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그것도 30분이나. 다른 스텝들은 모두 도착해 더 저렴한 주차장을 찾기 해 일부러 헤매고 있단다. 마음이 급해졌다. 오늘따라 마을버스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의 자전거보다도 느리다. 왜 목적지가 역세권(?)이 아닌지 짜증 한 바가지 내며 연남동 한 스튜디오를 향해 달려갔다.
오늘은 모델 서한빛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귀여우면서도 지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모델이다. 이 서한빛씨가 다나와 표준PC 모델로 선정된 것이다. 과연 이름처럼 빛이 날까? 시골집 뒷마당에 푹 익어가는 된장처럼 숙성되어 버린 내 두뇌를 녹일 수 있을까?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색한 안녕 시작~!
Q: 안녕하세요~ 서한빛씨~ 이제 곧 고통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올 크리스마스에 무슨 계획 있으신지?
A : (단호) 없습니다. (살짝 당황했다. 외모와는 달리 굉장히 까칠한 건가 싶었다)
Q : 아, 아니 인터뷰인데 좀… 길게, 없으면 없다, 있으면 있다. 조금 길게 말해주세요.
A : 그냥 크리스마스엔 아무런 계획이 없어요. 원래는 유럽여행을 계획했는데, 13년지기 친구랑 같이가려고 일정을 미리 당겼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당일엔 아무런 계획이 없죠.
Q : 미안합니다. 무려 3개월 만의 인터뷰라 좀 예민해졌나 봐요. (그것도 많이) 그럼 유럽 어디 어디 가세요? (쓸데없는 질문이 나와버렸다.)
A : 파리, 런던, 브뤼셀이요.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올 거에요.
Q : 평소 여행을 좋아하시나 봐요?
A : 네! 얼마 전에도 호주 멜버른에 다녀왔어요. 와이너리 농장을 방문했었는데, 어찌나 좋던지~
와인? 페이스북을 보니까 소주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무슨 와인? (술 얘기하니 내 눈빛이 반짝였다고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상쾌해지는 서한빛씨의 웃음소리>
괴이하면서도 스튜디오 전체를 울리는 독특한 웃음소리. 까칠함이나 도도함이랑은 거리가 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생긴 화개장터에서나 들어봤음직 한 솔직한 웃음소리다.
<이 사람이 바로 의천도룡기의 금모사왕, 사자후로 광역메즈기를 쓴다.>
<의천도룡기2009 동영상 캡처본>
의천도룡기 금모사왕의 사자후가 이 정도였나? 하지만, 두뇌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신기하다. 기분이 막 좋아진다. (하악하악)
Q: (고개를 저으며) 웃지만 마시고, 진실을 이야기해주세요.
A : 전 소주보다 더 독한 화X같은거 좋아해요. 그런데 요샌 술을 잘 못 먹어요. 소주 한 병이면 치사량이 되었어요.
Q : 역시! 모델계의 주당이라 부를 수 있겠어요. 주로 출몰하는 서식지가 어디에요? (역시나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주로 논현동! 신논현역이나 가로수길이요!
이러다가 서한빛씨에게 빠져들어 못 나올 듯싶어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뜬금없이 외모드립을 쳤다.
Q: 그나저나 단발머리가 참 매력적이에요. 단발머리를 고집하는 이유가 뭡니까?
A : 어? 데뷔 초에는 긴 머리였는데, 모르셨나 봐요?
Q : (당황)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최근, 최근 모습은 항상 단발이니까…
이 단발머리를 하고 나서 일이 잘 풀려요. 일도 잘 들어오고, 그래서 그런가 봐요~
Q: 오늘 의상 중에 스쿨룩이 눈에 띄네요. 개인 취향인가요?
실장님 취향이죠. 뭐~ 근데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자후 시전) 근데, 전 지적인 모습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오늘 좀 어필해야하는데~
옆에 계시던 실장님도 잘 나가니까 다나와 표준PC 모델이라며 칭찬하셨다. 이젠 협공을 받는다. 서한빛의 늪에 빠지고 있다.
Q : 아, 지적인 모습이요? 그럼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책이 있나요? 역시 지적인 모습은 책이 제일이잖아요~ (웃음)
A : 노르웨이의 숲이요! 제일 감명 깊게 본 책이라고 반드시 적어주셔야 해요! (사자후)
이후의 책 이야기는 한빛씨의 지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겠다. ㅋ
Q : 자! 늘 물어보는 상투적인 질문이에요. 좋아하는 남성상이 있다면?
A : 유해진?
웃음소리만큼이나 독특한 취향이다. 첫판부터 장난질하는 국민 타짜 고광렬이를 좋아하다니, 당황했다. 갑자기 손가락에 오줌 묻었다고 고니에게 칭얼대는 그가 떠올랐다.
A : 아! 아! 유해진 씨 말고 별그대에서 전지현 짝사랑하는 남자~ 아! 박해진 씨! (사자후)
그랬다. 안심되었다. 유해진 씨를 좋아하는 취향이면, 어휴, 상상도 하기 싫었다.
Q :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 가늘고 길게? (사자후) 전 크게, 아주 크게 성공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계속 이름이 기억되는 모델로 남고 싶어요. 뭐 임펙트 크게 터뜨려서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전 그냥 계속 기억에 남게, 가늘고 길게 모델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Q : 다나와 표준PC를 통해서 서한빛씨를 응원하는 다나와 유저 여러분께 한마디 해주세요!
A : 한 해 잘 마무리 하지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스타 엑X즈 부스 꼭 놀러 오세요~ 내년 모터쇼 일산에서 있는데 포X쉐~~ 웁!
자신이 출연하는 모든 행사를 인터뷰에 담아 홍보하려던 작업(?)은 실장님의 만류로 끝이 났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모델이었다. 단아하면서도 애교 넘치는 포즈로 시종일관 스텝들까지 즐겁게 해주고, 종종 터지는 사자후는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크리스마스가 서서히 걱정되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려는 찰나, 상큼한 라임 주스를 한 병 들이킨 기분이었다. 주변인에게 웃음소리로 힘을 불어 넣어주는 모델, 서한빛. 그녀의 말대로 가늘고 길 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톱 모델이 될 것이다. 마침 21일 지스타 관련 출장이 있으니 꼭! 벡스코에서 다시 만나길 바랄 뿐이다. (아는 척을 해줘야 할텐데...)
커뮤니티팀 운영자도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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