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와 닛산의 통합 논의와 함께 자동차산업의 규칙과 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는 13개의 자동차회사가 있고 그중 8개 회사가 승용차를 생산한다. 이들을 정리해 보면 토요타를 중심으로 다이하츠와 스바루, 스즈키, 마쓰다 등이 자회사 또는 제휴 관계로 엮여 있다. 그리고 르노와의 동맹 관계를 해소한 닛산과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온 혼다. 그리고 이 두 회사와 전기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쓰비시가 있다. 다시 말해 더 큰 차원에서의 통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자동차산업 규칙의 변화에 대해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그것은 20세기 자동차 규칙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산업의 경쟁 축은 엔진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다. 테슬라와 IT기업 등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은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레거시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웨이모와 바이두, 화웨이 등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자동차산업을 지배해 가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관련 회사가 자동차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번에 닛산과 혼다 사태의 촉발점인 대만의 폭스콘도 부상하고 있다. 이미 스텔란티스 그룹에 차체와 E/E아키텍처를 공급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닛산과 혼다가 통합하더라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대안이 없으면 규모의 경제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시장과 규모를 무기로 빠른 속도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중국 자동차 판매는 3,009만 대였다. 그 중 해외 판매가 491만대로 일본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다. 올해에는 620만대가 해외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금도 끊임없이 해외 시장 진출을 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도 공급 과잉 등 문제가 있다. 서구적 사고방식으로는 해소해야만 하는 것이다. BYD가 연간 400여만 대의 생산하는 데 90만 명을 고용하고 연구개발 인력이 11만 명을 넘는다는 것도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의 세계관은 서구의 그것과 다르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관은 서구의 세계관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지나친 확대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4억이라는 시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서구인들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물론 중국도 그 미래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
더불어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속도다. 크게는 2001년 시장 개발한 지 20년 만에 많은 자동차회사가 자신만의 기술로 전기차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진출 후 3년 만에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 샤오미 EV는 물론이고 샤오펑과 니오, 리 오토 등은 전통적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기술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경쟁력을 주행성이 아니라 스마트카로 바꾸어 버렸다. 이것이 당장에는 중국 내에서만 통용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가격과 맞물려 세계 시장에서 중국차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25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될 BYD는 배터리 기술과 스마트 기술을 물론이고 전통적인 개념의 주행성에서도 1년마다 다른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환경이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현대차그룹과 GM의 제휴, 닛산과 혼다의 합병이라는 사태를 이끈 것이다.

닛산은 중국 내 8개 공장 중 장쑤성 공장을 폐쇄해 생산 용량이 150만 대에서 135만대로 10% 줄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닛산은 글로벌 생산 능력을 20%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은 중국 내 시설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은 2020년 20%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을 필두로 대부분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같다. 지난 4년간 닛산과 혼다의 판매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손익분기점조차 유지할 수 없는 곤경에 빠졌다. 혼다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이에 대해 혼다 측은 예상보다 빠르다고 토로했다. GM은 423만 대에서 201만대로 줄었고 폭스바겐은 424만 대에서 324만대로 줄었다. 그러는 사이 중국 자본 자동차회사들의 중국 내 점유율은 55%에 육박하고 있다.
크게 보면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일본 차가 장악해 온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미국 차가 강세를 보였던 남미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유럽은 아예 직접 진출해 판매하거나 현지 공장을 건설해 공략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회사 중 이에 대응하고 있는 예가 지금까지는 없다.
그런데 BYD는 공급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유럽과 미국의 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BYD는 이미 2024년 초 주요 공급업체에 10%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 가격 인하 제안을 했고 업체들은 수용했다. 이 역시 서구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동남아 시장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태국이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고 있는 태국 자동차 시장에서 2024년 상반기 점유율은 2년 전 90%였던 일본 차가 74%로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중국차가 80%에 달한다.
가격 경쟁력과 자율주행 등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중국산 전기차가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차를 밀어내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닛산은 2025년 가을까지 태국에서 약 1,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거나 재배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차 시장 점유율은 90% 아래로 떨어졌다.
네트워크 가치는 참가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중국차의 공세는 시장의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이제는 미국을 능가할 기세다. 샤오펑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AI 정의 자동차를 표방한 P7+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업체들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샤오펑은 테슬라 따라 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차만들기는 수직통합의 테슬라나 BYD와 달리 수평 분업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생산을 위탁하고 여러 분야에서 기술 제휴를 한다. 그를 통해서 그들에게 부족한 노하우를 커버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 재건을 위해 샤오펑에 7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5%를 인수했다. 현대차가 썬터볼트, 지엔즈 로보틱스, 하오모와 협력해 중국화를 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100년만의 대전환이 무엇인지를 중국이 보여주고 있다. 2001년 WTO에 가입해 시장을 개방해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이익을 남겨 주었던 중국이 20년 만에 차만들기 기술을 습득했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기술력으로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한 것도 로봇과 AI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의 시장을 노린 것이다. 지금 로보택시 시장은 미국보다 중국이 앞서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핵인 데이터에서 14억의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것은 자명하다. 일론 머스크가 사이버캡 발표회장에서 자율주행으로 인한 가치가 5배에서 10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국시장을 의식한 것이다.

닛산과 혼다는 물론 지금 모든 자동차회사들은 이 부분에서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나마 미국은 그를 위한 생태계가 있어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용 픽업트럭과 SUV에 특화되어 시장 확대는 쉽지 않다. 일본과 한국, 유럽도 소프트웨어에서는 당장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그래서 닛산과 혼다가 합병하고 거기에 미쓰비시까지 참여해 800만 대가 넘는다는 한국 내 미디어들의 제목은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20세기 사고로 규모의 경제는 국화빵 산업이다. 국화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형 외에 밀가루 등 재료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개발비가 들어간 이후에는 추가로 물리적인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멧칼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자동차산업에도 등장했다. 네트워크 가치는 참가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해 웨이모가 그들의 자율주행 시스템의 일반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 있고 그 수익은 영화산업과 같은 방식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제작한 이후에는 관객수에 따라서 수익이 달라진다.
지금 자동차산업의 규칙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다. 한국에는 그런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없어 현대차그룹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문제가 없을지라도 한국 내 비즈니스 구조는 어떻게 될까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때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반도체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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