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모터가 엔진역할을 대신해, 정말 조용하다. 그리고 모터 특성상 출발 시점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해 가속력 또한 우수하다. 게다가 충전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물론, 보조금 혜택이 있어도 비싼 가격과 긴 충전시간이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래도 전기차의 장점이 분명해, 앞다퉈 전기차를 구매하고 있다.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관리사무소>
그런데 요즘 전기차 화재에 대해 말이 많다. 언론을 통해 현대차나 테슬라 등 주요 제조사들의 전기차 모델 화재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점 많은 전기차지만, 이렇게 화재 소식이 들릴 때면 정말 믿고 구매를 해도 되는지 궁금해진다. 오늘은 왜 전기차 화재가 일어나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알아보려 한다.
화재 원인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전기차 배터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전기차 배터리는 2차전지다. 2차전지는 축전지로도 불리는데,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의미한다. 그 중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도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충전효율성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보통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기기에는 한 두개 정도가 들어가지만, 이러한 배터리를 수 백개 정도 넣으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어떤 구조일까?
<출처 : 삼성 SDI>
리튬이온 배터리를 살펴보면, 양극과 음극이 있고 가운데에 두 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는 전해액이 들어있다. 충전 중에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가고, 배터리를 사용할 때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리튬이온이 돌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전해액이다. 전해액이 있어야 배터리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해액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염 ▲유기용매 ▲첨가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염은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이동통로 역할을 하며 육불화인산리튬을 사용한다.
유기용매란 다른 물질을 녹이는데 사용되는 물질로, 에틸렌-카보네이트가 주로 사용된다. 이걸로 염을 녹인다. 이게 필요한 이유는 염이 제대로 녹아야 온전한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첨가제는 배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주 조금 들어가는데, 양극과 음극에 서로 다른 종류가 들어가서 과충전이나 발열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내용이 어려울 것 같은데,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전해액이 배터리 성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출처 : fireproductsearch.com>
이처럼 장점이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전기차 화재 이슈에서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걸까? 이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배터리 결함, 과충전, 외부충격 세 가지 이유로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보고 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나 해외 전기차 화재 소식에서 구체적으로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위에서 이야기한 주요 화재 원인은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들이라는 점 참고하자.
첫 번째 원인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불순물이 들어간 경우다. 필요한 부품이나 물질 외 불순물이 양극과 분리막 사이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뾰족한 나뭇가지 모양의 '덴드라이트'라는 결정이 된다. 문제는 이 결정이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게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나 분리막을 손상시킨다. 이 때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데, 이 현상을 '열폭주'라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속에서 전해액이 부글부글 끓어서 가스가 생기고 배터리가 팽창하면서 폭발하게 되고, 전해액이 흘러나와 화재로 이어진다.
두번째로 또 다른 원인으로 과충전이 지목된다. 가끔 뉴스를 통해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 때 과충전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과충전의 원인은 대표적으로 PCM 혹은 EMS 불량이 지목된다.
PCM이란 우리말로 과충전 방지 보호회로를 의미한다. 이름대로 과충전 등을 막는 장치이다. 그리고 EMS는 PCM에 사용 이력이나 모니터링 배터리 잔량 등의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 장치들은 수많은 배터리의 충전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가득찬 배터리는 충전을 멈추고 충전이 필요한 배터리로 전력을 분배한다. 그런데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꽉찬 배터리에 계속 충전이 진행되면서 배터리가 점점 뜨거워지게 된다.
처음에는 전해질이 끓기 시작하다가 두 극이 분해되고, 극을 나누는 분리막까지 녹아서 화재로 이어진다.
<출처 : Youtube - CarVideos365>
세번째로는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량 사고 혹은 하부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전해액이 흘러나오거나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이야기한 과정을 거쳐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요즘은 전해액이 겔 형태인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를 보호할 장치들이 필요한건 동일하기 때문에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참고로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불량이 지목되면 배터리 제조사 책임이 크며, EMS 불량으로 확정될 경우 전기차를 만드는 자동차 제조사 책임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지난 코나 일렉트릭 화재 당시 LG화학과 현대차가 서로를 탓하며 싸운적이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 리콜이 진행돼,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가 전액을 부담하는 것인지 LG화학이 함께 부담하는 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어, 곧 발표될 화재 원인 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출처 : Youtube - Tokyo Tech Research>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불안정성을 배터리 제조사나,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를 리 없다. 이론상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는 그들 또한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를' 목숨 걸고 개발중이다.
전고체 배터리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에 속한다. 다만 전해액대신 “세라믹 등 고체로 된 전해질”이 들어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장점으로 기존 배터리 대비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낮은 편이다.
그리고 주행거리도 더 길어진다. 코나 일렉트릭을 기준으로 보면 400킬로 정도 가는데, 동일한 부피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면 이론상 800킬로 넘게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화재 등을 예방하는 보호회로 등 별도 부품이 필요 없어, 공간 확보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인 관계로 리튬이온이 느리게 이동한다. 이는 성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또, 아직 양산단계로 접어들지 못해,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경 처음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강국 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상위권 배터리 및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다. 결국 전기차는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돼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간단히 나열하면 우리나라, 미국, 유럽, 일본 정도다. 해당 국가들은 상위 배터리 제조사들이 포진해 있고, 과학 및 산업의 발전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유리하다. 그 중 우리나라의 경우 LG화학, 삼성SDI 등 유명 배터리 제조사들의 앞선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다.
오늘은 배터리 화재 원인과 전고체 배터리까지 많은 내용을 살펴보았다. 오늘 살펴본 내용을 보면, “지금 전기차를 사면 안되겠네”, “그럼 완전하지 못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팔아서 실험 한거냐?”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기차 제조사들이 화재에 아랑곳 않고 전기차를 판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지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를 지목한다.
전기차는 20년 후인 2040년이 돼야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 때 가서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2040년이 아니라 2060년에 활성화가 될 지도 모른다. 즉, 지금부터 전기차 양산 노하우 및 기술 성숙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 미리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가 강요하는 유로6같은 배출가스 규제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 등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개발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 테슬라가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흔들어 놓는 바람에 전기차 개발 경쟁이 앞당겨진 점도 이유가 될 것이다.
전기차는 시기상의 문제일뿐, 언젠가 자동차 시장의 메인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 해결해야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할 지도 모른다. 과연 몇 년 후 전기차 화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