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즐길 게 많은데 온통 사슴 이야기뿐이다. 당일치기 말고 나라에서 72시간을 보낸 에디터가 다녀온 맛집을 모았다. 관광지 인근 식당 2곳, 동네 근처 맛집 2곳, 총 4개 공간이다. 식료품 쇼핑을 위한 슈퍼마켓은 덤이다.
시청 직원 & 현지인 맛집
로쏘
나라시청 바로 옆에 있는 로컬 경양식 맛집이다. 로쏘(Rosso)의 점심시간은 시청 직원과 현지인으로 북적인다. 뭘 먹어도 안정적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녁 10시까지 문을 여는데도 런치 메뉴의 가성비가 상당해 점심 식사로 활용하는 게 낫다. 가게 분위기는 30~40년 전 인기 가수의 포스터를 곳곳에 붙여서 그런지 레트로 감성이 깃들어 있다. 또 가정식에 걸맞은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도 있다.
런치 메뉴는 7~8개 정도 있고, 본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스페셜 런치도 있다. 현지인이 무얼 먹나 살펴보니 플레이트 런치(Plate Lunch)의 비중도 높다. 한식으로 보면 백반과 비슷한데, 다양한 반찬과 함께 밥과 된장국(미소시루)가 나오는 구성이다. 가격도 850엔밖에 하질 않는다.
여행자라면 나라의 경양식으로 먼저 눈이 간다. 새우튀김, 함박스테이크, 돈가스 등이 있고, 새우튀김+함박스테이크, 새우튀김+돈가스, 함박스테이크+돈가스 등 콤보 메뉴로 구성했다. 또 일본의 국민 음식 카레라이스도 있다. 무얼 선택해도 가격에 맞는 합리적인 맛을 선사한다.
고집 있는 햄버거 가게
보카로즈
일본 여행이라고 매번 일식만 먹을 수 없는 노릇. 나라에서는 보카로즈(Bocarroz) 덕분에 햄버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햄버거 번과 패티, 소스 등을 모두 직접 만든다. 베이컨도 공을 들여 훈제한다. 모두 핸드메이드를 고집하는 버거집이다. 심지어 공산품인 케첩도 없다. 긴테쓰나라역 1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 5~7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도 괜찮다.
메뉴는 어니언버거, BBQ소스버거, 치즈버거, 베이컨버거, 더블버거 등이 있으며 홈메이드 베이컨, 콜비잭치즈, 계란, 할라피뇨 등의 토핑과 홈메이드마요, 아이올리, 머스터드, BBQ소스 같은 디핑소스를 추가해 맛의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특정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버거(팔라펠버거·커리버거 등)도 놓치지 말자.
게다가 주문 이후에 모든 조리가 시작되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햄버거를 받을 수 있고, 사이드로 나오는 감자와 코울슬로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바삭하면서 고소한 풍미의 번, 간이 잘 된 패티, 아삭한 채소 등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맛과 식감을 선물한다.
회는 못 참치
마구로 코야
외국인 관광객 친화적인 마구로동(참치덮밥) 전문점이다. 구글 지도에서 리뷰 사진을 보면 노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새단장을 했고, 대부분 관광객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관광객용 식당에 편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의외로 마구로코야(まぐろ小屋)의 음식은 괜찮은 편이다. 메뉴판도 영어로 정리돼 있어 주문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메뉴는 참치 중심. 오도로(대뱃살), 주도로(중뱃살), 아까미(적신) 총 3가지 참치 부위를 활용한 덮밥과 정식(밥+된장국), 참치타다끼, 참치 가라아게, 참치구이 정식을 갖췄다. 확실히 일본에서는 다른 생선회보다 참치에서 만족도가 높은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또 참치 가라아게(전분을 얇게 입혀서 튀겨내는 방식)가 숨겨진 별미다. 흰살생선을 주로 사용하는 생선가스와도 달라 한 번 맛볼 만하다. 아쉬운 건 생맥주도, 병맥주도 없다는 점이다. 대신 사케 3~4종류를 글라스로 판매하고 있다.
우아한 초콜릿의 유혹
갸또 드 부아
나라를 대표하는 파티세리 중 한 곳이다. 프랑스 리옹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페이스트리 대회(La Coupe du Monde de la Patisserie)에서 일본인 최초(1991년)로 우승한 마사히코 하야시(Masahiko Hayashi) 파티셰가 가게를 이끌고 있다.
야마토사이다이지역 근처에 있는 갸토 드 부아(Gateau des Bois), 시조오지 도로변에 있는 갸토 드 부아 라보아투아(Gateau des Bois Laboratoire) 두 지점이 있다. 여행자에게는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는 갸토 드 부아가 접근하기 수월하다. 단, JW메리어트 나라에 머물고 있다면 라보아투아도 걸어갈 만하다.
가게에서는 케이크, 쿠키, 초콜릿, 구움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앙브루아즈(Ambroise)와 프랑부아즈(Framboise), 라 갤럭시(La Galaxie), 몽블랑(Mont-blanc), 타르트 그리오트(Tarte Griotte)이 대표 메뉴다. 특히, 초콜릿 무스, 피스타치오, 딸기잼 등으로 맛을 낸 앙브루아즈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안겨준 케이크로, 갸또 드 부아를 대표하는 메뉴다. 수많은 선택지 중 단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케이크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도 조각 케이크 기준 500~800엔이라 명성에 비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나라+
식료품 살 때는 이곳
미 나라
관광객보다 지역민을 위한 아담한 규모의 쇼핑몰이다. 물론 일반 슈퍼마켓보다는 훨씬 크고, 한국으로 보면 대형마트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 나라시청, JW메리어트 나라 근처에 있어 호텔 투숙객은 식료품과 기념품(홋카이도 특산품·간식)을 사러 찾아갈 만하다. 드럭스토어와 전자제품 매장, 푸드코트(우동·튀김·타코야끼 등), 의류매장도 갖췄다. 슈퍼마켓인 로피아(lopia)는 취급하는 공산품과 재료가 많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박물관도 있다. 다양한 파충류를 볼 수 있는 이키모노박물관(Ikimono Museum), 약 3,000마리의 금붕어가 있는 나라 금붕어박물관(Nara Goldfish Museum)이다. 참고로 미 나라(Mi Nara)는 긴테쓰 나라역, JR나라역, 긴테쓰 신오미야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택스프리도 가능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