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2일 오후, 상하이 쉬후이의 웨스트 번드 아트 센터는 붉은 조명으로 가득 찼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테크놀로지의 날'을 개최하며 중국 시장을 위한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붉은 조명과 메르세데스 삼각별 로고가 뒤덮인 외관은 이번 행사가 철저히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내 약 2,000평 규모 전시관에는 300여 명의 기자와 관계자가 몰렸다. 입구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 ADAS, 안전 시스템, 미래 기술 등을 소규모 부스로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메인 무대에는 '메르세데스-벤츠 테크놀로지의 날'이라는 중국어 문구가 붉은 배경 위에 걸려 있었고, 행사 분위기 전반이 중국을 향한 벤츠의 집중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CEO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칼레니우스는 중국을 "자랑스러운 고향"이라 칭하며, 현지 생산 비율이 80%를 넘고, 상하이에 R&D 거점을 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시장을 위한 독자적 개발, AI 대형 언어 모델 도입, 클라우드 인프라 최적화 계획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오늘 선보이는 차량은 바퀴 달린 슈퍼컴퓨터"라며 새로운 세대 차량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비전 V의 공개였다. 칼레니우스는 비전 V를 "바퀴 달린 프라이빗 라운지"로 정의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내부에서 영화 감상, 업무, 게임, 쇼핑까지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개념이다.
비전 V는 대형 개폐식 도어와 조명 러닝보드를 통해 실내로 진입할 수 있으며, 실내는 크리스탈 화이트 나파 가죽과 버우드 장식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65인치 4K 시네마 스크린이 바닥에서 올라오고, 42개의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스피커가 몰입형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 7개의 프로젝터를 통해 측면 창문이 추가 디지털 스크린으로 활용돼, 승객은 영화, 게임, 가상 회의 등 다양한 몰입형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유리창은 투명도 조절이 가능해 필요에 따라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으며, 가상 현실 고글 없이도 몰입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지원한다. '프라이빗 라운지' 컨셉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하는 미래 고급 밴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디자인은 매끄러운 루프라인과 짧은 오버행, 후면부를 강조하는 조명 루브르 등으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24인치 휠에는 조명 루브르가 적용됐고, 전면에는 별 모양의 헤드램프가 탑재됐다. 세심하게 설계된 디테일은 외관과 실내 모두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이어 올리버 퇴네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지역 총괄이 등장해 중국 전용 CLA 롱휠베이스 모델을 소개했다. 그는 새로운 CLA를 "중국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자동차"라고 표현했다. 중국 연구개발팀이 주도한 지능형 보조 주행 시스템은 복잡한 도로 상황, 특히 학교와 병원 주변 속도 제한 구간에서 세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형 CLA는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지속적 기능 향상이 가능하며, 앞좌석에 1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영화관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 개인화된 AI 추천 기능도 지원돼,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전동화 부문에서도 주목할 점이 많다. CLA는 2단 변속기를 탑재한 세그먼트 유일 모델로, 모터 효율성과 장거리 주행 성능을 모두 확보했다. 100km 주행 시 소비 전력은 10.9kWh에 불과하며, 배터리에서 바퀴까지의 에너지 효율은 93%에 달한다. 85kWh 배터리로 최대 1,071km를 주행한 기록도 공개됐다.
안전성 역시 강조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80건의 실제 충돌 테스트와 15,000건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터리 보호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충돌 시에도 배터리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결과다.

올리버 퇴네는 "CLA는 지능, 효율성, 안전성, 스타일 모두에서 중국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국 맞춤형 제품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상하이 행사를 통해 신차 공개와 함께, 중국 시장을 향한 전략적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비전 V는 이동 수단 이상의 가치를 제안했고, 중국 전용 CLA는 지능과 효율을 내세워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임을 보여주었다. 상하이오토쇼 개막을 앞두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미국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지금, 유럽제조사들에게 중국시장의 존재감은 더욱 각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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