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포드가 시작한 전기차 전략 수정이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고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 도입을 선언했다. 가장 적극적인 볼보도 목표를 소폭 수정했다. 워낙에 속도가 늦은 토요타도 전기차 생산 목표를 30% 줄였다. 브랜드 스텔란티스그룹도 5년도 채 되지 않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 시장도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는 늘고 있지만 증가세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밀리고 있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 증가 둔화와 관련된 전망을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19세기 말, 내연기관차가 도로 위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었다. 시커먼 연기를 뿜은 괴물은 모두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뉴욕에만 10만 마리, 런던에만 5만 마리의 말이 쏟아낸 배설물로 환경문제가 심각했다. 처음 등장한 이후 '약 40년'이 지난 1923년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취임식장에 마차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자동차의 꿈'을 꿀 수 있었다. 포드의 대량생산 기법은 대량 소비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의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그때만큼 저항이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저변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금 전기차로의 전환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정서적인 것도 있고 이해가 얽힌 것도 있다. 그러나 기술의 진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업계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은 전반적인 매출 약화로 인해 경기가 좋지 않다. 유럽연합은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배기가스 규제를 동원하고 있다. 당연히 자동차회사들에게는 압박이다. 21세기 초부터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했지만, 내연기관차의 판매가 워낙 좋아 투자를 미루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탓이다. 반면, 중국 메이커들은 더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시민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제로 추진하는 계획을 고안한 유럽연합 정치인들은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를 위해 내연기관차 판매를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는 세단과 SUV를 구매하는 대중의 큰 거부감에 부딪혔다. 전기차 가격이 너무 높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기능이 너무 열악하며, 충전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프라 문제는 유럽은 물론 미국도 도전 과제다.
이런 상황은 스텔란티스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와 같은 경영자들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각종 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분명한 것은 전기화는 산업이 아닌 정치인이 선택한 기술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더 저렴하고 빠른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 전기차로의 전환은 심각한 비용 절감 게임이며 자동차 공급업체는 향후 5~10년 이내에 적응할 방법을 모색하거나 실패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주요 1차 공급업체가 이러한 특정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때문에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자동차업체가 인도, 터키, 모로코,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서 공급되는 부품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가솔린차보다 생산 비용이 40~50% 더 비싸다. 타바레스는 특히 중•소형차 위주의 모델들을 라인업하고 있는 스텔란티스와 같은 업체는 전기차로의 전환 경쟁이 아니라 비용 절감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차 생산 비용의 대부분이 부품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비용 절감 경쟁은 부품 공급업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약 200만 대 수준이다. 이는 전체 신차 시장의 20% 미만이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80%, 2035년까지 100%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영국은 심지어 100%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업계 전문가가 예측치를 낮추고 있다. 시장조사회사나 투자은행 들은 현재 203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38%에서 60% 사이로 예측한다. 현 상황에서 5년 반 동안 전기차 판매를 4배 이상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 때문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 전지 전기차, 개선된 내연기관차 또는 배터리 전기차 등 CO2 배출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증가하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장벽으로 인해 적어도 앞으로 1~2년 동안은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스마트 전기차 기술과 현지 시장 접근을 연계하는 글로벌 제휴가 거시적 도전을 헤쳐 나가고 전기차 모멘텀에 다시 불을 붙이는 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과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대규모 전기차 채택이 장기적인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다만 분열된 글로벌 거시 환경과 빠르게 진화하는 전기차 기술로 인해 다자간 협력에 더 결정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에서 2026년 사이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 대한 글로벌 전망치를 17%로 3%포인트 낮췄다. 이는 선진국 시장의 주요 약점이다. 2026년에서 2030년 사이에는 매출이 32%로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이전 추정치에서 8%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선진국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 기술 개발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경제성과 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비용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내에서는 보조금 문제가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폭스바겐 공장 폐쇄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지난주 독일 정부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보조금 부활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시장 지배자들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최소 80%까지 차지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목표는 전기차 22%다. 목표 달성 여부와는 별도로 정부는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말 몇 달 동안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숫자를 맞추기 위해 전개할 가능성이 있는 전술은 과감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적이고 잠재적으로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래서 지금은 2030년 이후에는 전기차만 출시될 것이라는 논리는 힘을 잃는 듯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시장이 허락하는 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 현실화한 것이다. 유럽연합의 특히 급진적인 정책은 시기상조였으며 소비자의 선호와 요구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스텔란티스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전기차를 의무화하는 대신 배기가스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면 엔지니어와 경영진은 더 깨끗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자세를 갖게 될 것이라는 논리도 등장해 있다. 그것은 최근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부상으로 인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프라가 구축되면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 전지 전기차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시장은 이러한 혼합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제조업체와 중국 제조업체 간의 파트너십이 정치적 긴장, 경제적 도전 및 기술 혼란으로 악화하는 전기차로 인한 경기 침체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터 및 분석회사 글로벌데이터는 2031년까지 전 세계 신차 판매의 33%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 판매는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했으며 특히 중국과 유럽에서 향후 15년 동안 연간 판매가 10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유리한 정책과 자동차 업체의 정책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초 시장조사회사 글로벌데이터의 의견과 배치되는 것이다. 글로벌데이터는 18개국이 가솔린 및 디젤 승용차의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그 중 거의 절반은 2030년까지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의 목표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 판매의 25%를 전기차로, 인도는 2030년까지 승용차의 30%, 미국은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의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유럽연합시장의 전기차 판매 둔화는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잘못된 시작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 느리다는 의견도 강하다. 여전히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성을 종교로 여기는 사람들과 지구에서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자는 쪽이 대결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논리를 개발해 수익성 우선의 정책과 전략을 수행하는 산업혁명 시대의 행태의 결과가 무엇일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 머뭇거린다면 세계. 최대 자동차 왕국인 중국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23년 302만 대를 판매한 BYD는 최근 올해 목표를 당초 360만 대에서 400만대로 상향 수정했다.
중국 8월 신에너지차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었다. 전체 신차 판매는 5% 감소했지만 신에너지차는 전년 동기 대비 42%나 증가한 101만 5,000대에 달했다. 1월부터 8월까지 누계로는 30% 증가한 661만 3,000대였다. 그동안과는 달리 배터리 전기차는 8.3% 증가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81.6%나 증가하며 판매 증가율을 견인했다는 차이는 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관세를 동원해 시장 확대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단순히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은 유럽과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대일로 국가들의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금 유럽 자동차회사들의 부진은 내부 문제보다는 중국 업체의 부상으로 인한 것이 더 커 보인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한때 50% 점유율을 보였으나 2023년에는 13%까지 하락했다. 판매 대수로는 423만 대에서 325만대로 줄었다. 이는 GM 과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이다.
시장 성장이 정체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나오기는 어렵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는 다시 중국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언제까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달러박스로 존재할 수 있을까? 이미 점유율을 많이 잃었다. 더 나아가 중국의 신에너지차 생산용량이 3,600만대인데 2023년 생산은 1,700만대에 그쳤다. 물론 이 데이터도 그 신빙성이 불확실하다. 어쨌든 중국의 공급 과잉과 최근 불거진 디플레이션으로 중국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