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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실용화재단 홍영호 본부장, “농업 현장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2021.06.25. 15: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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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 문턱에 이를 수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농업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의 말이다. 그는 경제학의 기초를 농업에서 찾았으며, 농업의 근간을 이루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량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다. 돌이켜보면, 전세계 선진국 중 농업을 발전시키지 않은 나라는 없다.

지난 2015년, 유엔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세계 인구는 73억 명으로, 오는 2050년에는 96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곧 현재보다 60% 이상 식량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생산량 감소로 인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6 식량농업상황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2030년까지 3,500만 명에서 1억 2,2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업은 여전히 인류에게 중요한 기간산업이며, 생명산업이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 안에서 농업은 소외 받았다. 농업은 식량 생산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 사이 농촌은 공동화, 고령화 최전선으로 물러났고, 점차 경쟁력을 잃었다. 과연 이대로 옳은 것일까.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홍영호 벤처창업본부장, 출처: IT동아

이에 IT동아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홍영호 벤처창업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농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전문 지원 기관으로, 지난 2009년 농촌진흥청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농식품의 산업화, 기업화를 지원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린다.

홍영호 본부장(이하 홍 본부장): 농업기술실용화재단(Foundation of Agri. Tech. Commercialization& Transfer, 이하 FACT)은 지난 2009년 9월 7일,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으로 출범한 준정부기관이다. 농업기술경영을 통한 농산업 육성·지원 전문기관으로, 농업 R&D 성과를 농업경영체, 농식품기업 등에 확산하고 전파해 농산업의 규모화와 산업화를 촉진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농업 경쟁력 향상과 농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09년 11월 진행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마음 워크샵,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하하. 음…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FACT는 (농업 관련) 좋은 기술을 실용화하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보자. 이모작은 뭘까. 동일한 농장에 두 종류의 농작물을 1년 중 서로 다른 시기에 재배하는 농법을 일컫는다. 흔히 벼를 여름에 재배하고 가을에 수확한 뒤, 그 자리에 보리를 이듬해 봄까지 재배한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농법 중 하나다. 하지만, 과거에는 어땠을까. 이모작을 모르던 시대 말이다. 그 때 이모작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면?

IT동아: 그러니까,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이모작과 같은 새로운 농법이나 기술을 알리는 것인가.

홍 본부장: 비슷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모작과 같은 새로운 농업 관련 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대학, 민간기업, 지자체, 농업인 등이 개발한 우수 연구성과를 실용화하고 산업화해, 농식품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노력 중이다.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기술과 우수한 연구성과를 농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

지금은 융복합 시대다. 하나의 기술을 한 분야에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A라는 농업인 또는 농기관이 어떤 농업 관련 특허를 냈다고 가정하자. 이 특허는, 이 기술은 다른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IT동아: 마치… 스타트업 지원기관처럼?

홍 본부장: 맞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혁신을 향해 나아가지 않나. 다만, 그 과정이 워낙 어렵고 힘들기에 지원기관이 돕는 것이고. FACT도 같다. 좋은 기술, 좋은 성과를 관리하고 지원해 농업 분야 전반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농업은… 다소 특수한 산업이다. 일반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농촌, 농가, 농민의 삶도 고려해야 하고. 기간 산업이기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로 관리하다 보니, 다른 산업과의 연계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특히, 농업은 다른 산업 대비 시설, 토지, 인력, 비용 등 선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새로운 농법이나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며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곳이 FACT다. 농촌 현지와 기업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 농촌 현지에서 개발한 기술을 보다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틀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식품 스타트업이라는 특수성

IT동아: 그리고 이제 창업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 본부장: 지난 2014년 10월, 재단에서 벤처창업팀을 개설했다. 농식품 기업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방문 교육, 컨설팅, 네트워크 연계 등 일반적인 창업보육센터와 비슷하다. 지금은 전국 권역별로 총 7개 센터(서울, 부산, 세종,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농식품벤처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FACT 홍 본부장과 인터뷰에 함께한 서울농식품벤처창업센터 엄인용 센터장, 출처: IT동아

돌이켜보면,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 동안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웃음). 농촌진흥청 행정직 공무원 시절, 재단 설립추진 기획단에 합류한 뒤 조직 및 사업 기획 등을 담당하며 재단과 함께하는 중이다. 재단 설립 이전부터 실무를 담당한 셈이다. 재단 설립할 때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어느새 군대를 다녀와 이제 대학교 4학년이다(웃음).

IT동아: 어떤 것을 지원하는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홍 본부장: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듯, 농산업에 필요한 사업화 자금, 컨설팅, 관리, 교육, 네트워크 연계,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다만, 농업은 그 나름으로 특수한 산업이기에 지원하기 위한 우리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곳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스타트업을 선정하는 기준처럼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초기 재단 설립 당시에 마땅한 기술 평가 모델이 없었다. 과거 사례도 없었고(웃음).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기술 평가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농업이라는 산업이 워낙 다르고 특수했다.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에 기술 평가 방식과 산식 등을 만들었고, 3가지의 평가 모델 기준을 선정했다. 그리고 금융권(투자기관)으로부터 평가 기준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고. 현재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특허청, 조달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한국거래소, 지자체,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과 협력하고 있다.

IT동아: 농식품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네트워크와 자본,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인가.

홍 본부장: 맞다. FACT는 농식품 관련 기술 특례 평가 기관이자 벤처 확인 기관이고, 기술거래 기술 평가 기관이다. 농식품 분야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증과 평가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농기계를 검증하고, 농자재 성분을 분석한다. 농기계 보조사업 등을 지자체와 함께 검증하기도 하고.

농업에 필요한 종자도 일부 관리한다. 쌀, 보리, 콩, 옥수수 등 주요작물은 국립종자원에서 담당하지만, 기능성 작물(살이 안찌는 쌀, 당뇨에 좋은 쌀 등)은 품종 관리와 보급 등을 FACT가 담당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 작물을 관리하는 셈이다.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새로운 기능성 작품을 농촌, 농가에서 직접 개발하기란 어렵다. 우연한 기회에 기능성 품종을 개발했더라도 이를 지속 관리하기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에 FACT가 종자를 관리하고, 종묘로 필요한 곳에 보급하면서 사업화, 산업화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

농업 현장 중심을 찾아가는 발걸음

IT동아: 뭐랄까.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산업 전반에 나타나듯, 농업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느낌이다.

홍 본부장: 맞다. 정확하다. 작년 기준, 약 300개 기업을 지원했다. 매년 평가 기준에 따라 기업을 선정하고, 심사 및 성과 결과에 맞춰 지원한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지원기관과는 다르게, 현장을 많이 다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농업 특성상 현장을 최우선 생각해야 한다. 전국 7개 센터 직원들이 현장에 직접 나가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는다. 어디까지나 현장 중심이다. 참 많이 돌아다닌다(웃음).

IT동아: …일반적인 IT 스타트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 같다.

홍 본부장: 농촌 현장 아닌가. 지난 시간 많은 일을 겪었다(웃음). 현장에 나가보면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 도시에서 옷장사하다가 귀향한 분도 있고, 농사를 짓다 망해서 인근 농장을 다니는 분도 있다. 점점 아이들이 떠난 폐교를 얻어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분도 있고…, 하나같이 사연을 품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포도농가 방문사진,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 분들에게 젊은 스타트업에게 다가가듯 할 수 없다. 삼겹살 1근을 들고 찾아가서 밤새 이야기를 듣는다. 그 분들의 생활 속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을 수 있고,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연결할 수 있다. 그게 지금의 농업 현장, 농촌의 현실이다.

재단 설립 초기에는 안동, 예천, 곡성, 강원도 등…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한번 현장 나가면 3~4일 정도는 집에 못 들어가기 일쑤였고. 한 때는 현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웃음). 지금은 그렇게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우리 직원들에게 꼭 현장에 나가라고 이야기한다. 책상 앞과 논밭 옆 길은 엄연히 다르다. 농촌의 현실을 먼저 깨우쳐야, 그 다음 단계를 얘기할 수 있다.

IT동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홍 본부장: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래서 재밌고 뿌듯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장에 있었다. 아무리 좋은 지원이라도,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들고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건 억지고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 재단 내부에서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했다. 그게 지금의 FACT,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육성기업 현장방문 사진,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많이 노력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내부에서도 서로 벽을 두지 않도록 세세한 것 하나까지 고쳤다. 흔히 관공서는 딱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정형화된 책상 배치와 꽉 막혀있는 자리를 떠올리고. 우리 재단은 책상 사이에 벽이 없다. 직원들이 돌아다니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얼굴 보고 얘기할 수 있도록 회의실도 중간중간 만들었고.

농업, 농식품 분야에도 스타트업 생태계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기업과 농촌이 소통하고, 농촌이 스타트업으로 혁신해 기업화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우리 재단이 하나의 교두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행히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기준, 재단을 통해 창업한 기업이 투자한 금액은 총 459억 원이고, 재단의 기술 평가를 통해 지원받은 금액은 900억 원 이상이다.

2019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업무 추진 관련 발표,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현장과 호흡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IT동아: 농촌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홍 본부장: 그러기 위해 노력했고, 노력 중이다. 아니, 한단계 더 나아가 대화가 아닌 호흡을 함께 하고 싶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달라진 주변 인식을 느낀다. 과거에는 농업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농식품의 중요성을 인정해주고, 찾아준다. 농업 현장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고.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는 창업콘테스트가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1차적인 농산물 생산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이제는 농산물을 원료로 가공하는 아이디어와 I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들고 참여한다. 대체육부터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대체 가죽 등 바이오 산업에 가까운 아이디어,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팜까지… 농촌의 변화를 경험하는 중이다(웃음).

스마트 농업기술 상용화를 위한 사업 추진,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업 현장은 더이상 ‘외지’가 아니다. 또 다른 개척 대상이다. 농업 현장은 농민이 가장 잘 알지만, 이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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