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에 첫 출고된 아직까지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애플1 컴퓨터가 작년 11월 독일의 경매에서 49만1868유로(약 6억9400만원)에 팔렸다. 애플1은 손으로 짠 나무로 만들어진 케이스에 들어있고 제작자인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의 서명이 들어있다. 그가 일일이 다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 독일의 경매에서 49만1868유로에 낙찰된 애플1, 출시 당시 포함된 설명서와 카세트테이프로 구동하는 베이직(Basic) 언어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출처: www.appleinsider.com)

 1MHz의 CPU에 4KB의 메모리 밖에 안 되는 이 컴퓨터가 값비싸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 희귀성 때문이다.

 애플1은 지금까지 단 200대만 만들어졌으며(일련번호 200번 까지만 존재함), 그 중 50대 정도만 남아있고 작동이 가능한 상태의 제품은 전 세계에서 6대 정도만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대 중에서도 수리와 부품 교체를 거친 제품들을 제외하면 진정한 오리지널은 2대 뿐이다. 이번 경매에 낙찰된 애플1은 작동하는 2대 중에 한 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작동하는 상태의 제품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남은 제품들의 값어치는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용 컴퓨터는 일본에 있는 지진조기경보기에 사용되는 ES(Earth Simulator)라는 슈퍼컴퓨터로 알려졌다.

 2002년에 NEC에서 개발한 이 컴퓨터는 2004년에 IBM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주기까지 3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돈으로 6백억엔(약 7천억원) 정도가 소요됐으니 지금의 시세로 따지면 1조원이 넘어가는 액수이다. 지진이 워낙 잦은 나라이고 지진으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가 많은 이유로 정부에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원했던 것이다.

2009년에 ES2로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ES2는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슈퍼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이 들어간 이유로 이 컴퓨터가 있는 건물의 기반은 지진의 충격으로부터 기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무로 보호되어 있고 자기장 방어막을 갖추고 있으며 번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 케이블들을 사용하고 있다.

▲ 일본 NEC의 슈퍼컴퓨터 ES와 ES2. 2002년 당시 7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여됐다.  (사진출처: Wikipedia.org)	▲ ZEUS사의 Jupiter와 Mars (출처: worlds-most.com)

  현존하는 가장 비싼 빛 좋은 개살구 컴퓨터는 일본 ZEUS 컴퓨터사의 플래티넘(백금)과 순금으로 만든 컴퓨터일 것이다. 각각 Jupiter(목성)과 Mars(화성)으로 이름 지은 이 두 모델은 실제 플래티넘과 순금으로 케이스를 제작하고 케이스 위에 다이아몬드로 장식을 했다.

전원을 켜면 다이아몬드를 통해 LED의 빛이 새어나와 그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 해준다. 컴퓨터의 원래의 용도와는 조금 다른 길로 가게 된 이 컴퓨터는 2008년도 당시 각각 8억원과 6억원의 가격대에 시중에 나왔다. 부유층을 상대로 판매하려는 의도로 제작했던 이 두 모델은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컴퓨터를 만든 회사의 웹사이트도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이다.

 2011CES에서도 모뉴엘이라는 회사가 모뉴엘 701이라는 모델명으로 금과 크리스탈로 장식한 주문제작형 HTPC를 선보였었는데 판매가가 4천500만원 정도였다. 8억원의 컴퓨터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었지만 이 컴퓨터 역시 별로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생각에서 사라져 갔다.

컴퓨터는 게이밍이나 랜더링의 기본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데 럭셔리 컴퓨터라 하며 케이스에만 과도하게 투자한 제품들은 럭셔리 컴퓨터의 주 고객인 게이머들에게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돈이 많아도 컴퓨터가 소장용으로나 관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는 럭셔리 게이밍 컴퓨터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가 몇 있다. Falcon Northwest, 지금은 델로 합병된 Alienware, HP로 합병된 Voodoo PC, Maingear, 그리고 CyberpowerPC 등 이들 회사는 각 회사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컴퓨터들을 생산하고 상당한 고가에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PC들은 3천달러에서 5천달러 가격대의 컴퓨터들로서 CPU와 그래픽카드, 그리고 쿨링 장치 및 깔끔한 겉모습 등에 상당히 중점을 뒀다.

이들의 공통점은 게임에 가장 최적화 되어있다는 것이다. 케이스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해 외벽을 금으로 만들고 다이아몬드나 크리스탈로 장식한 전자의 컴퓨터들에 비하면 공을 들인 파트가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들은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컴퓨터들을 제작한다.

▲ Maingear	▲ 델(DELL)의 Alienware
▲ CyberPowerPC

Falcon Northwest사는 케이스 및 키보드와 마우스 등에 커스텀 페인팅까지 추가할 경우에는 1만 달러가 넘어가게 된다. 이런 가격에도 사람들이 과감히 구입을 하는 이유는 세상에 누구도 없는 모양의 그리고 최고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가진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대부분의 PC업계가 모바일의 증가추세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 럭셔리 컴퓨터 회사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아마 이 게이머들이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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