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네시스가 유럽 진출을 공식화했다. 5월 12일, 제네시스는 G70의 왜건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해 올 하반기 유럽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슈팅브레이크란 일반적인 왜건형이 아닌 스포티한 이미지와 걸출한 운동성능으로 소위 고성능 왜건 모델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럽인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모델이기도 하다.
기존 G70의 전장과 동일한 수치로 D필러를 살려 트렁크 공간을 넓힌 G70 슈팅브레이크는 쿠페와 같은 날렵한 비율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전략형 차종으로 현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은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국내 런칭과 동시에 진행됐었다. 하지만 출시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G80의 유럽 판매를 중단하며 사실상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것인데, 이처럼 제네시스는 뼈아픈 지난날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탄탄해진 라인업을 들고 다시 한번 유럽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제네시스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후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첫 차로 대중들의 큰 기대를 받으며 출시된 모델이다. 물론 G80, G90 이후 세 번째로 출시된 모델이지만 이 두 모델은 과거 현대자동차에 속해 있던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후속 모델이기에 어찌 보면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처음 내놓은 상징적인 모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출시 이후 쟁쟁한 경쟁 상대가 포진해 있는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우려 높은 목소리도 많이 흘러나왔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성공적인 데뷔를 거쳤다.
3년 뒤, 다시 한번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다잡고자 비교적 이른 시기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고, 지난 12일에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 모델을 발표했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G70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에 트렁크 적재공간을 확장시켜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아울러, 스포츠 세단이 지니고 있던 날렵한 쿠페 비율을 살려 특유의 스포티함을 한층 더 배가시킨 것이 특징이다.
전장 4,685mm 전폭 1,850mm 전고 1,400mm 축거 2,835mm로 G70 모델과 동일한 제원을 지니고 있으며, 슈팅브레이크 모델의 장점인 넓어진 트렁크 적재공간은 기존 대비 약 40% 넓어졌다. 또, 2열 시트는 4:2:4 형태로 폴딩이 가능해 실용성이 대폭 강화되었다.
G70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측면부이다. 왜건과 해치백의 가장 큰 차이를 D필러의 유무에 따라 나눌 수 있는데, 슈팅브레이크는 왜건 모델이기에 D필러가 추가된다. 왜건 특성상 세단과 동일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더욱 길어 보이고, 매끈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측후면에서 바라보는 디자인도 상당히 조화로운 느낌이다. 사실 세단 모델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이후 디자인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렸는데 후면부의 트렁크 리드 부분의 애매한 볼륨감, 애매한 길이의 리어램프 등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G70 슈팅브레이크는 차량 뒷 유리와 함께 해치 형태로 오픈하는 트렁크로 루프라인을 타고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냈다. 리어램프의 경우에도 트렁크 리드 안쪽까지 확장해 세단 모델 대비 더욱 선명해진 후면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세단 모델에서 사용 중인 동일한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2.2 디젤 엔진 2종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자동차의 본 고장인 유럽은 벤츠, BMW, 아우디 등 오랜 역사와 검증된 성능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시장이다. 위 세 브랜드들은 제네시스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위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유럽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브랜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사실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2015년 국내에서 정식 브랜드 출범과 함께 유럽 시장에 ‘G80’모델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유럽 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3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 8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네시스 이외에도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 역시 유럽 내에서 큰 힘을 못 쓰고 한 자릿수 남짓한 점유율을 지켜내고 있다.
과거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 내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위 언급한 바와 같이 독3사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 상황도 있지만 무엇보다 디젤 모델의 부재와 모델 라인업 부족의 이유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당시 3.8리터의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만 출시되어 배기량이 낮은 디젤엔진을 선호하던 유럽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상당히 중요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G80 모델 한 대로 그들의 마음을 얻기에 역부족했던 것이다.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의 핵심 공략지는 북미와 내수 시장이었기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의 큰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단지 유럽 내 프리미엄 시장 상황과 유럽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보초병으로 세워 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어찌 보면 큰 타격 없이 유럽 시장을 철수하고 제네시스는 GV80, GV70 등 SUV 라인업과 G70 슈팅브레이크 등의 파생모델 그리고 최근에는 G80 전기차, JW(코드명)까지 트렌드에 맞춰 여러 전동화 모델과 파워트레인을 개발하여 유럽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또한, 애스턴마틴과 마세라티의 유럽 판매총괄을 역임한 엔리케 로렌자나와 아우디코리아의 초대 법인장이었던 도미닉 보쉬 등 유럽 현지 사정에 익숙한 인력도 대거 영입하여 유럽 진출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은 위 언급한 바와 같이 독3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 시장 내에서 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브랜드 헤리티지와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제네시스는 상당히 불리한 축에 속한다. 2015년 브랜드 정식 출범 이후 10년도 안된 신생 브랜드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델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출 이후에 여러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계획할 수 있지만, 이미 진출해 있는 비유럽 브랜드들 보다 인지도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단순한 모델 라인업으로 인지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은 꽤나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로 인해 시장 상황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세계 굴지의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전기차로 전환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새로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형태가 구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대수는 13만 2352대로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그다지 높지 않은 숫자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71% 이상 상승한 점과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상황이 불안한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국산 토종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시장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굵직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