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2024년 9월 9일,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NASDAQ)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미국 AI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공개했다. 지수의 종목명은 ASOX(PHLX US AI Semiconductor Index)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협력해 구성된 ASOX는 미국 내 인공지능 시장을 이끄는 반도체 ▲설계 ▲장비 ▲후공정 ▲파운드리 ▲기술 자산(IP) ▲반도체 설계 자동화 도구(EDA) 기업 등으로 구성됐다.
나스닥은 미국 반도체 기술 기업 30개의 시가총액을 바탕으로 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를 1993년 12월부터 운영 중이다. SOX 지수 운영 30년 만에 새로운 반도체 지수가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장도 반도체 중심이어서 SOX 지수로도 충분히 운용 가능해 보이지만, ASOX는 반도체 기업 중 비중이 크고 미래 가치를 품은 곳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ARMㆍ시놉시스 등 4개 기업 합류, 인텔ㆍ마이크론 등 16개 기업 제외됐다
ASOX 지수는 총 20개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 18개 기업이 지수 편입된 상태이며 추후 상황에 따라 2개 기업 추가가 가능하다. 30개 기술 기업으로 운영되던 SOX 대비 기업 수가 적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끄는 기업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지수 산정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ASOX는 시가총액 1위~3위 기업에 큰 비중을 뒀다. 나스닥이 공개한 ASOX 구성 종목 중 상위 5개 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엔비디아 20.8% ▲TSMC 18.5% ▲브로드컴 17.6% ▲ASML 홀딩 10.4% ▲AMD 6.5%다. 반도체 설계와 패키징, 노광장비 등 핵심 산업을 이끄는 기업이 중심이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기술 자산을 가진 기업은 새로 편입됐다. ▲ARM(3.7%) ▲시놉시스(2.1%)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2%) ▲램버스(0.1%)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18개 기업 중 상위 5개 기업이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ASOX 지수가 요동칠 가능성은 있다. 추후 2개 기업이 ASOX 지수에 편입될 경우, 시가총액 순위에 따라 비중을 20%ㆍ17%ㆍ15% 등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ASOX 지수는 기존 SOX 지수에 편입된 30개 기업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다. 인공지능 시장에 맞춰 일부 재구성된 부분이 눈에 띈다. ASOX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도 있다. ▲인텔 ▲아날로그 디바이스 ▲마이크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온 세미콘덕터 ▲글로벌 파운드리 등 16개 기업이다. 종합 반도체 기업 및 7nm 이상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파운드리 기업 등이 제외 대상이다.
2024년 4월, SOX 지수도 일부 기업의 시가총액 반영 비중을 조절한 바 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퀄컴 등 상위 4개 기업의 시가총액 반영 비중을 8% 일괄 적용하던 것에서 종목에 따라 4%~12%로 변경했다. 업종 지수는 투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처음 정해진 산출 기준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ASOX 지수도 상황에 따라 시가총액 반영 기준을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시장 경쟁은 더 뜨거워질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AI반도체 시장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3년 대비 27.2% 성장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평균 24.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비중도 매출액 기준으로 2024년 20.1%에서 2028년에는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시장은 아직도 잠재력이 크다 본 것이다.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은 다른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가속기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 고대역 메모리(HBM)를 적극 채택 중이다. 일부 효율성을 따진 인공지능 가속기는 그래픽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메모리(GDDR)를 쓰기도 한다. 저장장치도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흐름이 하드디스크(HDD)에서 고속저장장치(SSD)로 확대됐다. 인공지능 시장이 성장할수록 반도체 관련 경쟁은 더 뜨겁게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지수 등장, 그러나 투자는 늘 조심해야
인공지능 시장에 집중한 ASOX 지수, 투자 목적으로 개설된 지수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SOX 지수도 지수 추종 펀드인 SOXX(iShares Semiconductor ETF)를 시작으로 주간ㆍ월간 ETF 파생상품 등이 운용 중이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투자에는 더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다.
ASOX 지수의 시작은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모습이다. 출범 첫날인 2024년 9월 9일(미국 현지 시각 기준), 960.64 달러(원화 환산 약 128만 9370원)에 시작한 지수는 2024년 9월 11일 1044.38 달러(원화 환산 약 140만 1760원)에 마감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엔비디아 ▲퀄컴 ▲AMD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대부분 기업 주가가 상승한 결과다. 그러나 ASOX 지수 내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등 기업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시기에는 손실이 클 가능성도 높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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