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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은 한시적으로, OEM의 충전 사업

글로벌오토뉴스
2024.10.02. 1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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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 매체의 뉴스가 있었다. 현대차가 지난해 검토했던 충전소 시범 사업을 연초에 백지화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불확실한 사업타당성과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 등이 백지화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옳은 판단이었을까? 옳았을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자.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말할 때, 나는 ‘에너지 단말기’ 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이 바로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전기차 제작사는 충전소를 직접 설치한다. 심지어는 충전 네트워크가 전기차 보조금에 영향을 미치는 의무 사항으로 간주될 정도다.

논리적으로는 에너지 인프라를 단말기 제작사가 책임지는 현실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현재도 엄연히 자동차 산업과 정유 산업은 별개의 거대 산업군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이렇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이유는 산업군의 발달 과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초기에는 방수용 타르나 등잔불용 등유 정도에 불과했던 정유 산업은 19세기 말의 내연 기관 발명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발전을 보이게 된다. 즉, 자동차와 정유 산업은 함께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보급과 주유 네트워크의 팽창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에 비하여 전기차와 전기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전기는 이미 필수적 존재로 우리 문명 바탕을 이루고 있다. 즉, 전기차가 전력 산업 및 인프라의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새로운 규격의 고전력 시스템을 주거지역에 설치하게 하는 등 오히려 번거로움, 즉 비용의 증가 요소가 될 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전력 및 정유, 즉 에너지 산업이 충전 산업에서 신규 사업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최소한 당장은 말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전력 산업의 경우에는 전력선 통신 등 신규 사업 모델과 스마트 그리드 등 새로운 전력 인프라 모델에서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사업은 필수적이다. 정유 산업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바뀐다면 석유화학산업의 양대 기둥의 하나인 정유 산업은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 충전 사업은 에너지 메이저로서 정유 산업의 지위를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전기차 충전 사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기차 제작사 혹은 판매자가 충전 네크워크를 깔아야만 단말기인 전기차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즉, 전기차 제작사는 충전 네트워크를 판촉물, 즉 프로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물론 충전 전문 기업들이 많지만 그들 대부분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정부 보조금에 의한 이른바 초기 진입형 프로모션의 결과다. 최근 규제가 풀리면서 새롭게 충전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수익성 측면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주유 업계에서도 파일럿 개념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험해 본 결과 역시 부정적이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간단하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충전 사업 자채로서도, 전기차 보급 단계의 관점에서도 현재 전부가 프로모션 상태라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확장에 조급한 것은 전기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전기차 제작사들일 것이다. 전기차 제작사들이 투자액을 빠르게 회수하려면 최대한 많은 전기차를 빠르게 팔아야 하고 그러려면 충전 네트워크도 빠르게 증설해야 한다. 한편 기존 주유 업계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소로 유류 판매량이 줄어들고 충분히 많은 전기차가 사업 수익성에 필요한 충전 수요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 기타 기업들은 충전 사업에 진출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없으니 전혀 되니 급하지 않다.) 따라서 이른바 ‘충전 네트워크 프로모션’에 가장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가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프로모션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인위적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고 그 회수가 절실한 전기 자동차 제작사들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에 충전 네트워크 투자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당연한 것처럼 자리잡으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첫번째 부작용은 전기차의 원가 상승이다. 프로모션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일시적인 정책이다. 프로모션 성경의 충전 네트워크는 아무래도 마케팅과 브랜딩에 유리한 개방형 초급속 네트워크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투자 규모가 크다. 그러나 실제로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인 집밥, 즉 폐쇄형 혹은 준 개방형 완속 충전 네트워크는 마케팅 효과의 제한과 실제로는 훨씬 거대한 규모의 투자 때문에 꺼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에게 충전 네트워크 확대를 의존한다면 결국은 전기차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보조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전기차의 약점이 더 고착화되는 것이다.

두번째 부작용은 제도의 왜곡이다. 앞서 말했던 전기차 보조금에 포함되는 자동차 제작사 충전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정책은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달라지는 전기차 보조금 안에 전기차 제작사의 충전소 보급 현황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전기차 제작사의 충전 네트워크 보급 정책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전기차 보조금에 전기차 제작사의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의무 사항인 듯한 항목이 포함되면 충전 사업이 앞으로도 전기차 제작사의 영역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세번째 부작용은 산업 영역의 왜곡이다. 앞서 말했듯이 충전 사업은 기본적으로 주유소 사업과 같은 에너지 산업의 영역이다. 다만 그 에너지가 현재의 정유 산업 휘하의 휘발유나 경유가 아니라 전력 산업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향후 에너지 산업의 재편을 이끌 중요한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재편은 에너지 산업 내의 재편이다. 만일 자동차 산업이 이 영역에 진입할 경우, 우리 나라는 두번째와 세번째로 큰 산업 섹터의 전쟁을 뜻한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에게 충전소 확장을 맡겨놓을 경우의 부작용을 우리는 북미 테슬라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기차가 판매 모델의 100%를 차지하는 테슬라는 당연히 충전 네트워크의 확대가 회사의 매출 및 성장에 직결된다. 따라서 테슬라는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초기부터 무료 충전과 급속 충전 등의 테마로 중요한 마케팅 무기로 사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장했다.

그 결과 테슬라 슈퍼차저, 즉 NACS 규격 네트워크가 북미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급속 충전 네트워크가 되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았던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레거시 OEM들을 포함한 후발 전기차 제작사들이 자체 충전 네트워크의 보급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시리라 믿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기기 힘들 것을 알면서도 괜히 큰 투자를 하는 대신 대세를 인정하고 순응하는 실용적인 정책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첫번째는 충전 시장의 독과점이다. 경쟁 자동차 제작사들이 충전 시장 진출을 포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독립적 혹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충전 전문 기업들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독과점의 피해는 아실 것이다. 충전 시장을 평정한 테슬라가 충전 요금을 급격하게 올리더라도 대항할 방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강력한 반독점법이 테슬라로부터 충전 사업 분야를 강제 분리하여 오히려 혼란에 빠질 우려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두번째는 국가 표준의 왜곡이다. 북미는 엄연히 국가 표준 급속 충전 단자 규격으로 CCS2를 갖고 있다. 그런데 시장이 NACS로 몰리면서 ‘실질적’ 표준이 NACS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안전 및 충전 기술 등에서 테슬라가 기타 기업들에 비하여 영구적인 우위를 차지할 우려가 있다. 이 또한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독점의 형태다.

지금까지 길게 이야기한 것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기차 제작사들이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직접 확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프로모션의 형태일 뿐 영구적으로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전기차의 원가 상승, 산업의 왜곡, 제도의 왜곡 등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의 중장기적 정책 방향 제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 산업과 정유 산업 사이의 모빌리티 에너지 공급 산업의 경계 설정 및 연합 여부 등 신사업 방향성이며, 그 다음으로 에너지 산업이 충전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촉진 제도를 포함한 포괄적 방안이다. 현재처럼 여러갈래로 나뉘어진 충전 사업 지원책을 일관화하여 또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큰 그림을 봐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충전 네트워크 확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번 현대차의 충전소 시범 사업 백지화는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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