 BYD는 ‘완전 수직 통합’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BYD는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장치 등 차량 핵심 부품의 80% 이상을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다. 이는 공급망의 외부 의존도가 높은 미국·유럽계 제조사와 달리, 관세나 공급망 충격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관세 충격으로 타 제조사들이 차량 가격 인상이나 생산 축소를 고민할 때, BYD는 자체적인 가격 조절 여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서는 BYD가 필요시 차량 가격을 1만 달러 이상 낮출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또한 BYD는 현재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장 중이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물론, 유럽 시장에도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방위 확장은 미국 중심의 무역 패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 비중이 높은 포드는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위치에 있다. 미국 판매량의 약 80%가 현지 생산인 포드는 당분간 타격을 덜 받을 수 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수 소비자에게 ‘Made in USA’ 마케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지만, 최근 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브랜드 이미지 악화 등 내부 요인으로 인해 관세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부품 공급망의 일부가 멕시코,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유럽 브랜드와 중국에서 조립을 마친 차량을 수입하던 브랜드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폴스타 등은 미국 수입 모델의 판매 전략을 일시 중단하거나 조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 생산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던 폴스타2는 미국 내 구성 옵션 페이지마저 내려간 상태다.

BYD는 단순한 '중국 전기차 1위'가 아니다. 이미 2024년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19% 증가했고, 매출도 사상 최초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도 테슬라를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5분 초고속 충전 기술과 유럽 고급 브랜드 ‘덴자(Denza)’ 확장은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역설적으로 이 정책은 BYD의 글로벌화 전략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과의 무역 장벽으로 인해 다른 나라들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게 되며,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BYD는 그 수요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실제로 BYD는 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내 세 번째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마찰이 심화될 경우, '중국-EU', '중국-글로벌 사우스' 간 교역은 상대적으로 원활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 그 이상이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을 다시 짜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BYD가 있다. 경쟁사들이 관세를 ‘장벽’으로 인식할 때, BYD는 이를 ‘기회’로 바꾸는 유연성과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무대는 재편되고 있다. 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BYD가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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