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국을 지켜본 소감은.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실감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용 가능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윤리 문제, 철학 문제도 불거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모멘텀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로봇과 연결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간병 로봇, 재난구조 로봇 등 많은 영역들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알파고의 실수 어떻게 보는지.
“대국이 진행되면서 인공지능의 실수가 나타났다. 인공지능을 만들 때 머신러닝이란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통계에 기반한 기법이다. 이 때문에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버그였다고 설명하는데 그건 잘못된 말이다. 버그가 된 요소를 해결하면 완벽해질 때 버그였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알파고는 계속해 학습을 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이런 점에서 이세돌이 4국에서 승리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 이번 대국으로 바둑의 정석에 변화가 생길까.
“이번 대국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모았기 때문에 바둑의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에 형성된 바둑 문화도 변화의 계기를 맞을 것 같다. 한 번씩 TV에서 바둑 해설을 들을 때면 기세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패배한 것이 계기가 되면서 기세와 같은 인간의 심리요소가 아니라 정량화 된 ‘수 읽기’만 잘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됐다. 과거에는 바둑은 정량화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오히려 인문학적인 담론들이 바둑에 많이 적용되곤 했다. 고사성어와 연결해서 바둑이 해설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바둑의 수를 정량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바둑의 정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 인공지능의 능력이 발전하는 사회에 대한 전망은.
“사회 양분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생산성이 훨씬 커지면서 결국엔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이 때문에 소수의 사람만이 인공지능을 가지고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인간만이 수행 가능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영향력을 벗어난 분야에선 사회가 양분화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은 감성, 도덕, 예술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경제적 영역과는 무관하다. 즉 경제 영역에서의 양분화를 피해갈 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인류 전체의 파이(pie)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심민관 기자 bluedrag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