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 부근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해 정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필자는 화요일 오전 비행기로 말레이시아 국제학술대회 참여 예정이어서, 하루 전인 월요일 미리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첨단 산업의 미래에 관한 내용으로, 딱 사고가 발생한 그 사거리 부근 언론사에서 1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KBS 1 라디오에서 화성에서 발생한 리튬 1차전지 공장 화재에 대한 방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는 후배와 같이 저녁과 반주를 곁들이면서 뉴스를 청취하지 못하고, 저녁 11시 넘어 방배동 부모님 댁으로 들어왔는데, 언론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그리고 11시 50분경 전화를 받고, 대본 없이 바로 30분 정도 생방송을 전화 인터뷰로 참여했다. 방송이 끝난 시간이 한밤중인 12시 30분경이었는데, 여러 방송국에서 다음날 출연을 요청해왔고 11시 출발 비행기라서 불가능하다고 거절하고 있는데, 문자로 화요일 비행기가 오후 3시 30분 출발로 지연된 것이다. 그 시간부터 금요일인 오늘까지 총 10시간만 잤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학회는 (사)한국제품안전학회 공동학술대회로 기간 내내 급발진이 화제였다. 금요일인 오늘 아침 밤 비행기로 오전 7시 10분 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시내로 이동해 방송을 소화하고 대전 집에서 밤 11시에 늦은 저녁을 먹고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너무도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사태에 우선 마음이 매우 무겁다. 그런데 아직 경찰과 국과수가 조사 중 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많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기에 검증된 내용 중심으로 좀 정리하고자 한다. 급발진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급발진은 좁은 의미로는 차량을 운전자가 제어하지 못할 정도의 출력이 ECU 이상으로 발생하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넓은 의미로는 저속일지라도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속도나 출력을 통틀어 의미하기도 한다. 급발진은 현재까지 인정된 사례가 없다. 그런데 이 표현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급발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로비와 부당한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으로 인정을 못 받았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만약 급발진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 주제라면,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하자. 그런데 급발진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주제다. 특히 소비자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에서도 아직 인정된 사례가 없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도요타의 1,200억 과징금을 급발진 인정 사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은 가속패달 매트끼임 사망 사고에 대한 조사에 도요타가 늑장 대응했고, 그동안 추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SUA(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로 표현하며, 의도치 않는 급가속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란이 한창인 급발진과의 차이점은, 브레이크 작동 여부가 아닌, 가속 이상이 주요 쟁점 이라는 겁니다.
우선 브레이크 램프의 작동원리를 살펴보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스위치가 작동되어 신호값이 EDR에 저장되고, 브레이크 등은 직접 연결로 점등된다. 오류나 불량상황에 따라 제동력이 약해질 수는 있으나, 정확하게 작동시키면 제동력은 무조건 발생한다. 브레이크가 과열되는 페이드 현상이나 베이퍼록 현상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는, 내리막길에서 과도한 사용이 전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설사 브레이크 고장(브레이크액 누유 등)이라 하더라도 브레이크 등은 점등된다. 일각에서 브레이크 램프는 ECU를 통해 켜지므로 ECU가 고장 나면 브레이크 램프가 안 들어온다는 의견이 있는데, 브레이크 스위치와 램프는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ECU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차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시동을 켜지 말고 브레이크를 밟아 보면 브레이크 램프가 작동되는 확인할 수 있다. 시동을 켜지도 않았기에 ECU는 아예 잠들어 있는 상태이다. 이것이 ECU와는 상관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ECU 케이블을 확 뽑아도 브레이크는 작동할 것이다. 반대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들어올 수 있다. 자세제어장치나 자동긴급제동장치인 AEB가 작동하거나 혹은 회생제동으로 인한 급감속 등이 발생하면, 후방 차량 운전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브레이크등이 점등한다. 전자장치가 제어하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점등된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후진 급발진 차량 브레이크등 점등이 이러한 경우이다.
사고기록장치인 EDR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EDR은 사고 시점 이전 5초간의 주행데이터를 0.5초 간격으로 저장하여 교통사고 발생 시 상황을 알기 위해 만든 장치이며, 에어백 테스트 용도로 만들어진 개발자용 버전을 응용하여 GM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장치이다. ECU가 오류가 날 경우,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전송하면 EDR에는 “NULL”, 즉 에러 데이터라고 표기되어 저장된다. 한국과 미국은 규정 및 규격이 대부분 같다. 수천 건 이상의 사고조사에 사용되었음에도 아직 까지는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신뢰성 시험 논문은 SAE 및 국내 저널에도 많이 존재한다. ECU에 오류가 발생해서 비정상적 데이터를 전송하면 EDR에는 “에러데이터”라고 표시되어 저장된다. 브레이크 데이터인 on/off가 서로 반대로 오류가 날 가능성을 사람들은 50:50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류가 나서 뒤바뀔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 처리는 브레이크 신호인 8비트 데이터 기준으로 조합이 256개이다. 그중 한 개가 on, 또 다른 하나가 off이기 때문에, 뒤바뀔 확률이 50:50이 아닌 것이다. 더욱이 만약 이렇게 뒤바뀌게 된다면, 해당 데이터 2개 외에는 “에러데이터(NULL)”로 표시된다.
자동긴급제동장치인 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는 제조사별로 개별적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현대‧기아에서는 전방충돌방지보조 즉, FCA(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FCA는 기본적으로 차량, 보행자, 자전거 탑승자, 교차로 대향차에 대해 작동하며, 이동 중인 차를 대상으로는 10~200km/h의 주행속도에서 반응하고, 주변 주행 상황을 감지해 2차례에 걸쳐 제동해 위험을 최소화한다. 보행자 및 자전거 탑승자를 대상으로는 10~85km/h의 범위에서 위험을 감지해 경고한 뒤, 10~65km/h 구간에서 2차례의 제동으로 사고 발생률을 낮춰준다. 다만,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과하게 밟거나 핸들을 급격히 꺾는 경우 해당 기능은 해제되면서 운전자의 의지대로 차량이 움직인다. 기타 액티브후드시스템은 메뉴얼은 25~50km/h에서 충돌 각도, 충돌 힘을 고려하여 작동하며,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최근 급발진 주장 사고가 늘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해와 억측이 너무 많아서 일부 확인된 진실이라도 알리고 싶어서다. 자동차 제작사를 옹호하고 급발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가장 심플하고 가정이 적은 것이 정답이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가정을 앞세워 설명하는 것이 결국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5억대 이상의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다. ECU 이상으로 인한 출력 상승이 절대로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연간 700건 이상이 급발진이라고 운전자가 주장하는 나라도 없다. 제작사, 언론,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이 솔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국민과 운전자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또한 필자는 현재 급발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분 중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뿐이다. 필자가 본 칼럼을 쓰는 중간에 이 메일이 하나 왔다. “나사의 수석연구원, 포르쉐의 연구원도 전자회로 이상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고, **대학교 교수도 본인이 급발진을 겪었다고 하는데, 당신이 그 사람들보다 똑똑하냐? 왜 급발진이 없다고 이야기하냐,”며 모욕적인 단어로 따지고 있다. 난독증이 있는 것일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급발진이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류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그 부분을 빼고 다른 논리로 이야기하자고 설명하는 것이다. 아니면 방송에서 이유나 공학적 설명 없이 무조건 ”급발진이 분명합니다. 차량 이상일 확률이 100%입니다. “라고 이야기하길 원하는 것인지? 확실한 증거나 공학적인 논리성 없이 무조건 음모론을 펼치면 열광하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진지한 급발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만약 운전 중 옆에 앉은 아내나 남편 혹은 애인이 핸드폰을 보면서 “로또 1등 당첨됐네.”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아마도 “정말”이라고 되물을 것이다. 왜냐면 로또 당첨은 확률이 낮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주 1등이 여러 명씩 나오는 로또도 나나 내 가족이 1등이라면 우선은 믿지 않는다. 그런데, 운전 중에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음에도, 차량의 속도가 높아지고 폭주를 시작하는데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착각해서 잘못 밟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냥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믿고, 오른발에 더욱 큰 힘을 주어 밟는다. 만약 급발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로또 확률보다 낮다는 것을 안다면, 본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미친 듯이 질주할 경우, 페달 오조작의 가능성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면서, 스스로 “정말로 브레이크 밟은 것 맞나?”라고 의심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급발진은 로또보다 낮은 확률이다. 제발 본인이 착각했을 것이라고
의심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두 발로 꽉 밟길 바란다. 1라운드에서 판정패 당할 논리만 들고 급발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투에 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논리와 증거 그리고 데이터로 무장해야 한다.
(이 글이 급발진 의심 사고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필자는 급발진이 절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운전자들이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오히려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논리적으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진정으로 차량 결함이 의심되는 경우의 수만 갖고 급발진에 대해 논의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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