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000 TV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대한민국 급발진 조작 1등 채널 000 TV". 유튜브와 TV 프로그램에서 '급발진' 이슈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유명인이 뭇매를 맞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특히 자신의 이름을 단 '페달 블랙박스'를 팔고 있어 이슈를 만들어 장사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듣는다.
그동안 채널 운영자의 급발진 주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많은 네티즌이 차갑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건 뜻밖에도 급발진 증거가 될 수 있다며 그가 장착 필요성을 주장해 왔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이후부터다.
이 채널은 최근 지난 2일 '페달 블랙박스에 잡힌 급발진(?) 상황! 운전자는 어떤 페달을 밟았을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지난 7월 전남 고흥군에서 발생한 사고의 영상에는 60대 부부가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저수지 주변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모습이 담겼다.
사고 차량을 운전한 A 씨는 45년 경력의 운전 베테랑이었다. 사고 후 A 씨는 급발진을 확신했지만 페달 블랙박스에 담긴 진실은 달랐다. 영상에는 A 씨가 내리막길에 진입해 추락 직전까지 가속 페달만 반복해 끝까지 밟는 모습이 나온다.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 차량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11월 서울시 시내 주택가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도 처음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페달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전남 고흥군 사고 차량 운전자와 다르지 않게 사고 직전까지 6번이나 가속 페달만 밟고 떼고를 반복했다.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발생한 급가속 사고라는 점이 페달 블랙박스로 명백해지면서 000 TV 영상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과거 급발진에 대해 했던 그의 발언을 문제 삼거나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한 댓글에는 "이번 사고도 페달 블박 영상 없었으면 급발진이라고 했을 것 아니냐. 급발진 선동하지 말라", "급발진 있다고 세뇌당한 사람들이 사고 나면 급발진 주장한다. 반성하기를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댓글에는 "과거 이 인플루언서는 '왜 이래' 같은 음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당황하는 목소리를 여러 번 할 정도인데 페달을 오인하겠나? 라고 했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라는 댓글도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한 사용자는 "45년 운전 경력 베테랑의 옆에 사랑하는 아내까지 타고 있는데 어떻게 페달을 잘못 밟을 수가 있나요...라고 우기셔야죠."라고 꼬집기도 했다. 과거 "그래서 음성이 있어야 돼요. 왜 이래 왜 이래 왜 이래~ 이렇게 당황하는 목소리가 여러 번 나오는 시간 동안 페달을 오인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던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페달 블랙박스에는 페달을 잘 못 밟을 수가 없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수 초간 들리지만 그 시간 가속 페달을 반복해 밟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탔든, 당황해하든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가속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 채널에 유독 비난 댓글이 많이 달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급발진 주장을 하면서 본인이 판매하고 있는 페달 블랙박스를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댓글은 "누가 급발진을 선동해서 이득을 취할까? 돈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댓글은 "끝까지 페달 블랙박스 홍보하는 것 봐라. 역시 장사꾼이야"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영상에서도 채널 운영자는 페달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그가 출연하는 보험 광고 영상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을 단 급발진 대비용이라는 '000 블랙박스'는 개당 39만 9000원에 팔리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불필요한 다툼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기 위해서 페달 블랙박스는 필요하다"라는 황당한 주장도 한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 운전자의 명백한 과실의 증거가 됐다.
페달 블랙박스가 과거 사고 피해자를 대변하며 누리꾼들의 큰 지지를 받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 채널을 통해 공개된 수많은 영상 대부분을 급발진으로 몰아가면서 많은 운전자에게 '급발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심어주게 했다는 점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 콘텐츠에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기 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0명의 투표 참여자의 50%는 '급발진 사고로 보인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44%), '운전자 실수로 보인다'(6%)가 뒤를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급가속 사고를 차량 결함과 연계한 급발진 사고라는 확신을 주는 데 영향을 줬다.
전문가들은 급발진 주장 현상 대부분은 운전자 본인이 작동시키고 있는 페달이 브레이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차량 결함에 의해 급발진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믿는 확증편향이 오히려 사고 발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미디어나 유튜버 등이 내놓는 자극적인 급발진 주장 영상이 자주 노출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본인의 페달 오조작을 인정하지 않고 이 때문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등의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채널 운영자가 그동안 언급한 급발진 관련 주장이 자동차 구조학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EDR은 객관성이 없다.", "브레이크 램프 가지고는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 "브레이크가 딱딱해지면 안 밟힌다.", "급발진 블랙박스 영상에는 생생한 오디오가 담겨야 한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 구조를 조금만 알아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주장이다.
또 다른 자동차 전문가는 "대부분 국민들이 급발진 영상을 접하게 되면 감정을 대입하는 경향이 커 과학적, 논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급가속 사고는 이번 시청 참변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 잘못 없는 행인의 사망사고를 유발한다.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수록 급발진 주장 사고를 다룰 때 신중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발진, 급가속 예방하는 올바른 자세]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