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24 일정이 대충 다 나왔다고 생각해서 숙소와 비행기표를 예약했는데, 대만에 도착하는 날 저녁에 NVIDIA 발표가 잡혔습니다. 비행기는 오후에 도착하고 발표는 저녁에 하니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40분 동안 꾸물거리고, 짐 찾는 곳에서 30분 동안 뱅글뱅글 돌아가는 벨트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호텔 체크인이고 밥이고 다 포기하고, 짐만 코인락커에 대충 넣어두고 부랴부랴 뛰어가니 발표 시각인 7시를 조금 넘겼더라고요.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가 했는데.
저... 이게 무슨 줄이죠?
NVIDIA 발표회입니다.
저는 사전 등록 하고 QR 코드도 받았는데요?
그래도 줄 서야 해요.
그렇게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갑자기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가더라고요.
이런 희안한 분위기 가운데,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발표를 보게 됐는데요.
알고보니 진짜 발표회장은 따로 있고(스크린 속에 나온 곳), 사람이 너무 많이 오니까 늦은 사람들은 이렇게 스크린을 준비해서 보여줬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상관은 없습니다. 여기서도 발표를 보는 거엔 지장을 주지 않고요. NVIDIA는 지난주에 먼저 매체들을 대상으로 프리브리핑을 진행해서 무엇을 발표할 것인지를 공유했거든요.
젠슨 황은 이번에도 키노트에서 CUDA를 강조했습니다. CUDA가 다양한 업계와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선 블랙웰의 후속작인 루빈을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GPU, CPU(Arm 기반, 코드네임 베라), NVLink 6, CX( 슈퍼 NIC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입니다. 특히 루빈인 8개의 HBM4 메모리를 사용하며, 12개의 HBM4를 쓴 울트라 버전도 나올 예정입니다.
또 GPU와 CPU를 조합해 성능이 향상되고, 동시에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어 더욱 효율적인 컴퓨팅이 가능하고, GPU를 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거 참 무서운 이야기군요.
프리브리핑에서는 지포스 RTX가 6년 동안 AI의 혁신을 가져왔다며 그간 있었던 주요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AI 가속기는 가벼운 연산을 수행하는 NPU, 무거운 AI를 처리하는 GPU, 그리고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GPU로 분류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CPU 회사들은 NPU를 강조하는데, NVIDIA는 그 NPU를 '가벼운 AI'를 처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군요. 그만큼 GPU의 AI 성능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요.
클라우드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매번 접속해야 하고 응답속도가 떨어지며 사용 요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한데 그래서 NVIDIA는 지포스 RTX AI 랩탑을 발표했습니다.
코파일럿+를 퀄컴 노트북에서만 지원한다고 해서 조금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포스 RTX AI 노트북에서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를 활용해 최고 686TOPS의 AI 성능을 제공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이 준비되며, CPU는 인텔과 AMD를 가리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래픽카드니까요.
RTX AI 툴킷은 AI 앱을 최적화해줍니다.
원하는 용도에 맞춰서 AI 모델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 하드웨어의 필요 조건을 줄여줍니다. 요구하는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이 17GB에서 5GB가 되버리면 그래픽카드의 등급이 달라지지요.
NVIDIA AI 추론 매니저 SDK는 모든 종류의 백엔드와 하드웨어를 지원합니다.
NVIDIA ACE는 게임에 AI를 접목해서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기술인데요.
프로젝트 G 어시스트는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채팅, 화면, 게임 앱과 시스템 등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게임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아이템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AI가 알려줍니다.
ComfyUI 이미지 생성 AI를 지포스 RTX 시리즈 그래픽카드에서 하드웨어 가속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ㅏ 비교 대상으로 애플 M3 시리즈를 언급하고 있네요.
RTX 리믹스는 고전 게임에 레이 트레이싱을 더하고 화질을 높여주는 기술인데요. 이게 오픈 소스가 됩니다.
앞서 소개한 ComfyUI를 조합해서 텍스처의 화질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RTX 비디오는 VLC와 다빈치 리졸브에서 지원합니다.
NVIDIA 앱의 베타 버전이 업데이트됐습니다. 120fps AV! 쉐도우 플레이 인코딩 효율이 40% 높아졌고, 클릭 한 번으로 GPU 성능을 튜닝하며, 지포스 리워드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지포스가 더 작은 시스템에 옵니다.
스몰 폼펙터를 위한 고급형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가이드라인을 NVIDIA가 발표했습니다. 작다고 해봤자 획기적으로 작은 수준은 아니고, 길이 304mm, 너비 151mm, 두께 2.5슬롯을 지키면 됩니다.
SFF 레디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목록입니다.
SFF 레디 케이스의 목록입니다.
끝나고 24시간 운영하는 우육면집을 찾아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에서도 젠슨황이 나오는군요. NVIDIA의 주가가 오르고 매출이 늘어다고 덩달아 위상이 높아지면서, 단순한 GPU 회사가 아니라 AI의 핵심 인사로 여겨지고 있으니 대만 현지의 주요 매체들도 앞다투어 소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도 컴퓨텍스 때 발표가 늘 그랬던 것처럼, 하드웨어 매니아들이 반길만한 새로운 하드웨어 소식은 없었지만 NVIDIA라는 회사의 방향성과 성과를 체감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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