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단행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와의 협력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 20일, 폭스바겐은 "미래의 폭스바겐"이라는 제목으로 노사 합의를 체결하며, 강제 해고 없이 2030년까지 35,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독일식 노사 협력의 일환으로,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생산 능력 재편성과 비용 절감이다. 폭스바겐은 연간 734,000대의 생산량을 줄이고, 독일 내 인건비를 연간 15억 유로 절감하며, 총 40억 유로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공장은 폐쇄하지 않지만, 생산 규모를 축소하거나 재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드레스덴 전기차 조립 공장은 2025년 초에 폐쇄되고, 브뤼셀 공장도 유사한 시기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한, 2027년까지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조립 라인을 두 개로 축소한다.
노동자 측은 이번 합의에서 임금 체계 변경을 수용했다. 독일 노동자들은 평균 임금 10% 삭감과 보너스 및 이익 분배 중단, 2030년까지 임금 동결에 동의했다. 이는 독일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근 국가들보다 약 두 배 높다는 점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폭스바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 전환과 소프트웨어 개발의 지연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해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자회사인 카리아(Car.ia)를 설립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최근에는 리비안과 샤오펑과 같은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이번 발표 이후 2% 상승했지만, 연초 대비 4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번 구조조정의 효과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력 감축과 생산량 축소만으로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배터리 생산, 공급망 안정성, 반도체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폭스바겐의 이번 구조조정은 독일 정치권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니더작센 주정부가 폭스바겐의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장 폐쇄와 같은 결정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독일 총리는 공장 폐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식 노사 협력 구조가 가진 장점이자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폭스바겐이 이번 합의를 통해 단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전기차 시대에 필요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닛산, 혼다 등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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