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꿈이길,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
차라리 이것이 꿈이었으면,
그럼 매일 꿈꿀 수 있을 텐데.
싱가포르에서 그런 호텔을 만났다.

●샹그릴라 위의 샹그릴라

샴발라(Shambhala)는 티베트 불교에서 등장하는 전설의 도시다. 이 도시로부터 유래된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처음 등장한다.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불가사의 땅, 세월이 느리게 흘러 불로장생을 누릴 수 있는 곳. 그러니까 ‘샹그릴라’는 동양의 문화를 품은 지상낙원을 뜻하는 셈이다.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에는 샹그릴라 위 샹그릴라가 존재한다. 벨리윙이 그 주인공이다. 북미 회담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 머물렀다. 자자하게 퍼진 입소문 덕에 한동안 여행객들로 붐볐다. 호텔 입장은 덤덤한 편,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국제적인 행사가 자주 개최되는 싱가포르에서 여러 국가 정상들이 택하는 곳은 거의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 벨리윙’이기 때문이다.

‘왜?’라는 물음은 낭비다. 벨리윙은 특별하니까. 우선 프라이빗한 출입문이 있다. 커다란 동양화가 벽면 가득 장식하고 있는 로비는 빠르게 지나도 된다. 객실 내 체크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맛있기로 유명한 샹그릴라의 조식을 직접 서빙해 주고 매일 오후에는 엄선된 최상급 식자재로 만든 미니 뷔페와 음료가 무제한 제공된다. 알코올 음료를 제외한 객실 내 미니바도 전부 무료다.

이렇게 완벽한 곳에서 지켜야 할 것은 한 가지. 벨리윙은 꽤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웨어나 트레이닝복, 슬리퍼나 플라스틱 재질의 신발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하다. 26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131개의 객실은 전부 원목과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오묘하게도 청록빛이 감돈다. 숲에 몸을 누인 것처럼 잔잔하고 몽롱하다. 샹그릴라에서 샹그릴라를 만났다.

●도시를 호텔에 담다

싱가포르는 도시다, 그것도 덥고 습한. 어느 시골을 여행하듯 혹은 바다가 넘실대는 휴양지처럼 항상 가벼운 옷차림이면 좋으련만, 도시라서 기껏 차려입은 셔츠가 벌써 더위에 젖어 든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선 호텔의 위치가 중요하다. 언제든 잠시 들러 쉴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고 너무 북적이는 곳은 피하고 싶다. 이왕이면 조금 초록색 휴식을, 적어도 휴식만큼은 자연이고 싶기 때문에. 싱가포르 쇼핑의 메카, 오차드로드(Orchard Road)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을 오르다 보면 푸르른 녹지대가 등장한다.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다.

무려 792개의 객실을 보유한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는 총 3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타워윙’, 정원을 감싸고 있는 ‘가든윙’, 그리고 ‘벨리윙’이다. 그중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타워윙은 2017년 여름에 전면 수리를 마쳤다. 블랙과 화이트를 내세워 모던함을 강조했다. 로비에는 사람을 납작하게 만들어 착시를 일으키는, 조각가 이환권의 작품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어 괜히 반갑다.

타워윙에는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5개의 테마 패밀리 스위트룸이 있다. 상어 모양의 침대, 얼룩무늬 장난감, 기린 모양 우편함 등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타워윙에서 가든윙으로 들어서면 싱가포르의 후끈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가든윙은 하늘이 뻥 뚫린 개방형 복도를 택했다. 발코니에 주렁주렁 매달린 덩굴식물, 가운데 정원에서 바람 따라 흔들리는 야자수가 그 이유다. 인공이지만, 폭포도 떨어진다. 잉어는 우아하게 헤엄치고, 풀벌레는 노래한다. 정원의 도시, 싱가포르를 호텔에 담았다.

샹그릴라 호텔 & 리조트
홍콩에 본사를 둔 5성급 호텔 및 리조트로 아시아를 포함해 북미, 중동, 유럽 등에 진출해 있다. 샹그릴라 호텔(Shangri-La Hotels), 샹그릴라 리조트(Shangri-La Resorts), 트레이더스 호텔(Traders Hotels), 케리 호텔(Kerry Hotels), 호텔 젠(Hotel Jen)을 브랜드로 운영한다.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
주소: 22 Orange Grove Rd, Singapore 258350
전화: +65 6737 3644
홈페이지: www.shangri-la.com/singapore/shangrila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