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레이저의 간섭무늬를 이용해 기존 광학현미경보다 3배 이상 높은 해상도의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생물실험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광물질로도 전자현미경 해상도에 근접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 : 빛의 회절을 이용하는 광학현미경과 달리 형광물질의 깜빡임 같은 광학적인 비선형성을 이용해 수십 나노미터의 구조를 영상화하는 기술
예종철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주도하고 민준홍 박사과정 연구원, 장재덕 박사(공동 제1저자)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지(Scientific Reports) 6월 25일 자에 게재됐다.
기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의 경우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의 세기를 높이거나 깜빡일 수 있는 형광 표지물질 등을 새로 디자인하는 과정이 필요해다. 이 때문에 물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흔히 사용하는 일반적인 형광 표지물질이나 단백질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시약을 이용해 형광물질을 깜빡이게 하거나 주기적인 패턴의 조명을 주는 방식이 있었으나 범용으로 이용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기존 형광현미경에 간단히 스페클 조명을 적용해 깜빡이는 형광물질을 새로 만드는 번거로움 없이 80나노미터(nm)의 분해능(resolution)을 얻을 수 있는 형광현미경을 고안했다. 영상처리에서 제거해야 할 잡음으로만 간주됐던 간섭무늬에 담긴 정보를 수집해 해상도를 높이는 데 이용한 것이다.
* 스페클 : 불규칙한 표면에 레이저가 부딪혀 반사될 때 나타나는 빛의 간섭무늬로 정보를 담을 수 있음
형광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하기 위해 기존에는 형광물질이 점멸하도록 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물체 대신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 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대상물체에 따라 다르게 형광물질을 디자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스페클 조명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형광물질은 제자리에 있고 형광물질의 분포는 전체 영상에서 적은 영역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신호가 희소할수록 더 좋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압축센싱 알고리즘을 이용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예 교수는 "기존 생물실험 프로토콜과 현미경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 광학해상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그 응용분야가 넓다"며 "ICT 분야의 최첨단 신호처리 기법을 이용해 바이오 영상에서의 난제를 해결한 융합연구의 쾌거"라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