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추진 중인 전기차 전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발표한 전동화 전략 수정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폭스바겐은 2021년에 "NEW AUTO"라 불리는 2030년까지의 경영 전략, 즉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기본 개념은 "현재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에서 e-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겪고 있으며, 더 깨끗한 지구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사람과 물건의 이동 수단은 20세기 초 마차에서 자동차로 전환된 이후 최대의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내연기관(ICE)을 대체할 전기자동차(EV)의 도입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동차 1대당 CO2 배출량을 현재보다 30%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EV의 시장 점유율을 5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40년까지는 그 수치를 60%로 확대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이 완전히 탄소중립 기업이 되는 시점은 2050년으로 계획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멀게 느껴지지만, 연구개발을 포함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EV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대응해 폭스바겐은 NEW AUTO 발표 후 2025년까지 EV 관련 사업에 73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개발 플랫폼 "SSP"로 모든 플랫폼을 통합하고,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EV에 필요한 핵심 메커니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OTA(Over-the-Air) 업데이트가 가능해져, 2025년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2.0이 도입되며 모든 차량 운영 체제가 통합될 예정이며, 레벨 4 자율주행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은 신형 플랫폼 도입을 연기하고 배터리와 충전 기술 로드맵도 수정했다. 2030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추고, 유럽에 6개의 배터리 셀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충전 시설도 2025년까지 유럽 내 1만8000곳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22년 12월, 폭스바겐이 EV 플랫폼 "MEB"를 당초 계획보다 오랜 기간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MEB는 2020년대 후반까지 "SSP" 플랫폼으로 대체될 예정이었으나, 그 시기가 연기되면서 "MEB EVO"라는 개선형 MEB 플랫폼을 도입하게 되었다. 새로운 SSP용 배터리를 MEB EVO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비용 상승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새로운 세대의 SSP 플랫폼은 800V 배터리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도입 시기는 2028년 또는 그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폭스바겐이 EV 전환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전동화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졌다. 메르세데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EV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EV 수요 둔화로 인해 ICE 차량 판매를 2030년까지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내연기관에서 EV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략도 수정했다. 기존 2025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0%를 PHEV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2020년대에 최대 50%로 조정했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PHEV 수요가 둔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북미는 메르세데스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만큼 그 영향이 크다. 메르세데스의 2024년 EV 판매 비율은 전체 라인업의 약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광활한 국토를 가진 미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동안 EV, PHEV와 더불어 최신 내연기관 차량을 함께 시장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신형 E 클래스가 사용하는 MRA2(모듈러 리어 드라이브 아키텍처 2)는 2030년대 초반까지 사용될 수 있지만, 이 플랫폼을 사용해 ICE, PHEV, EV를 구분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다만, 메르세데스는 향후 몇 년간 배터리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판매 가격에 반영될 경우 EV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두 독일 거대 제조사가 직면한 전동화 과제는 언제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적어도 2030년까지는 초기 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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