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용하는 통화는 달러다. 달러 기호는 $를 이용한다. 이 기호에는 대문자 S가 들어가지만 달러의 영문(dollar) 어디에도 S자는 없다. 그런데 왜 달러 기호를 $로 표기할까.
원래 $는 달러를 나타내는 기호가 아니라 스페인이나 스페인 식민지 등에서 쓰인 통화 페소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기원은 1,500년대 유럽 중앙에 위치한 현재 체코 근처 보헤미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부 유럽은 몇 세기 동안 해외에 수출을 하고 실크와 향신료 같은 사치품을 얻어왔다.
그러던 중 돌릴 돈이 부족해지자 은화를 주조해 작은 금화와 큰 은화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은광은 주로 독일 작센과 보헤미아 같은 지역에 있었다. 1519년 보헤미아에서 은화를 주조했는데 당시 새로 주조한 은화는 유럽에서 유통되던 통화 도량형으로 나눌 수 있게 은 순도와 무게 등을 조정한 것이었다. 이 은화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유럽 전역에서 쓰이게 됐고 다양한 지역에서 보헤미아 은화의 자체 버전을 만들었다.
이 보헤미아에서 만들어진 은화가 탈러(Thaler)다. 미국에서 쓰이는 달러라는 명칭 역시 탈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지만 풍부한 은을 바탕으로 은화를 만들어낸 중부 유럽도 1530년 경부터 자원 부족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페인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3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채굴된 은 중 85%가 볼리비아와 페루, 멕시코 등 신대륙 쪽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겪게 되면서 볼리비아와 독일 등에선 은화를 순도 높은 상태로 주조하는 게 어려워져 함유율이 조금씩 내려가게 됐다. 하지만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얻은 은을 대량 보유해 은 함유량을 낮출 필요가 없었다. 오랫동안 순도가 높은 은화를 주조할 수 있었다.
당시 스페인 통화는 페소 은화다. 순도가 높은 은화를 안정적으로 주조하던 덕에 페소 은화를 점점 국제 무역 시장에서 쓰이는 통화로 탈러를 대체하게 됐다.
결국 페소 은화는 서인도 제도에서 극동 지방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에서 쓰이게 됐다. 사용 범위는 전 세계에 걸쳐 광범위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콜롬비아,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우루과이 8개국에선 지금도 자국 통화를 페소라고 부른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곳이어서 페소 은화를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페소 은화에서 유래한 통화명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 인구 중 32%에 달한다.
페소 은화가 유통된 후 미국에선 새로운 화폐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달러다. 명칭은 스페인 페소 은화에서 따와 달러로 명명했다. 당시 전 세계에 유통되던 페소(Peso)는 필기에 적당하지 않은 문자열이었다.
하지만 페소 은화는 국제 무역에서 널리 쓰이는 통화였던 만큼 무역 관련 종사자는 누구나 페소를 사용하고 모두 원장에 페소 표기를 해야 했다. 결국 페소를 대신해서 짧게 쓸 수 있는 표현을 고안했다. 페소의 P에 복수형을 뜻하는 s를 붙였다. 이 기호가 인기를 끌면서 1770년대까지 페소 기호는 $로 발전했다. 미국 달러는 스페인 페소 은화에서 명칭을 끌어온 것이어서 그대로 $라는 표기를 쓰게 된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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