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고갈론은 끊임없이 거론되며 석유 가격을 올리는데 기여해 왔다. 지난 150년동안 인류가 사용해 온 석유는 1조 배럴이 넘는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다시 석유 고갈론이 고개를 든 것은 1990년이었다. 당시 잔존량이 2조 배럴로 피크 오일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다가 2016년에는 그 잔존량이 5조 2,000만에서 8조 배럴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배경에는 2012년을 전후한 석유가의 고공 행진이었다. 그래서 골드만삭스는 2013년 당시 100달러 주위까지 치솟았던 석유 가격이 2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듬해 석유가격은 배럴당 4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기자는 당시 칼럼을 통해 역 석유 파동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 배경으로 셰일가스와 셰일 오일을 들었다. 셰일가스의 생산 원가가 60달러에 달해 그 전에는 경제성이 없었다. 그러나 석유가격이 100달러까지 치솟자 미국에서는 많은 업체들이 수압파쇄법을 통해 셰일 오일의 생산에 나섰다. 그것이 넘쳐 결국은 석유 가격은 폭락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는 수압파쇄법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파괴가 지적되면서 석유 가격이 지금 70~80달러까지 올랐지만 새로이 셰일 오일을 체굴하는 업체는 없다. 이후 석유 고갈론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나왔지만 신뢰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 조사회사 마켓앤마켓츠의 에너지 팀이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다. 석유 수요가 2032년에서 2035년 사이에 정점을 찍어 일일 1억 680만 배럴에 도달한 후 2050년까지 약 8,650만 배럴/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피크 오일의 시기와 영향에 대한 의견은 매우 다양하다. OPEC과 같은 중동 및 미주 지역의 조직들은 석유를 장기적인 플레이어로 보고 있으며, 2045년경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대로,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청정 에너지의 채택 증가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인해 2028년에서 2035년 사이에 더 일찍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EA의 넷 제로 시나리오는 이르면 2025년에 일일 1억 2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후 2050년까지 일일 2,430만 배럴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P는 2025년에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금세기 중반까지 일일 7,500만 배럴로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IEA의 더 빠른 전환 일정과 밀접하게 연계된 넷 제로 경로에 따라 더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OPEC은 수요 장기화를 전망하면서 신흥국의 석유 추출과 석유 의존도의 진전으로 인해 원유 피크가 더 멀리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켓앤마켓츠는 인도와 같은 국가는 2040년경까지 피크 오일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 석유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2013년을 전후해 석유가격이 고공 행진을 할 때 대부분의 투자은행 들은 재생에너지에 뛰어 들었다. 그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ESG를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은 여전히 석유산업에 투자를 늘리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석유는 여전히 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기후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구호는 난무하지만 인류의 탐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