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b Technologies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볼보와 함께 스웨덴을 대표했던 자동차 제조업체 사브(SAAB)가 미래 항공 기술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변신한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전투기에 통합한 비행 시험에 성공하며 또 하나의 진보를 이뤘다.
사브는 11일(현지 시간), AI 방위기술 전문 기업 헬싱(Helsing)과 협력해 자사의 전투기 ‘그리펜 E(Gripen E)’에 AI 에이전트 ‘센타우르(Centaur)’를 통합하고 세 차례의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첫 비행은 지난 5월 28일에 이뤄졌으며, 이는 사브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 비욘드(Project Beyond)’의 일환이다. 이번 시험에서 센타우르는 조종사로부터 통제권을 넘겨받아 가시거리 밖(Beyond Visual Range, BVR) 공중전 환경에서 복잡한 기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적기를 추적해 파일럿에게 발사 타이밍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냈다.
특히, 지난 3일에 실시된 세 번째 시험에서는 그리펜 D 기체와의 시뮬레이션 전투를 통해 다양한 거리와 속도, 방향 조건에서의 AI 반응 능력까지 테스트됐다.
사브 항공우주사업부 고급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닐손(Peter Nilsson)은 “센타우르의 성공적인 통합과 비행은 사브가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전투기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AI가 공중전에서 즉각적인 이점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펜 E의 설계는 이러한 AI 소프트웨어를 실전 기체에 직접 통합해 시험 비행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고 안전하게 구성돼 있다. 이는 별도의 실험용 X-플레인이나 군사 전용 시험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사브의 AI 통합 프로젝트는 스웨덴 국방물자청(FMV)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스웨덴의 차세대 전투기 체계 개발 전략인 '퓨처 파이터 시스템(Future Fighter Systems)' 콘셉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과거 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이름을 날렸던 사브는 2011년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자국 방위산업에 집중하며 항공·방산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번 AI 통합 비행 성공은 사브가 단순한 무기 제조사를 넘어 미래 전장에서의 소프트웨어 중심 전투 체계 개발을 주도하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브와 헬싱은 향후 비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의 성능을 지속 개선하고, 올해 안에 추가적인 시험 비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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