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지난 2018년 'AO 테니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테니스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빅 앤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작품이다. 빅 앤트 스튜디오는 'AO 테니스' 시리즈 외에도 크리켓 등의 스포츠 게임을 선보여 온 개발사다. 게임의 국내 유통은 에이치투인터랙티브가 맡았다. 게임은 PC와 플레이스테이션 5(이하 PS5)로 즐길 수 있다. 리뷰는 PS5 버전이 기준이다.
게임의 첫인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각적인 부분은 크게 나쁘지 않다. 아주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선수들의 얼굴도 게임에 잘 구현했다. 실시간은 아니지만 경기를 진행하면서 흙바닥에 이동 자국이 생기는 등의 연출도 있다. 다만 볼 보이의 움직임이 없고 경기 진행 중 관중들이 보이지 않은 경기장도 있어 조금 심심하다.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선수 등장 로스터가 상당히 풍부하다는 것이다. 프로 테니스 협회인 ATP와 WTA의 오피셜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게임에서 상당히 앞세우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는 물론 라파엘 나달이나 마리아 샤라포바, 나오미 오사카 등 등장 선수가 120명에 달한다.
올해 4월 약 13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경쟁작인 '탑스핀 2K25'의 등장 선수가 은퇴선수를 포함해 25명 정도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많은 선수가 등장하는 만큼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라면 테니스 투어에서 활약한 다양한 선수 중 본인이 원하는 선수를 선택해 언제든지 테니스를 즐기면 된다.
게임 내 마련된 바로 플레이 메뉴를 통해 일반 경기로 단식과 복식을 즐길 수 있으며,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의 대결이나 남녀 혼합 복식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남자로만 구성된 복식팀과 여자로만 구성된 복식팀이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일반 경기라면 성별에 따른 팀 구성에 제한이 없다.
게임의 또 다른 포인트는 현재 테니스계에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워 버리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를 내세운 '노박 조코비치 슬램 챌린지'가 마련된 것이다. NBA 2K 시리즈를 즐긴 이용자라면, 마이클 조던 챌린지나 코비 브라이언트의 맘바 모멘트를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수 있으리라 본다.
'노박 조코비치 슬램 챌린지' 메뉴를 통해서는 노박 조코비치가 달성한 역사적인 순간들을 다시 체험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멜버른 2008부터 시작해 런던 2011, 뉴욕 2011 등은 물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즈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까지 노박 조코비치가 되어 다시 경험할 수 있다. 올림픽의 경우 라이선스 문제인지 서머 게임 2024로 표기되어 있음을 참고하자.
또 과거 영광의 순간을 재현하는 것 외에도 기록을 다시 쓰는 것에 도전하는 콘텐츠도 마련됐다. 실제와 다른 기록을 게임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노박 조코비치 선수의 팬이라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콘텐츠라고 본다.
여기에 한 명의 선수에 집중해 즐기는 커리어 모드도 게임의 즐길 거리 중 하나다. 커리어 모드는 기존의 남자나 여자 스타 선수를 활용할 수도 있고, 본인이 생성한 신규 남자나 여자 선수를 사용해 즐길 수 있다. 약 90개에 달하는 공식 토너먼트가 등장한다.
커리어 모드에서 생성 선수로 플레이하면 반격, 속도, 정확도 등 선수가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변화를 가져갈 수 있고, 게임을 통해 육성도 가능해 나만의 선수를 만들어 가는 재미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ATP 마스터즈 1000이나 상위 8명만 참가할 수 있는 ATP 파이널스 등의 토너먼트도 제공한다. 여자 선수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튜토리얼도 당연히 준비됐고, 각종 로고나 경기장과 주변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됐다. 혼자 게임을 즐겨도 이것저것 즐길 것이 있다. 마이커리어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 즐길 거리 면에서 부족했던 '탑스핀 2K25'보다는 게임의 볼륨이 상당한 편이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PS5 컨트롤러 왼쪽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해 선수를 움직이고, 오른쪽에 네모와 동그라미 등 4개 버튼을 사용해 탑스핀이나 슬라이스 등을 치는 전통적인 테니스 게임과 유사한 조작 방식을 채택했다. 공을 칠 때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해 공을 보내는 방향이 조절을 할 수 있고,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더 강력한 공격을 펼치는 식이다.
여기에 공을 받을 때 코트의 양옆 끝으로 공이 온다면 PS5 기준으로 L2나 R2 버튼을 누르면서 이동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움직임과 달리 빠르게 접근해 치지 못할 것 같은 공도 살려낼 수 있다. 또 공을 받아 칠 때 큰 동작을 위한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그저 걷어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공의 높이에 따라 어떻게 쳐낼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플레이하는 것이 게임에 도움이 된다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썻지만, 게임 플레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빠르게 반응하는 경우 선수 동작 애니메이션이 어딘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복식 경기 등에서 상대 AI가 가끔은 공이 지난 지 한참 지나서야 움직여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테니스를 치는 맛 자체는 ‘탑스핀 2K25’에 비해서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한국어화도 아쉽다. 정황상 플레이를 위한 팁(TIP)으로 보이지만 코끝으로 번역된 모습도 있고, 튜토리얼이나 로딩 중 등장하는 선수 소개 등 아예 번역이 안 된 부분도 많다. 그나마 커리어 모드의 중요 대사가 번역이 되어 있다는 점이 위안되는 부분이다.
올해 오랜만에 즐길만한 테니스 게임 2종이 등장한 가운데 두 작품 모두 장단점이 있어, 두 작품을 하나로 합친 것 같은 게임이 등장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탑스핀'의 게임 플레이와 '타이브레이크'의 볼륨을 담아낸 게임이 등장한다면 테니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더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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