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합니다. 매일같이 수 많은 신생 기업이 탄생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몇 년 내로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기술 혁신, 자금 조달, 뛰어난 팀워크 등 성공 요인도 많지만,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한 가지 명확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바로 '기획'입니다. 기획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전개를 넘어서, 기술과 시장, 사용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전체 과정을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만나며 얻은 교훈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이스라엘, 독일, 스웨덴,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스타트업들과 만나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기술만으로는 스타트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서 활용할지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특히 파트너십을 통해 상호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파트너십 전략의 부재로 실패를 겪었습니다. 파트너십은 단순히 협력의 개념을 넘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기획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효과적인 협력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곤 합니다.
기획자는 시장을 위한 R&D 방향을 제시한다
스타트업이 기술만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입니다. 시장 요구에 맞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방향성을 잡는 것이 바로 기획자의 역할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가, 정작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을 소홀히 합니다. 시장을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사용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의 기술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기획자는 기술 개발이 시장 및 사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조율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타트업 전 과정에서 중요한 기획
스타트업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콘셉트 기획, 고객 조사, UX 설계, R&D, 디자인, 부품 구매, 가격 책정, 생산, 마케팅, 영업 등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놓치면 성공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관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기획자는 각 과정을 통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창업자의 기술적 능력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하지만, 사업이 성장할수록 기술 외의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게 됩니다. 기획자는 단순 관리자나 실행자가 아닌,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기획자의 한 명이 기업의 운명을 바꾼다
필자가 처음 R&D 분야에서 일할 때는 '파레토 법칙'을 믿지 않았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80%의 성과가 20%의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걸 실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획팀에서 일하면서 이 법칙의 진가를 깨달았습니다. 인사이트 있는 기획자 한 명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기획자가 C 레벨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은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획자는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야 어느 정도의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단 한 번의 실패가 곧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는 한 번의 기회로 승부를 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기술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기획자는 더욱 중요한 존재이며, 전체 과정을 지휘하며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책임을 맡게 됩니다.
스타트업 생존은 기획자에게 달려 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위험한 독은 바로 편협한 시각입니다.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거나, 자신만의 아이디어에 갇혀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를 놓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항상 시장을 염두에 두고 연구 개발해야 하며, 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바로 기획자의 역할입니다. 기획자는 기술과 시장, 사용자를 모두 고려하여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을 향해 팀을 이끌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시장은 생존을 위한 전쟁터입니다. 제한된 자원과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기획자는 슈퍼히어로처럼 모든 것을 조율하고 성공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기획자가 없다면, 스타트업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획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 개발에만 집중한다면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획자는 단순 조언자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성공과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재입니다. 기술과 자금, 네트워크를 갖췄다 해도, 기획자가 없으면 스타트업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기획 전문가와 협력하고 있습니까? 기획 없는 스타트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기획에 달려 있습니다.
글 / 김세호
인공지능 분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15년 간 개발/기획/전략 분야에 재직하며 IT기획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전문가/컨설턴트로도 활동 중. 대표 저서로 ‘대기업 기획자의 고백(2021)’, ‘머니보트(2024)’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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