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중심에서 이제는 모바일을 넘어 콘솔, PC 등 플랫폼으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실제로 성과를 내는 게임들 역시 속속들이 등장하는 중이다.
이 변화의 시작을 알린 기업은 의외로 넥슨이었다. 지난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회사 최초의 싱글 어드벤처 패키지 게임이었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지난 5월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해외 게임 시장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들 작품은 기존 한국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장르와 플랫폼에 도전했고,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으로 생각됐던 서구권 시장에서 흥행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넥슨은 이 새로운 물결에 힘을 보탤 신작도 준비 중이다. 바로 자사의 대표 IP라 할 수 있는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이다. '카잔'은 넥슨과 네오플에서 처음 시도하는 AAA급 소울라이크 게임으로, 작년 12월 북미 최대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이 게임의 특징은 던파의 세계관을 아우르는 ‘던파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서구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소울라이크 장르로 개발됐다는 것이다. ‘카잔’은 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기반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묵직한 무기를 휘두르는 액션 플레이와 소울라이크 장르 특유의 패링(반격) 시스템 등의 하드코어 액션을 내세웠다.
여기에 출시 전부터 서구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작품인 만큼 콘솔,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출시를 예고하고 있으며, 대중을 상대로 처음 진행되는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이하 TCBT) 역시 PS5와 Xbox 시리즈 X 등 콘솔 플랫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넥슨 역시 서구권 시장을 대상으로 ‘카잔’의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게임쇼 게임스컴에 던파 IP를 총괄하는 윤명진 네오플 대표를 비롯한 주요 개발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고, 오는 9월 말 개최되는 ‘도쿄게임쇼 2024’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넥슨은 ‘도쿄게임쇼 2024’ 현장에서 ‘카잔’ 단독 부스를 운영하여 현장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며, 현장에서 접수한 피드백을 게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역시 변화의 물결에 탑승하고자 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외부적으로는 미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엔씨의 2024년은 ‘격동적인 해’라고 기록될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엔씨는 오랜 시간 대표직을 맡아왔던 김택진 창업자와 함께 박병무 공동대표를 선임하여 창사 이래 최초로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분할 및 2개의 신설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기업 체재에 큰 변화를 준 셈이다.
여기에 ‘리니지’ IP의 집중도가 너무 높다는 평가를 뒤집고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개발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출시된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부터 8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호연’ 등의 게임은 기존 리니지 스타일과는 다른 형태의 작품이었다.
이들 게임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엔씨가 말하는 변화의 움직임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으며, 이중 ‘TL’은 온라인 간담회를 비롯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는 운영으로 이전의 엔씨 게임과 다르다는 평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콘솔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사실 엔씨는 2003년 출시된 ‘리니지2’, 2008년 선보인 ‘아이온’ 그리고 2012년 출시된 ‘블레이드& 소울’ 등의 MMORPG를 통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사였다. 특히, 당시 FPS 게임에 특화된 언리얼 엔진 2를 완전히 재해석하여 MMORPG로 개발한 ‘리니지2’를 두고 에픽게임즈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비록 2017년 출시된 ‘리니지M’ 이후 엔씨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는 점차 자취를 감추어 갔으나, 창립 이후 엔씨는 한국 게임 역사에 큰 변곡점을 발생시킨 작품을 다수 개발한 회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만큼 엔씨는 콘솔과 PC 그리고 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는 대규모 신작을 통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대표적인 타이틀이 ‘호라이즌 랜드 오브 셀베이션’(가제)이다.
소니의 인기 게임 시리즈 호라이즌 시리즈의 I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이 게임은 싱글 콘솔 게임이었던 원작의 퀄리티를 MMORPG로 재현한 작품으로, AAA급 콘솔 게임 못지않은 그래픽과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여기에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 ‘아이온2’ 역시 개발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이온2’ 역시 AAA급 콘솔 기대작 못지않은 그래픽과 퀄리티로 개발 중이며, PC, 콘솔, 모바일 등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엔씨는 소니와 손을 잡고 자사의 PC 플랫폼인 퍼플을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소니와의 협업을 통해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등 소니의 대표 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구권 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는 ‘넥슨’, ‘리니지’의 성과에 가려져 있던 뛰어난 기술력을 다시 선보이려는 ‘엔씨’ 등 국내 게임 시장은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변화의 움직임이 이제 구체화 되는 중이다”라며, “이미 몇몇 작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이 거대 기업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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