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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의 포인트는?

글로벌오토뉴스
2021.08.02. 13: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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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요즘 자동차 산업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다. 하지만 뉴스들의 큰 흐름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뉴스의 중요성이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배터리 관련 뉴스는 그 폭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자동차 제작사, 연구소와 스타트업, 그리고 심지어는 정부와 국제 기관까지 등장할 정도로 등장 인물(?)들이 다양하다. 당연히 뉴스의 주제도 소재 – 부품 – 장비를 포함한 제조, 전고체 배터리 등의 신기술, 그리고 보다 거시적인 정책, 국제 관계 등 그 폭이 엄청나다. 자동차 전장 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내밀하고 섬세한 사항부터 국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전 세계적 관점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넓은 시야를 요구하는 내용까지 그 범위가 대단히 넓다.


따라서 배터리 관련 기사들을 통하여 지금 현재의 상황과 화두는 무엇이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어디에 있을까 등을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미래차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전력 소모가 많은 자율 주행 및 커넥티비티 시스템 등의 안정적인 동력 공급원으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부품 가운데 현재 가장 큰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배터리다. 즉, 미래차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인 것이다.


요컨대, 향후 수십 년을 좌우할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배터리라는 뜻이다. 즉,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서구 선진국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생산 원가에서 유리한 제3세계에 생산 기지를 집중한 결과 선진국 내에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져 있었다는 것이다. 펜데믹 초기의 보건용 마스크로부터 심지어는 화장실 휴지와 같은 기초적 생활필수품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고 그 결과 생활 기반이 무너지는 처참한 상황을 맞이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보호 무역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는 이번 사태와 같은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의외로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경제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 국민 대상의 보조금 등 대규모 양적 완화책을 사용했음에도 제조업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가장 실감되는 실업 문제에도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들은 경기 부양책, 즉 뉴 딜 정책에서 보다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첫째, 자체 경쟁력과 미래 주도권에 적합한 산업을 선정하고 둘째, 지역(국가 혹은 경제 블록)내의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하여 제도와 자금 지원 등을 집중한다. 유럽은 자체 경쟁력와 시대적 중요성에서 바이오와 친환경 산업을 선택하였고 미국은 시장과 기술 지배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미래차, 그리고 반도체와 ICT 산업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 가운데 가장 경기 부양 효과와 시각적 효과가 큰 미래차 산업이 그 중심에서 부각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 효과도 높다. 그러나 미래차 산업에서는 그 효과는 다소 회의적이라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 입안자들은 그 효과도 부각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래차의 핵심이자 최고가 부품인 배터리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2차전지는 우리 나라와 중국 등 극동아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역내 제조업 기반 강화와 경기 부양책으로 늘어난 자금 지원 효과가 해외로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배터리 역내 생산이 화두가 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접근법은 다소 차이가 있다. 유럽은 폭스바겐이 파워 데이에서 보여주었듯 자체 생산 및 노스볼트 등의 유럽 배터리 업체 지원으로 배터리 생산 역량의 내재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미국은 LG 에너지 솔루션과 SK 이노베이션의 화해를 백악관이 반 강제로 주선했고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투자를 확정지었듯이 기업의 국적과는 상관 없이 현재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방국의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실용주의적 노선을 선택하였다.


유럽의 움직임은 우리 나라 배터리 업체들에게 다소 위험하게 보여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스볼트가 파워데이 이후 비밀리에 우리 나라의 2차전기 부품 업체를 방문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의 배터리 기술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완제품 공급이 아니더라도 부품 차원에서의 국내 기업 참여는 원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은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을 추월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고급 차량이 많기 때문에 배터리 총 용량과 고급 배터리 사용량에서는 더욱 차이가 크다. 따라서 어차피 소수 업체가 독점할 수는 없는 구조다. 게다가 유럽의 그린 뉴 딜 정책은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큰 유럽 대륙 차원의 움직임이므로 표면적으로라도 유럽 기업들이 앞장서고 역내 일자리 확보에 기여하는 모양새도 중요하다. 따라서 명분은 주더라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더 많을 수 있다.







2차전지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이다. 현재 전기차 경쟁에서는 뒤처진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하여 2025년까지 양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현대차를 비롯하여 세계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가졌다는 스타트업들과 앞다투어 관계를 맺고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원천 기술 혹은 이론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이것이 제품으로 연결되기까지는 기술 실증과 시험 생산, 그리고 마침내 양산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가 주력 제품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여러 단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혁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제품은 만드는 대가는 매우 크다. 전기차의 제원 가운데에서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항목은 실용성과 직결된 항속 거리와 충전 속도다. 이를 위하여 대용량 배터리 혹은 NCM811과 같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800V 시스템을 탑재해야 한다. 그 결과 차량 가격이 높아진다.


준중형 크로스오버 모델인 아이오닉 5의 주력 라인업이 보조금이 없다면 5천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는 이유다. 또한 높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전압은 보다 확실한 안전 대책을 요구한다. 그리고 새로운 충전 인프라를 요구한다. 모든 것이 직-간접의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원가를 낮추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한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편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배터리 기업보다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많다. 역시 주도권 때문이다. 미래차 시대에는 부품의 숫자가 줄어들고 모듈화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더욱 발전하므로 대형 부품사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 그래서 자동차 브랜드들이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 제작사들이 현재의 주도권을 놓고 싶어할 리는 없다. 따라서 부품사의 역할 증대는 인정하되 핵심 역량은 내재화하여 서구 선진국들의 제조업 기반 부재와 같은 위기를 방지하면서도 부품사의 영향력을 적절하게 제어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기술도 결국은 시장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앞서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라고 했다.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없다. 당장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다면 전기차 시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앞서 말했던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기술적 혁신들은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코발트와 같은 희귀 물질을 평범한 물질로 대체하여 근본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 NCMA 배터리도 이런 접근법의 한 가지다.


그러나 기술적 혁신은 양산 단계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혁신만을 기다리는 것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차로의 전환을 감당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2023년 혹은 2025년을 중요한 전환기로 이야기하며 유럽은 2035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을 금지하기로 했다. 즉, 전기차로의 전환은 상당 부분 정해진 전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를 첨단 기술의 집합체에서 확장하여 일반 대중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영역까지 다양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향이다. 모든 차량이 항속 거리 400km를 위하여 값비싼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보다 도심형이나 퍼스널 모빌리티 솔루션과 같이 단거리 전용 모델부터 대형 고급 모델까지 다양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양화의 길에 접어든 경차를 항속 거리 100km 수준의 소용량 배터리와 도심 진입시의 특혜를 결합하여 판매하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이다. 모빌리티 솔루션 사회로의 방향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 하다. 초소형 전기차인 홍광 미니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중국 전기차 시장 다변화의 첨단 배터리도 개발하지만 리튬 인산철 배터리와 같은 가성비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최근 배터리 강자 CATL도 에너지 밀도는 다소 낮지만 탁월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역시 가성비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결론은 이렇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생각보다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제조업 기반의 역내 보유와 주도권 경쟁을 위하여 전기차의 핵심 최고가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판도를 결정지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 특히 가격 경쟁력 – 을 갖는 전기차 모델의 등장이 시급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전기차의 대중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자동차 산업은 전대미문의 거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내연 기관 자동차의 판매로 얻은 수익을 미래 전기차의 개발에 투입하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현실이다.


앞으로 자동차 회사는 많아야 다섯 개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투자 머니 치킨 게임의 생존자이어서는 안 된다. 막대한 투자를 버텨서 겨우 살아남은 기업이라면 소비자들에게도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현명한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 시기를 잘 이용하자. ​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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