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좋은, 그리고 비싼 그래픽카드의 역할은 게임입니다. 게임을 좀 더 좋은 화질과 부드러운 화면으로 즐기기 위해 비싼 그래픽카드를 삽니다. 맞습니다. '고작' 게임 하나 하려고 몇 십을 넘어 백만 원이 넘는 돈을 그래픽카드에 붓는다는 소리죠. 그 돈을 절약해 몇 십년을 알뜰살뜰 모아도 집 하나 사긴 글러먹었지만, 그렇다고 앞뒤 볼 것 없이 지르고 생각하란 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채굴 사태 전에 그래픽카드가 얼마였는지, 현 세대의 그래픽카드가 처음 발표됐을 때 MSRP가 얼마라며 게이머들을 현혹했었는지를 뻔히 기억하는 사람 입장에서 지금 그래픽카드 가격을 다 내기엔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가장 큰 원인인 게임을 끊으라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도 마땅찮은데(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잘만 놀러다니는 것 같지만) 게임 정도면 그래도 비교적 건전한 취미 생활에 속합니다. 현실적인 대응책은 존버입니다. 언젠가 그래픽카드 가격이 떨어지는 좋은 날이 올 거라 기대하고 기다리는 거죠. 요새 비트코인이 5개월 이래 최고가를 찍었다는 뉴스를 보면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의심되긴 하지만, 기다리다보면 가격 정상화까지는 아니어도 그래픽카드 특가 이벤트라도 한 자리 차지하거나 묻어둔 코인이 떡상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물론 그 좋은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은 생각 없이 지르라는 말 만큼이나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소리입니다. 일단은 컴퓨터를 맞춘 후 좋은 기회를 잡으면 그 때 그래픽카드를 삽니다. 그래픽카드가 없으면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화면을 못 보는데 뭘 어떻게 맞추냐고요? 쓰던 그래픽카드를 재활용하거나 중고 물품을 노리던가, 아니면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를 봐야겠죠. 중고 제품이 찝찝해서 사기 싫거나 거래하기가 힘들어서 깔끔하게 신품을 사고 끝내길 원한다면 내장 그래픽이 있는 CPU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긴 합니다. 어쩌겠나요. 그래픽카드가 좀 적당히 비싸야 사는걸요.
내장 그래픽이 있는 CPU라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AMD 외에 다른 대안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픽카드가 비싸서 못 사는거지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어서 안 사는 게 아닌데, 그런 이들의 기준을 채우기엔 인텔 내장 그래픽의 성능은 너무나도 빈약합니다. 정말 화면 표시기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 웹서핑과 문서 작업 전용 사무용 시스템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의 게임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AMD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CPU 성능만 따져봐도 역시 AMD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AMD 라이젠 5000 시리즈보다 높은 거라곤 전력 소모량과 온도밖에 없을 겁니다.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AMD CPU의 종류는 많지만, 그 중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제품은 당연히 가장 최신 모델인 라이젠 7 5700G와 라이젠 5 5600G입니다. 둘 다 CPU 부분을 최신 아키텍처인 젠3로 업그레이드해 기본적인 성능이 두루 올랐고, 그만큼 내장 그래픽을 더욱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게임을 비롯한 그래픽 성능 역시 올랐습니다.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소개한 바 있는데요. https://gigglehd.com/gg/10660356 이스포츠나 PC방에서 흔히 보는 게임을 가볍게 즐기기에는 충분합니다. 인텔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성능이며, 그래픽카드가 귀한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크게 와닿는 특징이죠.
이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내장 그래픽 성능을 더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오버클럭입니다. 제품마다 오버클럭의 여유 폭이 제각각이고, 제조사가 권장하는 사용 형태는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은 안고 가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버클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성능 향상 효과가 상당히 큽니다. 램 오버와 병행할 경우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한 수준의 효과를 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게 정말 중요한데 오버클럭이 어렵지 않습니다. 최적의 값을 찾아내 효율을 최고로 올리려면 당연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지만, '대충 이 정도는 된다'고 알려진 설정을 넣는 건 아주 간단합니다.
이번 글에서 테스트할 두 제품. 라이젠 5 5600G와 라이젠 7 5700G입니다.
우선 바이오스에서 내장 그래픽의 클럭과 전압을 조절하는 메뉴에 들어갑니다.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이 기능의 위치는 다른데, MSI의 경우 OC-Advanced CPU Configuration-AMD Overclocking이라는 메뉴에 넣었습니다. 여기에서 GFX Clock Frequency를 조절해 클럭을 올리고, GFX Voltage를 조절해 전압을 올립니다. 더 높은 클럭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더 높은 전압이 필요합니다. 클럭이 어디까지 올라가고, 거기에 전압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CPU, 메인보드, 쿨링 시스템 등의 조건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하지만 라이젠 5000G 시리즈 프로세서의 경우 그래픽 클럭 2400MHz에 전압 1.3V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라이젠 5 5600G와 라이젠 7 5700G 모두 2400MHz에 1.3V로 설정했습니다.
그래픽 클럭만큼 중요한 게 메모리 클럭입니다. 내장 그래픽은 별도의 비디오 메모리가 없고 시스템 메모리의 일부를 비디오 메모리처럼 사용합니다. 따라서 시스템 메모리의 클럭이 높아질수록 그래픽 성능 역시 따라 올라갑니다. 라이젠 5000G 시리즈에서 정식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은 3200MHz지만 램에 따라서는 4400MHz나 4533MHz도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고들 하는데요.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CPU 시스템 버스와 메모리 클럭을 똑같은 비율로 맞춰주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여기에선 메모리 클럭 향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니 일단 4400MHz로 설정해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메모리 클럭 역시 메인보드마다 설정하는 곳이 다른데, MSI 메인보드는 OC 메뉴의 DRAM Frequency에서 클럭을 간단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설정이 끝나면 반드시 저장하고 끝냅니다.
오버클럭 전과 후의 비교. 오버클럭 후에는 바이오스에서 설정한대로 그래픽 코어 클럭이 2400MHz로 고정됩니다.
메모리 클럭도 3200MHz에서 4400MHz로 올랐습니다.
오버클럭이 끝났으니 이제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 봐야겠죠. 우선 3D마크부터 실행했습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타임 스파이
라이젠 5 5600G를 오버클럭하면 라이젠 7 5700G보다 더 높은 성능을 냅니다. 라이젠 7 5700G 오버클럭의 경우 말할 것도 없습니다. 라이젠 9 5900G 같은 게 있다면 이런 성능을 낼까요? 단순한 점수 비교지만 성능의 체급이 한 단계 올랐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3D마크는 벤치마크일 뿐, 게이머들의 목저은 아니죠. 진짜 게임에서 어떤 성능을 낼지 봅시다.
배틀그라운드는 내장 그래픽과 메모리 오버클럭의 효과가 가장 큰 게임입니다. 라이젠 5 5600G의 경우 오버클럭을 안 하면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성능 향상을 보여줍니다. 라이젠 7 5700G도 평균 64fps를 기록하며 더욱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디아블로 2 레저렉션입니다. 고전 게임의 리메이크인데 요구하는 스펙이 엄청나게 높을 뿐더러 서버 상태는 더욱 심각해서 플레이하기가 참 힘든 게임이죠. 그래도 PC방 인기 순위 2위인데 안 넣을 수가 없어서 테스트했습니다. 그래픽 옵션에서 '낮음' 프리셋으로 설정해도 내려가지 않는 항목이 있기에 수동으로 모든 항목을 '낮음'이나 '끔'으로 설정했습니다. 오버클럭 후에 한결 더 여유있는 모습으로 작동함을 볼 수 있습니다.
오버워치는 오버클럭 전/후에 평균 프레임의 변화는 크지 않았으나 최저 프레임은 꽤 올랐습니다. 더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지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오버클럭을 하지 않아도 라이젠 내장 그래픽으로 충분히 소화해내는 게임이지만, 오버클럭 후에는 성능이 더욱 올라갑니다. 여기에선 라이젠 7 5700G의 향상폭이 몹시 두드러집니다.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뛰고 공급은 줄어들었습니다. 돈만 있다면야 어찌됐건 사서 쓰면 되지만 상당수의 게이머들은 그래픽카드라는 부품 하나에 몇 십만 원을 넘어 백만 원 이상 투자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이제는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컴퓨터 조립과 업그레이드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성능 내장 그래픽을 갖춘 AMD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그 유력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내장 그래픽은 기본 성능도 괜찮을 뿐더러 간단한 오버클럭을 더하면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CPU 자체 성능 역시 출중하기에, 나중에 그래픽카드를 구해서 장착해 쓰기에도 충분하지요. 요즘처럼 그래픽카드 구하기 어려운 시절, 무지성 구매보다 존버를 택한 게이머들에게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필수품과도 같은 존재일 겁니다.
<저작권자(c) 기글하드웨어(https://gigglehd.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글하드웨어 인기글
주간뉴스 10/10 - 인텔의 자신감? DDR5 8GHz 오버, 16핀 GPU 보조전원, 삼성 파운드리, 윈도우 11 배포, 픽... |
최대 600W, PCIe 5.0 전원 커넥터 |
AYA NEO 2021 개선판 간단 리뷰 |
디아2 레저렉션에 마크 RTX까지. 인기 게임별 추천 MSI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