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비누, 치약 등 우리가 쓰는 많은 생활용품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비즈’는 최대 지름이 5㎜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세정력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사용 후에는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수생 동물 생태계에 위협이 되며,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러한 마이크로비즈를 두고 ‘죽음의 알갱이’라고 표현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인지한 각국에서는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2017년 7월부터 마이크로비즈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과 포항공대 공동 연구팀이 이런 마이크로비즈를 대체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게 껍질에서 추출한 해양 천연물질인 키토산 고분자를 활용해 단단한 공 모양의 ‘키틴 마이크로비즈’를 만들었다. 키틴은 곤충이나 갑각류 동물의 단단한 표피를 이루고 있는 성분이다.
연구팀은 키틴 마이크로비즈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피부에 바른 워터프루프(방수) 아이라이너를 제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비즈가 없는 경우보다 약 2배, 금지된 미세 플라스틱 성분의 유해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했을 경우보다 약 1.2배 빠른 속도로 오염물이 제거됐다. 또 표면에 존재하는 극성으로 중금속 이온도 제거할 수 있어 피부에 달라붙는 중금속 함유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생물 대사에 의해서 키틴 마이크로비즈가 자연 분해되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한 달 안에 바다에서 90% 이상 분해됐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화학연구원 박제영 선임연구원은 “키틴 마이크로비즈는 생분해성과 세정력을 모두 만족해 환경오염이 없는 착한 소재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녹색화학분야 최고권위지인 영국왕립화학회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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