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일부터 출국납부금이 기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되면서 출국납부금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정부 관광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때문에 이를 활용한 주요 정부사업들도 축소될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보완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참에 우리나라도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른바 관광세를 부과해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추가 확보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광세 도입에 타당성과 득실에 대해 살펴봤다.
■ 관광진흥개발기금에 적신호
출국납부금은 관광수지 적자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1997년부터 부과되기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는 한국에서 출국하는 외국인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출국납부금 감면으로 연간 4,700만명이 혜택을 받고, 연간 감면 규모는 1,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국납부금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주요 재원이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우리나라 관광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번 출국납부금 인하에 상응하는 만큼 관광예산(2024년 약 1조3,000억원) 재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아직 정부는 일반회계예산 확대 등 출국납부금 감소에 따른 관광예산 보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분야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제주관광진흥기금 조성액에서 출국납부금은 통상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2023년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액은 카지노납부금 67억원, 출국납부금 54억원, 보세판매장 5억8,000원으로 출국납부금 비중은 43%에 달했다. 올해는 카지노 매출 증가 등으로 총 358억원의 수입을 예상했으나, 출국납부금 인하로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서 22억원 감소가 예상된다.
■ 우리도 관광세 도입하자?
일각에서는 이참에 우리나라도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른바 관광세를 부과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세계 여러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방식, 명칭, 목적으로 관광객에게 준조세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는 형태의 관광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내국인과 외국인 출국자를 대상으로 부과했던 출국납부금을 인하한 게 발단이 된 만큼, 한국을 찾는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종의 입국세나 숙박세 개념으로 관광세를 부과해 관광진흥개발기금 예산을 확보하자는 제안이 많다. 국가 차원에서는 물론 지자체 또는 관광지 차원에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관광객이 밀집하는 특정 도시나 지역, 관광지 차원에서 숙박세나 입장료 등 다양한 형태로 부과할 수 있어서다. 최근 서울시가 북촌한옥마을의 오버투어리즘을 막기 위해 7월부로 북촌한옥마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관광객과 차량의 통행시간 등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일단 관광객 및 차량 통행 제한에 초점을 맞췄지만 과잉관광 폐해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베네치아처럼 입장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현재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부탄 등에서 다양한 형태와 명칭으로 관광세를 거두고 있다. 숙박세 개념으로 부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의 경우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숙박세를 최대 3배 인상했다.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관광세가 활용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4월25일부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5유로의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관광세를 도입한 후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거둬드린 관광세만 220만 유로로 한화 약 33억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급증하는 방문객 수를 줄이기 위해 2024년 4월 숙박세를 1박당 2.75유로에서 3.25유로로 1년 만에 인상했다. 바르셀로나 시장 하우메 콜보니(Jaume Collboni)는 “대량 관광이 아닌 양질의 관광을 유지하기 위해 관광객 수를 억제하고, 관광수입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 또한 오버투어즘을 해결하고, 관광지 미화 활동, 관광자원 보호 등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징수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 관광매력 하락 등 부작용도
그렇다고 관광세 도입이 긍정적인 효과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행경비 증가로 이어져 관광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관광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태국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300바트(한화 약 1만1,000원)의 입국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올해 관광업계의 반발 등으로 최종 무산됐다. 태국 정부는 '관광세를 도입하지 않는 게 더 큰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부탄 또한 같은 맥락에서 관광세에 해당하는 지속가능발전부담금(SDF)를 기존 1박당 200달러(약 27만원)에서 100달러(약 13만원)로 2023년 9월부터 2027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관광객 대상 환경보전분담금을 부과하려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4월 이를 유보하기로 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환경보전분담금 등 관광세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준조세를 도입할시 제주관광 대신 외국여행을 떠나겠다는 분위기가 여행객들 사이에 만연하기 때문에 제주관광이 완전 정상화가 된 시점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관광세는 더욱 부정적인 요소다. 2027년까지 외래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 아래 각종 외래객 유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입국 장벽을 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여행 의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한국의 관광매력이 높고, 관광세 부과의 목적과 명분이 합리적이어야만 입국세든 숙박세든 관광세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그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형태의 관광세를 부과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김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