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해상도와 화질 문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 국내 양대 IT 기업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LG전자가 내놓은 RGBW 방식인 엠플러스 4K TV를 두고 삼성전자가 일반 RGB 방식보다 픽셀이 25% 줄어 진짜 4K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것.
TV는 보통 RGB 방식을 이용한다. TV 화면을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점, 그러니까 화소 1개를 구성하는 픽셀로 이뤄져 있다. RGB 방식의 경우 이 픽셀 하나는 적색(R), 녹색(G), 청색(B) 3가지 서브픽셀로 구성된다. 3가지 서브픽셀이 모여 픽셀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RGB 3가지를 순서대로 쭉 배열한 형태인데 3개를 묶어 화소 하나가 된다는 것. 이에 비해 RGBW는 이런 3가지 서브픽셀에 흰색(W)을 더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흰색을 하나 더했는데 왜 논란이 됐을까. RGB 방식은 RGB-RGB-GB… 순서대로 반복 배치해 색상을 표현한다. 이에 비해 RGBW 방식은 RGBW를 순서대로 반복하는 만큼 RGB-WRG-BWR-GBW 순으로 이뤄진다. 여기에서 다시 보면 RGB 외에 WRG나 BWR 등 흰색이 들어간 화소에는 RGB 요소 중 하나가 빠지는 만큼 색상 표현력이나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이 점을 들어 삼성전자는 RGBW 방식을 이용한 TV가 기존 RGB TV보다 픽셀 수는 실질적으로 25% 줄어드는 만큼 색상 표현 가능한 픽셀도 75%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해상도 역시 4K가 아니라 3K TV라는 주장인 것.
이에 비해 LG전자는 RGB에 W를 더한 이른바 3서브픽셀구조가 화질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요구를 담은 것인 동시에 고해상도와 저전력 구현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또 1월초 미국 CES2016 기간에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HDR(High Dynamics Range)에도 유리하다는 설명. HDR은 쉽게 말하자면 밝고 어두운 명암 정도 차이를 최대한 둬서 선명한 화면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같은 명암비 차이가 있더라도 RGB는 3가지 서브픽셀의 명암 정도를 한꺼번에 모두 낮춰야 하는 반면 RGBW는 RGB 3가지는 그대로 둔 채 W 명암만 조절해 명암비가 높은 HDR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이런 대립이 사실상 양사에게 모두 손해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왜 논란이나 서로 다른 주장을 두고 모두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할까.
◇ 2서브픽셀…갤럭시S6는 1280×1440?=RGBW 같은 방식이 과연 실제로 지금 등장한 변종이냐 아니냐는 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중요한 건 이미 양사가 RGBW와 같은 방식을 판매해왔다는 것이다. RGBW를 반대하는 삼성전자의 제품만 봐도 지난 2013년 2서브픽셀 구조인 RG-BG 방식을 채택한 60인치 풀HD PDP 모델(PN60F5300)을 판매한 바 있다. TV 뿐 아니라 노트북의 경우 3200×1800을 지원하는 아티브북 프로, 3840×2160을 지원하는 아티브북9 프로 같은 제품 모두 RGBW를 이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스마트폰이다. 갤럭시S3부터 최근에 나온 갤럭시S6까지 삼성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은 모두 펜타일 RGBW(PenTile RGBW)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RGBW 패널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 중이다. 당시에는 삼성전자 역시 이런 기술이 모두 “소비전력은 절반 이상 줄이면서 휘도는 2배까지 높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주장대로 해상도를 내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LG전자의 65UF6800 등 RGBW 방식을 쓴 4K 모델은 3K(2880×2160) 수준이 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제품이다. 해상도야 당연히 내려야겠지만 앞서 설명한 삼성전자의 RGBW 모델은 모두 LG전자와 같은 3서브픽셀이 아니라 2서브픽셀이라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펜타일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힌 UHDTV용 패널 역시 2서브픽셀 구조다. 서브픽셀에 W를 더해 RG-BW-RG가 번갈아가면서 배열되는 것.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제품을 발표하면서 기존 패널보다 화면을 더 밝게 개선했다고 밝히는 한편 풀HD 패널과 견줘도 원가가 10%만 더 들어갈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2서브픽셀 구조인 탓에 전체 서브픽셀 수가 기존보다 3분의 2 수준이기 때문이다. 4K 기준으로 RGB 패널의 서브픽셀 수가 2,400만 개이면 2서브픽셀 구조는 1,600만 개인 것. 이에 비해 LG전자가 선보인 RGBW 방식은 3서브픽셀 구조다. LG전자 측 설명을 빌리면 3서브픽셀 구조여서 원가는 기존과 같다.
3서브픽셀은 앞서 설명했듯 RGB-WRG-BWR-GBW 순이다. 이에 비해 2서브픽셀은 2가지 서브픽셀만으로 화소 1개를 구성한다. 갤럭시S6 같은 제품이라면 RG-BG를 반복하고(정확하게 표현하지만 RGBW가 아니라 RG-BG) PDP TV나 아티브북 프로 같은 모델은 RGBW와 같은 형태로 반복하는 형태다. 이 해상도를 삼성전자의 주장대로 바꾸면 해상도는 절반이 되어 버린다.
2560×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 갤럭시S6는 2560×720(혹은 1280×1440), 1920×1080을 지원하는 PDP TV는 960×1080, 3840×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아티브북9 프로는 1920×2160(혹은 3840×1920)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펜타일이 다이아몬드 구조인 만큼 가로나 세로 한쪽의 해상도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 TV 사업부의 주장이 100% 맞다고 해버리면 LG전자는 둘째 치고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해상도를 속인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RGBW를 바라보는 양사의 같은 시선=그렇다면 기본적으로는 RGBW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펜타일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뭘까. 삼성전자 펜타일 관련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당시 해상도 1920×1080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11.6인치 노트북을 위한 펜타일 RGBW(Pentile RGBW) 패널을 개발했다면서 기존 RGB 방식은 1픽셀에 서브픽셀, 그러니까 RGB 3개를 묶었지만 이 방식은 RG나 BW를 하나로 묶는 2가지 서브픽셀로 변환한다고 밝히고 있다. 2서브픽셀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기존 RGB의 경우 6개이던 서브픽셀 수는 4개, 그러니까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선 펜타일 구조에선 주사선 수는 기존 RGB와 같고 데이터라인만 3분의 2로 줄어드는 만큼 기존 RGB 방식보다 높은 투과율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기본적으로 LG전자가 말하는 해상도 측정 기준이라는 게 밝기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는 IDMS의 정의와도 맞닿는다. 투과율의 경우 펜타일은 25% 투과율을 가진 RGB와 견주면 45% 이상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LG전자 역시 자사의 RGBW 방식을 이용하면 50% 개선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도 줄어든 서브픽셀, 그것도 2서브픽셀 구조가 주는 문제는 없을까. 다시 삼성전자의 당시 설명을 보면 서브픽셀 감소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샤프닝(Sharpening) 등을 이용한 서브픽셀 렌더링 영상 처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 역시 LG전자도 자사의 RGBW 방식에 렌더링 기술을 보강했다고 말한다.
다시 논문으로 돌아가 보면 인간의 시력에 제약이 있는 만큼 해상도가 CPD(Cycles Per Degree) 25 이상이면 사람의 눈은 펜타일과 기존 RGB 디스플레이를 구분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보통 CPD가 30이면 시력 1.0에 해당한다고 한다. CPD는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 1도 각도 안에서 선 몇 개가 있는지를 의미한다. 이 논문은 이에 따른 계산도 소개해 펜타일과 RGB 구별을 사람의 눈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논문은 삼성전자가 최고의 저전력과 고휘도용 펜타일 패널을 개발했고 여기에 서브픽셀 렌더링과 알고리즘을 더했다는 점, 이에 따라 같은 크기라도 RGB 방식보다 펜타일이 해상도는 높아지면서 휘도는 30% 올라가고 소비전력은 낮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구조가 같은 LG전자의 RGBW 역시 같은 이유로 휘도는 50% 높이고 소비전력은 33%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2서브픽셀과 3서브픽셀 구조라는 차이를 빼면 결국 양사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 RGBW 같은 방식이 등장하는 이유=RGBW 같은 방식이 등장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해상도화가 관련이 있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같은 패널이라도 RGB 서브픽셀이 더 조밀하게 배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빛 투과율이 낮아지게 된다.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는 탓에 빛이 나갈 틈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얘기다.
투과율이 낮아지면? 휘도도 낮아진다. LG전자는 둘째치고 삼성전자도 같은 이유로 오래 전부터 RGBW나 RG-BG 같은 2서브픽셀 구조를 써온 것이다. 삼성이나 LG 모두 앞서 설명했듯 RGBW 같은 방식을 도입할 당시 모두 휘도가 개선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4K를 넘어 8K 등 더 높은 해상도로 갈수록, 큰 화면보다 작은 화면에서 고해상도를 구현할수록 생길 수밖에 없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에 RGBW 같은 방식이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모바일 제품이라면 RGBW 같은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LG전자의 주장을 근거로 보면 소비전력을 33%까지 줄일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도 유리한 방식이 되는 셈이다. 4K TV 역시 소비전력 1등급 모델이 RGBW 방식밖에 없는 것도 다른 것보다 방식 차이에서 온 결과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양사는 소비자에게 한 목소리로 “왜 이 방식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손잡고 약을 팔아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양사의 대립 탓에 국제 디스플레이 측정 표준인 IDMS에 상정이 되면서 논란은 TV를 넘은 확산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사의 대립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물론 TV와 스마트폰, 모니터, 노트북까지 서로에게 손해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엔 상대방에게 불륜이라 외칠 일이 아니라 서로 로맨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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