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전기차 시장이 반년 가까이 이어져 왔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파괴적'으로 불리는 엄청난 할인이 일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캐줌 현상이 끝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왔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 증가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혼다 프롤로그 등 신형 모델이 시장에 출시된 효과다. 테슬라는 작년 11월 출시한 사이버트럭이 5175대나 팔리며 5개월 연속 이어져 왔던 감소세를 끝냈다. 같은 기간 다른 전기차 픽업트럭은 총 5546대가 팔렸다.
전기차 신규 등록 증가는 그러나 업체들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의 일시적 효과로 보인다. 기아 EV9은 최대 1만 9703달러, 폭스바겐 ID.4는 1만 3015달러, 혼다는 프롤로그에 7035달러의 할인 조건으로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차량과의 가격 격차를 좁혔다.
이 때문에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전기차 판매가 인센티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애널리스트 톰 리비는 "제조사 권장 소비자 가격에 판매되는 전기차가 거의 없다"라며 "내연기관차와 경쟁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종료되면 전기차 판매는 다시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 가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있다. 7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주력인 모델 3 세단의 신규 등록 대수는 31%나 감소했다. 올해 초 엄격해진 배터리 소싱 규정으로 연방 세액 공제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여전히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비 테슬라 업체들의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7월 기준 비 테슬라 전기차 신규 등록은 전년 대비 38%나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 1만 846대로 2위를 차지했다.
제너럴 모터스는 쉐보레, 캐딜락, GMC, 브라이트드롭 브랜드를 통해 9767대를 팔아 3위를 기록했고, 포드가 9504대로 뒤를 이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이들이 매우 견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테슬라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미국의 7월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도 10만 620대에서 11만 8273대로 증가했다. 전기차가 미국 전체 경형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7.6%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 7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8.7% 증가해 시장 점유율 7.6%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2%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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