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8 55 e 트론 콰트로를 시승했다. E트론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충전 편의성을 향상시켰으며, 서스펜션을 중심으로 한 하체의 개량도 있다. 그만큼 주행성 개량이 돋보인다. 인테리어는 기존 아우디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콕핏을 채용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우디 Q8 55 e 트론 콰트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아우디는 2018년에 e트론을 출시할 정도로 배터리 전기차 행보가 빨랐다. 당시 '아우디, 진보, 2025'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했다. 그때는 2025년까지 20개 차종의 전동화 모델 출시를 목표로 했었다. 그것이 2019년 9월에는 전동화 모델 30개, 그중 20개는 배터리 전기차로 한다며 한 단계 빠른 속도를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전동화차의 목표 비율은 40%였다. 2021년에는 다시 2025년까지 전동화 모델을 30차종으로 확대하고 그중 25개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로 한다고 목표를 수정했다.
세상 일은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그 목표도 늦춰지고 있다. 아우디는 2026년 이후 발표되는 신차는 모두 배터리 전기차, 2033년 이후 판매되는 모델은 모두 배터리 전기차로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 중국 합작회사 아우디 FAW NEV가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렇듯이 가장 규모가 큰 중국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포르쉐와 공동으로 개발한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을 기반으로 2024년부터 중국 장춘에서 중국 시장용 전기차를 생산한다.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검토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우디는 2022년 11월 중국 R&D 센터를 확장해 아우디 차이나 빌딩으로 이전하며 중국 시장 중시 정책을 공표했다. 이는 in China, for China를 강조하고 있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Made in China를 넘어 Created in China로 슬로건을 바꾼 지도 오래다.
현 시점에서 아우디의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은 A6 트론과 e트론 GT 세단 두 종, Q4 e트론, Q6 e트론, Q8 e트론 SUV 세 종 등 다섯 가지다. 배터리 전기차 외의 라인업은 세단이 A1과 A3~A8까지 7종, SUV가 Q2, Q3, Q5, Q7, Q8까지 5종, 그리고 R8과 TT가 리스트에 있다. TT는 2023년 11월 단종됐다.
다시 말해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이 늘면서 내연기관차가 어느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1세기 초 세분화로 수많은 모델을 라인업해 재미를 보았던 독일 프리미엄 3사는 지금 내연기관 라인업의 합병(?)과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스포트백이라는 쿠페형 SUV도 점차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첫 번째 배터리 전기차 e트론을 2023년 Q8 e트론으로 바꾸었다. 아우디의 미래 생산 형태인 팩토리 360으로 유명한 브뤼셀 공장에서 생산된다. Q8 e트론이라는 이름은 SUV 라인업의 최상위인 Q8과 배터리 전기차인 e트론의 조합이다. 플래그십 전기 SUV로 꼽히는 만큼 아우디의 전동화 전략에서 중요한 모델이다.
외관에서는 아우디의 싱글프레임 그릴이 적용되었으며, 그릴 상부의 블레이드도 추가됐다. 수직 슬릿이었지만, 작은 수평 육각형 개구부를 깔끔하게 배치하고 블랙 프레임으로 둘러싸는 디자인을 채용했다. 네 개의 링 디자인도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3차원이었지만 평평한 2차원 형상이다. ADAS 관련 센서의 감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뒤쪽에는 새로 디자인된 디퓨저가 채용됐다. S라인 패키지에는 차체 색상과 동일한 싱글프레임 그릴이 적용된다. 공기 저항 계수는 0.28에서 0.27로 감소해 공력 성능도 개선되었다. Q8 스포츠백 e트론도 0.26에서 0.24로 개량됐다. 전기차에서의 공기 저항은 더 중요해졌다.
차체 하부에 장착된 휠 스포일러는 휠 주변의 공기 흐름을 제어한다. 프론트 액슬의 스포일러가 확대됐다. 프론트 그릴의 라디에이터를 자동으로 여닫는 전동 셔터도 특징이다. 처음으로 자체 밀봉 시스템이 적용됐다.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옵션으로 제공됐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선에서 차량의 위치를 표시하고 운전자가 차로 중앙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향상된 교통 정보 시스템을 포함한 세 가지 새로운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아우디만의 레이아웃이 중심이다. 디지털 콕핏이지만 디스플레이의 배치가 다르다. 내연기관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친숙하다. 두 개의 창을 좌우로 나란히 하는 타입이 아니다. 포르쉐의 것과 레이아웃은 같지만 그 배치와 그래픽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풀 HD 해상도의 아우디 버추얼 콕핏이 채용됐다. 익숙한 사용법과 그래픽이다. 운전 관련 중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옵션이다.
센터 페시아에는 10.1인치 디스플레이가, 그 아래에는 8.6인치가 있다. 신세대 아우디의 MMI 터치 응답 시스템이 채용됐다. 거의 모든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다. 음성 제어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브랜드들도 그렇지만 아직은 기대치와 실제의 괴리가 있다. 인식 성능은 부족함이 없지만 기능의 범위는 다르다. 아우디가 인지도를 높인 Bang & Olufsen 오디오는 여전히 매력적인 포인트다.
센터 스택 가운데 별도의 손잡이를 마련하고 그 왼쪽에 셀렉터 레버 버튼을 배치한 신세대 아우디의 장비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거부하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Q8 e트론과 Q8 스포트백 e트론, 고성능 모델 SQ8 스포트백 e트론 등 세 가지 변형 모델이 있다. Q8 e트론은 50 e트론과 55 e트론 두 가지, Q8 e트론 스포트백은 55 e트론 트림이 있다. 고성능 버전 SQ8 e트론 스포트백은 508마력을 발휘한다.
배터리는 축전 용량이 기존에 비해 늘었다. 50은 축전 용량 95kWh(순 용량 89kWh), 55는 114kW(순 용량 106kWh)다. 55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368km다. 같은 차가 본국인 독일에서는 491km(WLTP 사이클)로 형식 승인을 받았다. 배터리는 전극 재료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적층 방식을 채용해 크기를 변경하지 않고 용량을 늘릴 수 있었다. 또한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셀의 화학 조성을 변경했다.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모델도 그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충전 용량이 기존 50kW에서 150kW 고속 충전기로 확대됐다. 10%에서 80%까지 34분 안에 충전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포르쉐, 폭스바겐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최대 150kW의 급속 충전기 PCA(Premium Charging Alliance)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급속 충전이 배터리 노화를 빠르게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시승차는 55 e트론으로 2개의 모터가 탑재된다. 2개의 모터가 탑재되어 부스트 모드에서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67.7kgm을 발휘한다. 50 e트론은 각각 340마력, 67.7kgm로 최대 토크 수치는 같다. 옵션으로 콰트로를 선택할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제한 속도는 200km/h다.
발진 시와 시내 주행 시 모터 회전음과 고주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우선 다가온다. 수년 전 배터리 전기차를 처음 접했을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이다.
속도를 올려도 그 부드러움은 같다. 배터리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번갈아가며 시승하면서 어느덧 전기차의 거동에 더 익숙해져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저속에서의 매끄러움과 코너링에서의 안정된 거동이 일조한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되는 것은 피로감을 줄여준다.
고속 영역에서의 가속감도 마찬가지이다. 지긋이 페달을 눌러도 속도계의 바늘은 빨리 올라간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계기판의 속도를 확인하고 달려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회생 제동 기능이 작동해도 거부감이 없다. 와인딩 로드에서는 회생 제동 기능이 더 고맙다. 굳이 오른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안정되게 속도를 제어하며 달릴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에 대해서는 내연기관차에서도 그렇지만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피션시 모드로 달려도 충분하다. 오프로드 모드가 추가된 것이 새롭다. 전기차라고 해도 콰트로의 성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카메라식 사이드미러의 디스플레이 창은 도어 트림 부분에 있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진다. 그럼에도 이 부분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갈릴 수 있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의 느낌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앞뒤 중량 배분이 좋게 느껴진다. 이는 스티어링의 응답성 향상과 함께 승차감의 진화로 이어진다.
ADAS 장비도 만재하고 있다. ACC를 ON한 상태에서 속도를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10초 후에 노란색 경고 메시지가 뜬다. 다시 10초 후에 붉은색으로 바뀌고 이어서 경고음이 동반된다. 다시 10초 후에는 비활성화된다. 필요하면 처음부터 다시 조작해야 한다.
아우디는 2018년에 A8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채용했다. 하지만 한정된 속도와 조건 하에서였기 때문에 진정한 레벨 3는 아니었다. 최근 들어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레벨 3를 채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일반 도로에서는 95km/h, 고속도로에서는 130km/h까지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아직은 한정된 조건이라는 것이다. 모든 책임 소재는 운전자에게 있다.
브랜드마다 다양한 전기차를 라인업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때마다 다른 기능들을 추가한다. 파워트레인의 진화도 동반된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과 익숙함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다.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며 바뀔 것이다. 그것이 바뀌려면 e/e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완성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전자기기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아니, 더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 속도가 빠르고 한국도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빠르다. 거기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성능 0->100km/h 가속 시간 : 5.6초
최고속도 : 200km/h (안전 제한 속도)
최소 회전 반경 : 약 ---m
전비 : 복합 3.0km/kWh (도심 3.0 / 고속도로 3.1)
1회 충전 주행거리 : 368km (도심 363km / 고속도로 374km)
이산화탄소 배출량 : 0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