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젠 시리즈로 선전 중인 CPU 시장과 달리,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AMD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드라이버 지원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카탈리스트 오메가를 시작으로 2016년 라데온 소프트웨어(Radeon Software, RS) 크림슨 에디션, 2017년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릴리브 에디션, 2018년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으로 이어지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드라이버 개선을 이어온 AMD에서 2019년을 약 한달 앞둔 지난 11월 27일, 콘라드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라데온 소프트웨어 2019년 버전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충분한 기능, 사용자 편의성 개선 위주의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

AMD는 약 5년간 사용자 경험을 위한 드라이버 최적화를 이어오면서 기능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기능 추가에 힘을 쏟으면서 사용자 경험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2019년 버전은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으로 명명했다.

2018년의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의 2019 버전임을 표방한 이름만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 기능을 갈고 닦으며 최적화하는데 포커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현재 라데온 RX 500/ RX Vega 시리즈는 성능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전력을 소비하는데, 전력 최적화를 위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와트맨을 통한 언더볼팅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따라 적절한 전압 수치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에서 업데이트된 와트맨은 자동 언더볼팅을 지원한다.

GPU 언더볼팅은 게임내에서 볼러올 수 있는 오버레이를 통한 실시간 조작이나 라데온 소프트웨어 세팅, 모바일에서 AMD Link를 이용한 원격 지원도 가능해, 언더볼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솔루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에서는 언더볼팅 외에 GPU 및 메모리 오버클럭도 자동화 된 것도 특징이다.

ReLive, 스마트폰과 독립형 VR로 즐기는 PC게임

AMD는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의 또 다른 특징으로 라데온 어드바이저(radeon Advisor)를 내세웠는데, 그 이름 처럼 게이머들을 위한 조언을 제공한다. 우선 게임 내 성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성능 개선을 위한 팁(게임 어드바이저, Game Advisor), 라데온 그래픽 카드의 기능 확인과 설정(세팅 어드바이저, Settings Advisor), 사용자 시스템에 설치된 게임의 시스템 요구 사양을 기준으로 업그레이드 플랜(업그레이드 어드바이저, Upgrade Advisor)을 제공한다.

게임 방송 및 녹화 기능인 ReLive와 관련해서는 5초에서 최대 30초에 달하는 GIF 캡처 및 인스턴트 리플레이 기능과 멀티 채널 오디오 지원을 포함해, 스마트폰과 태블릿등의 모바일 디바이스 및 독립형 VR HMD에 대한 스트리밍 기능이 더해진다.

게이머는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을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로 최대 4K 60FPS 게임을 스트리밍해 즐길 수 있는데, 이날 발표에 따르면 경쟁사 솔루션 대비 최대 44% 빠른 응답 속도를 지원하며, OSD 방식의 컨트롤러 또는 블루투스 컨트롤러 중 선택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게임 스트리밍이 시스템과 모바일 디바이스가 외부 네트워크에서도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QR 코드를 통해 쉽고 빠르게 스트리밍 할 수 있다고 했을 뿐, 원격 플레이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참고로, 모바일 스트리밍을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5.0 또는 iOS 10 이상의 모바일 장비와, GCN 아키텍처 기반의 라데온 외장 그래픽 카드, 윈도우 7 또는 윈도우 10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한편, 대표적인 PC용 VR 디바이스인 오큘러스 리프티와 HTC Vive는 가격이나 설치 공간 등의 문제로 접근성이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은 상대적으로 접근성 높은 독립형 VR 장비로의 스트리밍도 지원하도록 업데이트된다.

삼성 기어 VR(안드로이드 5.0) 지원 폰이나 태블릿, 구글 데이드림(안드로이드 7.0), HTC Vive Focus 및 Oculus Go류의 독립형 VR 디바이스와 라데온 RX 570 이상의 그래픽 카드, 윈도우 10 운영체제 환경에서 PC 게임을 VR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독립형 VR 디바이스로의 스트리밍을 위한 ReLiveVR은 바이브포트와 오큘러스 스토어,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독립형 VR로의 스트리밍 지원을 통해 PC VR 시장의 저변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원격 네트워크 지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단지, 원격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해도 로컬 네트워크 대비 레이턴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효용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제어 가능해진 AMD Link

AMD는 라데온 그래픽 카드가 설치된 시스템의 컴패니언앱인 'AMD Link'에 대한 업데이트 내용도 공개했다. 눈에 띄는 신규 기능은 보이스 컨트롤이 가능해졌다는 것으로, 아직은 녹화와 스트리밍의 시작 및 중단, 스크린샷 촬영, 시스템 정보 표시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단지,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단축키 방식과 달리 음성 명령 방식은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제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효용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최신 트랜드를 반영해 기술력 과시를 위한 기능에 가까워 보인다.

AMD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팀에 포함되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 발표에 앞서 AMD Link를 전담하는 별도 개발팀을 운영해 모바일과의 연동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드라이버에 올인, 반갑기만 한 상황은 아닌 AMD 라데온의 현실

기사 초반에도 언급했지만 AMD 그래픽 카드 성능 경쟁력은 도저히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장 최근작인 라데온 RX 590은 12nm 공정의 힘으로도 경쟁 모델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근래 이어지고 있는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하드웨어의 부족함을 소프트웨어(드라이버) 튜닝으로 보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특히 이번 발표에서 등장한 와트맨의 언더볼팅 자동화 옵션은 이러한 시각에 쐐기를 박았다.

AMD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에서 성능과 기능 개선을 이어왔으며, 90%에 달하는 사용자 만족도와 경쟁사 대비 높은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지만, 정작 게이머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하드웨어 특성은 실망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드라이버 개선을 통한 사용자 경험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게이머들의 제 1 관심사인 성능면에서 경쟁사와 동급 공정에서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소비자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왔다.

덕분에 7nm 공정을 먼저 도입했음에도 아키텍처 개선없이는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분명 개선점은 있지만 '아드레날린 2019 에디션'은 명칭부터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원도 한계가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